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문소리 "'세자매' 몸과 마음 보탠 소중한 영화"

류지윤 입력 2021. 1. 2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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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에게 영화 '세자매'는 유독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문소리는 김선영, 장윤주와 함께한 '세자매' 촬영 현장에 대해 "다신 없을 것 같은 현장"이라며 당시 기억을 불러들였다."영화 찍는 내내 서로를 응원하며 임했어요. 심지어 각자 집안일까지 공유하고, 형제에게 못할 이야기들도 털어놓으면서요.(웃음) 앞으로 영화를 하면서 동료들과 이렇게 깊은 관계를 또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장윤주는 굉장히 열려있는 자세로 작품에 뛰어들었어요. 김선영은 깊이가 있고 정서와 핵심을 잘 아는 배우죠. 늘 현장에서 함께 의논하고 서로 연기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 했어요."문소리의 종교는 불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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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나와 닮은 미연, 정면으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제작·프로듀서 기회 있다면 참여
3월부터 MBC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촬영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문소리에게 영화 '세자매'는 유독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직접 제작, 주연을 맡아서라기 보단 자신이 숨기고 싶어했던 깊숙한 이면을 고스란히 닮아있는 미연을 정면으로 마주해야했던 이유가 더 크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우아한 백조가 호수 아래에선 끊임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미연. 그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문소리의 귓가에 정확하게 들려왔다. 문소리는 미연을 받아들이기로 한 마음가짐을 '무릎을 꿇고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갔다''고 표현했다.


"사람 성격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렵잖아요. 제 안에도 어려가지 성격이 있어요. 저는 모든지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지는 걸 좋아해요. 안그러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속에 걸리는 걸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걸 잘 못하죠. 그런 점이 미연과 닮아있어요. 인물가 하나가 되려고 하니 '나 너 같은애 잘 아는데, 정가진 않거든?' 이런 마음이라 쉽게 정 붙이기 쉽지 않더라고요. 제게는 쉽지도, 흔치도 않은 캐릭터였어요."


문소리는 이승원 감독, 김선영 부부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승원 감독으로부터 '작품 한 번 하고싶다'는 말을 듣고 화답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시나리오를 건네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그의 따뜻한 시선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투자나 배급이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출연부터 결정했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이승원 감독과 김선영 부부를 처음 만났어요. '소통과 거짓말'이 부국제 초청을 받았고, 저는 당시 올해의 배우 부문 심사를 했어요. 그 해 독립영화의 밤 행사 자리에서 장준환 감독을 통해 인연을 맺었어요. 이승원 감독님이 제게 함께 작품하고 싶고 시나리오 구상 중이라고 하셨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보니 평범한 이야기지만 색깔이 강하고 이승원 감독님의 색깔이 잘 드러날 수 있겠다 싶었죠. 캐릭터들도 흥미로웠고요."


문소리는 '여배오는 오늘도'에서 연출, 제작, 주연의 역할을 해냈다. 이번에도 '세자매' 프로듀서와 공동제작을 겸했다. '오아시스'를 찍을 때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우는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닌, 영화의 전반적인걸 파악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일원이라는 가르침을 받아왔기에, 그에게 프로듀서나, 제작의 역할은 크게 낯설지 않았다.


"초기단계부터 같이 회의하고 의논했어요. 저는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에 회의하는 과정이 벅차거나 힘들진 않았어요.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제작까지 함께 하게 됐죠. 프로듀싱은 처음이지만 도움이 된다면 몸과 마음을 보태고 싶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타입의 여성 서사들의 영화들이 나왔으면 해요. 좋은 이야기의 프로듀서로 일할 수 있다면 언제든치 또 연출이나 제작 등에 참여할 의사가 있어요."


미연은 대학교수 남편에, 귀여운 자녀들, 그리고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인물이다. 남편의 내연녀로부터 받아온 반지를 두고 "당신이 잃어버린 것 같길래 내가 찾아왔다"고 할 만큼 자신의 가정에 흠이 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미연은 어디에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문소리는 미연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궁금증과 공감을 자아낼 수 있도록 캐릭터 균형에 힘을 썼다.


"모든 과정이 흥미진진했어요. 세 캐릭터가 평범하진 않잖아요. 결국 이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특별한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으로 흘러갔어요. 관객들이 '쟤네는 왜 저러는거야?'란 궁금증은 생기도록 하되 공감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사연이 있어보이도록 유도했죠. 균형을 맞추는 일이 어렵더라고요."


미연이 무서운 눈빛으로 돌변하는 때는 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다. 차분하면서도 강압적으로 딸에게 기도를 하라고 강요하지만 말을 듣지 않자 분노한다. 가장 닮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폭력적인 아버지와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불현 듯 떠오르는 어릴 때 기억이 힘들고,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미연의 이중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을 곳곳에 심어져있다. 불륜녀의 얼굴을 밟아버린 후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고 걱정한다.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현실에서 분출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밝혔다.


"그 장면 찍고 봤는데 호러 영화 같아서 다시 촬영을 할까 감독님과 고민 했어요. 내면이 폭발할 것 같지만 하나님의 힘으로 누르고 감추는 모습이 나와야 했어요. 이 장면에서도 저와 미연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싫어지기도 해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문소리는 김선영, 장윤주와 함께한 '세자매' 촬영 현장에 대해 "다신 없을 것 같은 현장"이라며 당시 기억을 불러들였다.


"영화 찍는 내내 서로를 응원하며 임했어요. 심지어 각자 집안일까지 공유하고, 형제에게 못할 이야기들도 털어놓으면서요.(웃음) 앞으로 영화를 하면서 동료들과 이렇게 깊은 관계를 또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장윤주는 굉장히 열려있는 자세로 작품에 뛰어들었어요. 김선영은 깊이가 있고 정서와 핵심을 잘 아는 배우죠. 늘 현장에서 함께 의논하고 서로 연기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 했어요."


문소리의 종교는 불교다. 하지만 성가대 지휘자란 캐릭터를 위해 교회에 다니고 유튜브로 찬송가를 들었다. 또 하루에 한 번씩은 찬송가 피아노 반주 연습에 돌입했다. 문소리는 미연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딸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딸과 1년에 두 번 정도 절에 가요. 그런데 영화 때문에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고 매일 집에서 찬송가를 피아노로 치니 딸이 '이제부터 교회다니는거냐'고 물어봤어요. 영화 때문에 다녀보려고 한다니까 '그러면 배신 아니냐'고 하더라고요.(웃음)"


문소리는 영화 속 '살아가야지'란 대사가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관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삶을 버거워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로 위로를 건넬 수 없어 만든 영화가 '세자매'라고 설명했다.


"이승원 감독님의 영화는 따뜻한 시선이 있어요. 그 시선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소리는 3월부터 MBC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촬영을 시작한다. 그는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예고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부탁했다.


"'미치지 않고서야'에서 정재영 씨와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정재영 씨와는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함께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 기대가 되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아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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