[인터뷰] 경남 설기현 감독의 확신 "설사커 완성되면 승격한다"

유현태 기자 2021. 1. 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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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감독(경남FC)

[풋볼리스트=통영] 유현태 기자= 설기현 감독은 경남FC에 부임하기 전, 성균관대를 4년 동안 지도했다. 그가 프로와 대학 무대의 결정적인 차이로 꼽는 것은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다. 자신이 생각한 전술이 있어도 성적이 나지 않으면 뜻을 관철하기 어렵다.


그래서 설 감독은 경남의 2020시즌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시즌 중반까지 7위에 머무르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설 감독은 자신이 생각한 축구를 꾸준히 펼쳤다. 플랜A로 자리잡은 2-3-5 포메이션은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기 위해 고민해 얻어낸 산물이다. 2020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1시즌엔 본격적으로 힘을 낼 시기라고 본다.


경남의 지상목표는 역시 K리그1 승격이다. 하지만 설 감독은 지도자로서 목표는 승격이 아니라고 확고히 말했다. 멋진 축구로 팬들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프로 축구의 본질을 생각하며 '좋은 축구를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승격은 좋은 축구가 완성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K리그1 승격 이후에도, 기업 구단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믿는다.


- 지난해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희망을 본 시즌이라고 좋게 생각하려고요. 냉정하게 평가하면 초보 감독으로서 미숙했죠. 한 시즌 동안 굉장히 성장을 많이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미숙했던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축구가 있었는데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준비가 부족했어요. 하려고는 했지만 보신 분들이 느꼈듯이 뚜렷하진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죠. 제가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가 없어서, 선수들에게 정확히 전달을 못했던 것 같아요. 전술적으로 좀 미숙했고 그게 시즌 내내 이어진 것 같아요. 한 시즌 동안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 '부족하다', '이렇게 또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제 축구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4년 정도 대학에서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는 '리얼'이구나 싶더라고요. 대학에선 결과에 대한 부담이 조금 없었지만, 프로에선 결과에 대한 부담을 안고 변화를 시도해야 하죠. 부담을 안은 와중에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배우는 점이 있잖아요? 뭔가 다듬어지게 된 것 같아요. 훈련에서 집중적으로, 또 정확하게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 지난 시즌 중반부터는 어떤 그림을 구상했는지 보여진 것 같은데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는 생각을 했죠. 100% 만족은 아니지만 어려운 와중에도 끝까지 방향을 밀고 나간 것엔 잘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어려움은 겪었지만 좋아지는 게 보여서 희망을 봤다고 했죠. 생각하지도 못한 좋은 장면들도 나오고, 긍정적인 변화도 봤어요. (시즌) 후반부엔 확실히 나아졌고 마지막엔 운도 따르면서 결과가 나왔어요. 처음엔 기대, 그리고 나중엔 약간 실망과 아쉬움, 그리고 다시 2021년에 대한 기대를 느끼게 됐어요. 기회가 생긴 만큼 올해는 지난해 마지막에 나왔던 것들이 올해는 처음부터 나오길 바라고 있죠.


