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칼럼] 유시민의 항복, 레임덕의 극치

데스크 2021. 1. 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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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에 이어진 임기 말 몸 사리기 주목
그의 사과 배경이 무엇이든 국민 대변하는 검찰 권력에 백기 든 것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6주년 기념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시민은 자신의 허위사실 주장에 대해 사과를 함으로써 그것이 진심이냐 술수냐를 따질 가치조차 없어져 버린 사람으로 전락했다.


그의 항복은 그러나 대통령 문재인을 비롯한 유시민, 조국, 김어준 등 이 정권의 주인공과 조연들(한때 미래의 주인공 후보로도 자타가 공인했던)의 사양(斜陽, 저녁때의 저무는 해)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들의 시대가 가고 있고, 그들은 그래서 훗날을 위해 보험도 들며 준비하고 있다. 레임덕의 극치다.


이 모든 출발은 지난 연말에 두드려진 법원의 3차례 판결 방망이였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문재인을 대리한 법무부장관(지금도 장관이다) 추미애의 검찰총장 윤석열 쫓아내기가 국민들의 반감을 크게 일으키면서 부동산 실정 등까지 겹쳐 여론이 지속해서 악화하던 중 나라의 법치(法治)와 정의를 지키는 판사들이 추미애와 조국, 정경심에게 잇따라 KO패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 판결들에 의해 사실상 금치산자(禁治産者, 자기 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의사 능력이 없는 심신 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가 되었다. 겉으로는 공수처 설립 강행과 검찰 개혁 시즌 2 어쩌고 하면서 의연한 척했으나 한번 크게 꺾여 버린 모멘텀을 살리긴 불가능에 가깝고, 무너지는 집 기둥이 완전히 쓰러지지 않도록이라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인데, 그래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선진국 근처에 와 있는 나라의 독립적인 국가 기관이 정권 입맛대로만 움직여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 무지하고 순진한 시각이다. 그 기관도 생물이어서 일단 출범을 하게 되면 독립성을 지키려고 어떻게든 노력하게 돼 있다.


더구나 때는 임기 말이다. 그 수장과 구성원들의 시야는 다음 정권에 더욱 더 미치게 될 것이다.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김진욱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필자는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야당과 언론들에 말해 주고 싶다. 집권 세력에게는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를... 벌써 야당 추천 공수처장 후보직을 사퇴한 변호사 석동현은 공수처 현판식에서 감격해 한 추미애를 향해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될 줄도 모르는데, 박수 치는 모습이라니….”라고 비웃지 않았던가?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이 느닷없이 검찰이 재단과 본인, 부인의 계좌를 추적한 것이 틀림없다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뒤엎고 그것이 거짓이었으며 따라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한다고 말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시간이 가면 밝혀질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사과함으로써 그는 거짓말을 한 사람이고, 검찰에 용서를 빌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한 유시민은 대권으로부터 천리, 만리 멀어진 것은 물론이요 이제 그 거짓말로 인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받는 검찰 수사에서 구속당하지 않고 징역형을 면해야 하는 피의자, 피고인 신세가 된 것이다.


그가 차기 대권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졌다는 건 본인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촉새’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세 치 혀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하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한 전과(前科)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믿을 수 없는 말장난 꾼이라는 평을 다수 국민에게 받는 한 그는 문빠들의 열렬 지지로 국회의원, 장관까지는 오를 수 있었을지라도 그 이상은 감히 꿈도 못 꿀 수준과 인격의 사람이다.


그의 궤변(詭辯)은 조국 사태 때 조국 아내인 동양대 교수 정경심이 학교 연구실 PC를 빼돌린 사실에 대해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존을 위한 것”이라고 한 요설(妖說)에서 극에 달했다. 이 말도 검찰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검찰이 그 컴퓨터로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집으로 미리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조국 수호 조빠, 문빠 들에게는 박수를 받을 참으로 그럴듯한 이런 말장난 ‘논리’를 유시민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 좋은 머리로 힘들이지 않고 순간적으로 발명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연루됐던 서울대 프락치(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피해자들로부터 허위사실 유포로 제소당한 적이 있고,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심재철과는 전두환 신군부 수사 기관에서의 동료 운동권 학생 명단 제출(배신) 문제로 진실 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2021년 초 대한민국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힘센 사람은 대통령 문재인이 아니라 검찰총장 윤석열이다. 그는 법원 판결로 정권의 몰아내기 시도에서 살아남아 오는 7월까지의 임기가 확실히 보장됐다. 앞으로는 더는 그의 신분을 흔들 일도 없다고 봐야 한다. 권한이 수사권뿐이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 대통령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다.


죄짓지 않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윤석열이 전혀 무섭지 않으나 죄지은 자들은 검찰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 윤석열은 법치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을 대신해 죄지은 자, 특히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조용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대통령 문재인이 신년 주초 기자회견에서 답변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내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시민의 사과는 주군(主君)의 이러한 윤석열 달래기 또는 퇴임 후를 의식한 몸 사리기로의 자세 전환 이후 일주일도 못 돼 나왔다. 요즘 어째 조용한 다른 조연들, 즉 조국 김어준 외 민주당 안팎 친문 인사들도 백기를 들고 줄줄이 투항(投降)하는 행렬이 이어질지 지켜보기로 하자.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데일리안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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