- 전술이 특이해서 팬들도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2-3-5 포메이션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도 여러 포메이션을 시험해봤죠. 저만의 축구를 좀 하고 싶었어요.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유럽 축구도 많이 보고, 직접도 경험해봤고요. 실패도 많이 했죠. 사실 3가지 전술을 들고 (경남에) 왔어요. 2-3-5도 해봤고, 4-2-2-2도 해봤고요, 3-4-3도 써봤어요. 사실 같은 포메이션을 쓰더라도 다 다르거든요. 어떻게 운영하는가 방식이 다를 수 있어요. 2-3-5를 쓴 건 공격수를 많이 배치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윙백들이 돌아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공격수는 아니고 수비수에요. 예전엔 저도 (선수 시절엔) 윙이라서 직선적으로 돌파하고 크로스를 올리고 했죠. 요즘엔 벌려서서 하는 윙포워드들이 별로 없고 (안쪽으로) 들어와서 플레이하죠. 측면 수비수가 올라와서 자주 돌아나가고요. 전형적인 윙포워드들이 넓게 벌려서서 공격하고, 풀백들이 중앙에 들어와주면 (2-3-5 포메이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포메이션이 물론 특이하긴 하지만 '디테일'이 필요해요. 각 선수에게 임무를 주고, 또 전술에 맞는 선수로 구성을 해야 하고요. 전술 특성이 잘 나타나서 상대를 어렵게 만들고, 그 가운데에 선수들의 특징도 살아나도록 해야죠. (지난해에도) 포메이션은 그렇게 썼지만 깊이가 부족했던 느낌, 형태만 그랬던 거죠. 말은 쉬워요. '이번주는 4-4-2', '다음 경기는 3-5-2' 이런 식으로 (선수들을) 배치할 수야 있지만 그렇다고 전술적으로 다양한 감독이라고 평가하진 않잖아요. 선수들이 4-4-2 할 때나, 3-5-2 할 때나 똑같이 한다면 전술의 특징이 잘 안 살아나죠. 특이한 포메이션에서도 디테일을 살려야 하는데, 그게 지난해에 부족했던 것 같아요. 막판으로 갈수록 좀 좋아졌어요. 젊기 때문에 그런 시도들을 할 수 있고 또 여러 가지를 (시도)해봐야죠.


- 2-3-5 포메이션에서 뒤에 배치되는 5명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수비들의 빌드업 훈련을 지켜봤더니 풀백들이 좁혀서서 공을 돌리더라고요. 일반적으론 압박이 강할수록 넓게 벌려서야 한다고들 하죠. 분명 다른 디테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 넓게, 깊게 서라고들 많이 하죠. 지도자마다 각자 스타일이 있겠지만, 저는 (넓게 서면) 선수가 고립되기 쉽다고 봐요. 간격을 유지해야만 협력할 선수가 있고, 그래야 볼이 살아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나올 수 있어요. 넓게 서면 상대가 뛰는 거리를 늘린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 쪽으로 몰리고 나면 협력할 선수가 없다는 어려움도 있죠. 좁혀서 플레이하면, 옆에 있는 선수가 내가 미처 못 본 패스 각도를 볼 수가 있어요. 협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죠. 또 벌려 서 있으면 윙까지 갈 길을 다 막게 되는데, 좁혀서 있으면 풀백, 윙백,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길이 잘 나오니까 위치를 그렇게 잡는 것이죠. (고민을 많이 하신 포진이네요.) 그렇죠. 그냥 그렇게 서는 건 아니죠. 나름대로 의도를 갖고 진형을 갖춘 거죠.


- 공격 훈련을 보니 5명의 공격수를 두고 공간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침투하더라고요. 지난해에도 과제였던 '밀집 수비'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상대 팀들이 우리를 만나면 수비적으로 플레이해요. 특히 파이브백을 많이 서요. 포백이면 그래도 측면 공간이 있는데, 파이브백을 세우면 좌우로 공간이 잘 안 나요. 그래서 공격적인 선수를 많이 기용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수비 뒤 공간을 노려야죠. 사이드가 없으면 앞뒤로는 공간이 있고, (미드필더가) 앞에서도 간격을 좁혀버리더라도 (수비) 뒤엔 공간이 있으니까요. 때론 3-4-3이나 3-5-2를 세우면 어찌 됐든 수비가 많아져요. 윙백이 아무리 공격적이라고 해도 결국은 수비수거든요. (다른 팀들이) 수비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린 공격적으로 잡고 싶은 거죠. 비기기보다 승리를 더 많이 따내려면 골을 넣어야만 하고요. 그래서 공격수를 5명까지 두는거죠. 역습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난 시즌의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변화를 줬죠. 수비수들은 과하게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고, 공격수들을 믿고 맡기라고 해요. (수비수들은) 수비에서만 적극적으로 하고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요. 자리를 지키면서 역습을 안 주는 형태를 두는 거죠.


- 전방 압박도 집중 훈련한 것입니다. 거리, 공간, 위치에 따라 각 상황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아주 세세하게 지도를 하시던데요.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시죠?
수비는 지역이든, 전방 압박이든, 내려서든 약속이 있어요. 수비는 그런 약속을 갖고 하죠. 그 디테일을 선수들이 알고 있어야 해요. 선수들의 플레이는 지금까지 배운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갖고 해야죠. 저만 알고 있으면 안 되니까 일일이 하나씩 알려줘야 해요.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또 의외로 단순해요. 매 경기 새로운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패턴으로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하니까, 처음에 익숙해지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거죠. 뭔가 배울 때 늘 그렇듯이 처음이 어렵잖아요. 한 번 배우고 나면 서너 가지, 대여섯 가지씩 떠오르곤 하지만, 처음엔 하나도 힘드니까요. 세밀하게 지적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꽤 들죠. 정해진 틀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을 하면서, 각자 개성을 살리려는 거죠.


- 공격 전술과 수비 전술을 따졌을 때, 시간이 수비 조직을 갖추는 게 더 쉽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렇게 공격적인 전술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더 들 거고요.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생각하면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프로 감독으로서 부담감은 당연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 더 안 풀릴 수도 있죠. 공격(전술을 다지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게 맞아요. 그런데 리그가 시작되면 사실 수비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도 맞고요. 실점하지 않아야 하니까요. 저희가 지난해 공격적인 걸 너무 신경쓰면서, 수비엔 상대적으로 적은 준비를 하다 보니까 실점이 늘었던 것 같아요. 선수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적인 면에서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문제들을 보완하고 있고, 전술에도 변화를 줬고요. 모호했던 축구가 더 명확해졌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는 건 맞지만, 제가 하고 싶은 축구를 밀고 나갈 거에요. 경남이 잘 되려면 세밀한 축구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지 않고도 승격을 할 순 있겠지만, (지금 추구하는 축구가) 완성만 되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승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떤 팀이 되는지가 더 중요해요. 부담스럽더라도, 처음에 잘 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방식을 밀고 나가 완성해야만 결과와 내용, 경쟁력까지 모두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 훈련 때 '손흥민이 잘하는 이유는 잘 뛰기 때문'이라고 하는 걸 들었어요. 그렇게 표현하신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그걸 들었어요?(웃음) 선수들을 지도해보니까 모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손흥민을 굳이 예로 든 건 우리 선수들이 워낙 좋아하고, 잘 알기 때문이에요. 사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지컬(신체 능력)'이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땐 그래요. 우리 선수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의 보여지는 면만 보고 그렇게 축구를 하려고 해요. 하지만 호날두나 메시의 배경엔 따라갈 수 없는 속도와 끊임없는 체력이 있어요. 그걸 모르고 잔기술만 따라하려고 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특히나 K리그는 엄청나게 뛰는 리그고, 잘 뛰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해요. 본질적인 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려한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말을 했죠). 신체적으로 상대를 압도할 때, 말도 안되는 페인팅을 써도 통하거든요. 내가 상대보다 속도나 체력, 힘에서 약하다? 아무리 현란한 기술이 있어도 이길 수가 없어요. 2% 부족한 선수들이 있는데, 그걸 못 느끼는 것 같아요. 힘든 것을 좀 안하려고 하고. 내가 힘드니까 나가야 할 때 못 나가고, 수비할 때 조금씩 덜하는 거죠. 거기서 힘들다고 포기하는 거죠. 그런데 잘하는 선수들은, 그걸 이겨내거든요. 여기서 이겨내야, 상대가 포기할 때 한 발 더 뛰고 밀고 나가야 찬스가 오고 좋은 기회를 만든다는 걸 알죠. 힘들 때 이겨내려고 해서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거죠. 사실 손흥민이야 그런 걸 뛰어넘는 선수죠. 일반적인 프로 선수들로 봤을 때 '피지컬'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신인들이 사실 예전 팀에서야 잘한다고 평가받았겠죠. 수비보단 공격을 했을 거고요. 여기 와서 수비를 강하게 시키다보니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기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그걸 이해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습니다.


-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신체 능력, 기술, 축구 지능까지 두루 갖춰야 좋은 선수라고들 하던데요.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요.
머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피지컬이 뛰어나면서 머리가 좋다? 그러면 대표팀에 갈 선수라고 생각해요. 잉글랜드나 벨기에, 유로파리그, K리그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봤잖아요. 사실 프로 선수라면 3가지를 다 갖춰야죠. 체력이나 기술 모두 갖춰야 하고, 정신력도 중요하죠. 각 리그에는 레벨, 템포가 있어요. 실력이 떨어지면 그걸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근데 머리가 좋으면 그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능적으로만 하면 굳이 속도로만 싸울 필요가 없어요. 예전에 독일 월드컵 때였나, 프랑스랑 경기할 때였는데 (이)영표 형이 그러더라고요. 이제 저런 선수들 어떻게 막야아 하는지 알겠다고요. 갑자기 신체 능력이 발전한 건 아닐텐데, 지혜와 경험이 생긴거죠. 굉장히 템포가 빠른 팀에 가서 축구를 한다고 해도, 호나우두처럼 빠르고 저돌적이여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죠. 그 친구는 그렇게 하는 거고, 나름의 방법을 찾고 감독의 지시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죠.


이정협(경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 경남이 이적 시장에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 선수 보강엔 만족하시나요?
그럼요. 만족합니다. 저희는 포메이션이 특이하기 때문에, 거기에 잘 맞는 선수들로 구성해야 하죠. 그 구성을 고려하면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 이정협과 영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윌리안과 에르난데스에게 팬들의 기대감도 큽니다. 영입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바라고 계신가요.
각 선수들이 포지션에서 전술적인 역할이 있어요. 그걸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잘 돼야 전술의 특징이 살아나고, 그래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죠. 전술적인 이해는 국내 선수나 외국인 선수나 모두 같아야 해요. 하나의 축구를 펼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해요. 내가 잘하면 내가 편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잘해서 옆에 있느 선수가 편해질 수도 있거든요. 특히나 공격은 모두 기량이 우수하기 때문에, 가진 실력만 내준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봐요. 새로 온 선수들이 얼마나 전술적 이해를 갖고 해줄 수 있을지가 궁금해요.


- 이정협 선수에게 15골을 넣게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은 취소할게요. (20골 넣게 해주시나요?) 아니, 10골로 낮추겠습니다.(웃음)


- 이정협이 워낙 많이 뛰는 선수라 전술적으로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15골 발언은 그런 배경이 있으신거죠?
우리는 현재 잘하는 선수보단, 잘하면서도 우리 전술에 맞는 선수를 찾았어요. 키 크고 헤딩 좋고, 크로스 올라오면 마무리 잘하는 선수, 이른바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원하진 않았어요. 움직임을 많이 해줄 수 있고, 다른 선수들이 공간을 만들면 그곳으로 침투할 공격수가 필요했어요. 물론 그런 움직임도 잘하면서 마무리까지 잘해주면 최고죠. 그렇지만 마무리가 조금 좋지 않더라도, 그 움직임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여유나 찬스를 만들어주고, 상대를 어렵게 해주는 걸 원했어요. 국내에선 이정협이 우리 전술에 가장 잘 맞는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도 경기장에서 가서 봤을 때 조금 겉도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친구가 에너지가 넘치고, 스피드도 있고 역동적인 선수라서,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적극적으로 구애한 것도 전술적으로 이만큼 해줄 선수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죠.


- 승격을 위해서라면 시즌 초반부터 힘을 내야 할 것 같아요. 어느 정도면 전술적으로 힘을 낼 수 있을까요. 새롭게 영입 선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작년에 해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요. 리그가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니까요.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고요. 리그가 시작되어도 매 경기 승리를 노려야 하지만, 동시에 완성도를 높여가야죠. 일단 동계 훈련에서 원하는 정도의 완성도가 있어요. 실제 리그가 시작되면 벌어지는 상황에 대처하면서 팀을 잘 만들어가야죠.


- 처음부터 고공질주하기보단 아무래도 시즌을 치러가면서 좋아지겠네요.
그게 중요하죠. 지난해에도 제주 유나이티드만 봐도 처음엔 그리 좋지 않았죠. 부천FC처럼 처음에 엄청 잘 나가다가 중반 이후에 뚝 떨어진 경우가 있었죠. 저희도 중반까지 그리 좋지 않았는데 결국은 안정이 됐고 올라갈 뻔한 기억이 있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요. 적은 상대지만, 우리 목표는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상에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올해도 K리그2엔 만만한 팀들이 없는 느낌인데요. 중하위권에 있는 팀들도 내려서서 버티면 만만치가 않습니다. 올해 예상은 어떠신가요.
(작년보다)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익숙한 면도 있고, 쉽지 않겠지요. 훌륭한 (선수단이 있는) 김천 상무가 내려왔고, 부산 아이파크도 기업 구단으로서 외국인 감독님까지 선임해서 준비를 잘하고 있고요. 대전 하나시티즌은 1부 리그 상위권에 가 있어도 괜찮을 재정적인 역량이 있죠. 서울이랜드, 전남 드래곤즈처럼 작년에 좋았던 팀들도 있고요. 다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목표가 승격이긴 하지만 말이 쉽지,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누가 이길지 모르죠. 왜 이렇게 K리그2가 어려워졌는지, 감독으로선 어렵긴 하죠. 그래서 선수 영입에 신경을 썼고, 압도적으로 가기 위해서 구단주이신 김경수 도지사님께서도 많이 지원해주셨죠. 최대한 준비를 잘하고 있죠. 어렵겠지만 작년보단 나은 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해요.


- 원하는 축구를 펼치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여러 번 말씀해주셨어요. 반면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결과와 과정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세요.
저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제가 원하는 축구를 하면서 나와야 인정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대로 축구를 한 게 아니면 (결과가 나와도) 별로 안 기쁠 것 같아요. 우리는 프로 스포츠 구단, 도민 구단으로서 우리 혼자만의 리그를 치를 순 없죠. 팬들을 기쁘게 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결과와 재미를 모두 가지려면, 동계 훈련부터 준비한 것들이 리그에서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만 나온다고 해도 기쁘기야 하겠지만, 제 감독으로서 한계는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진 않아요. K리그1이나 더 높은 수준에 가서도 경쟁력 있는 축구를 펼치는 게 목표에요. 그저 결과만이 아니라 상대가 어려워할 만한 축구를 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의 목표는 승격이지만, 제 목표는 하려고 하는 축구를 완성하는 거에요.


- 내용도 결과도, 둘 다 잡겠다는 뜻이시죠?


그렇죠. 그게 그거니까. 평가는 결과가 나온 다음에 이뤄지겠죠. 결과가 나오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감독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평가보단 오늘 훈련한 대로 즐겁게 해보려고 해요. 저는 재밌거든요. 그리고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저도, 선수들도 많이 어려워했어요. 올해는 저도 쉽게 가르치고 선수들도 훨씬 쉽게 배우고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좋습니다.


- 궁극적으론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축구, 재미있는 축구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축구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희망을 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선수가 즐기면 당연히 팬들도 즐거우실 거에요. 팬들이 즐겁지 않은 때는 선수들이 힘들 때에요. 전 선수들이 쉽게 축구하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요. (상대편) 수비수들이 강하고 조직적으로 수비할 때, (상대를) 어렵게 하고, 괴롭히고, 실수를 유도해서 역습하는 거죠. 상대가 어려운 점들을 계속 공략하고 흔들 거에요. 압박이 들어왔을 때도 역이용해서 풀고 나가면, 상대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거든요.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죠. 팬들도 즐겁고, 선수들도 즐겁고. 내용과 결과가 좋으면 저도 좋고요. 어렵지만 지향점을 그런 축구에 두고 노력해야죠. 시즌 시작하면 물론 어려울 거에요. 계속 두드리다가 얻어맞고 지고 그럴 때도 있을 거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할 순 없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야죠. 완성도만 높아지면 좋은 팀이 될 거에요.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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