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사랑 어마어마" 유기견 엄마 제아의 제주살이 [인터뷰]
브아걸 제아로 받은 상처, 반려견과 함께 치유
"이 아이들과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것 같아"
때로는 누군가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제아와 반려견 반달, 몽실, 홍숙이의 이야기다. 4인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리더이자 메인보컬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제아에게 지난 2017년은 고독하고 괴로운 시기였다. 그 때 제아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은 가족같은 반려견들이었다. 2013년 입양한 반달이와 이후 합류한 몽실이, 홍숙이는 제아에게 우울할 틈 없이 따뜻한 나날을 선물했다.
“이 아이들이랑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반달이는 눈이 진짜 예뻐서 바라만 봐도 모든 게 치유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몽실이는 ‘몽실?’ 이름만 불러도 바로 배를 까면서 달려와요. 큰 진돗개 홍숙이는 자기가 소형견인 줄 알아요. 아이들의 애교가 그리워서 서울에서 일 마치면 바로 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돌아올 정도예요.”
반려견에게 행복한 견생을 선물하고 싶었던 제아는 삶의 터전을 서울에서 제주로 옮겼다. 올해 9살, 10살로 노견이 된 반달이와 몽실이가 여생을 마음껏 뛰놀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에서 제아와 반려견은 매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순수한 사랑을 주고받는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애정을 드러낸 그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며 근황을 전했다.
-오랜만의 언론 인터뷰인데, 어떻게 지냈는지
“드라마 OST 등 음악 작업도 꾸준히 하면서 지금은 제주도로 건너와서 살고 있다. 1년 전 예능프로그램 촬영차 반려견 반달이, 몽실이랑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를 할 때였다. 아이들이 난생처음 오름에 올라갔는데 신세계를 본 듯한 그 표정과 몸짓을 잊을 수 없다. 강아지들은 기분이 최고로 좋으면 땅바닥에 등을 비비는 ‘흙목욕’을 하는데 그걸 계속하더라. 이만큼이나 좋아할 줄이야. 도저히 ‘서울 가자’ 소리 못하겠더라. 그래서 바로 제주도 집을 계약했다.”
-반달이, 몽실이, 홍숙이를 차례로 입양한 계기는
“반달이는 아는 방송PD의 권유로 보호소에서 입양했다. 입양 공고에서 ‘흰 강아지 위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반달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이 아이다’ 싶더라. 평소 학대당한 동물들을 보면 울분이 차서 몸이 아프다. 그런데 영상 속 반달이는 너무 떨고 있었고, 또 탈모로 털도 듬성듬성 빠져 있더라. 임시보호자가 너무 잘 보살폈지만 반달이의 처지가 짠해서 눈물이 났다. 얘를 내가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양 의사를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부모님이 지인에게서 몽실이를 분양받았다. 그런데 몽실이가 반달이를 너무 좋아했다. 몽실이는 물건을 물어뜯는 문제 행동도 있었는데 반달이랑 함께 있으면서 싹 고칠 정도로. 도저히 둘을 떼어 놓을 수가 없어서 함께 키우게 됐다. 홍숙이는 제주도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친구다. 지난해 11월 1일 가족이 됐다. 홍숙이를 처음 만날 때 반달이와 만났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으로는 당장 입양하고 싶었는데 기존 견공들과 성향이 안 맞을까 걱정됐다. 덩치 큰 진돗개 믹스견이어서 그런지 약간 경계하다가 이후 너무 잘 놀아서 입양하게 됐다.”
-세마리나 입양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몽실이는 그냥 똥을 물어다 놓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온 집안에 똥칠을 해놨다. 저도 사람인지라 힘든 날에는 눈물이 났다. 울면서 쇼파를 닦고 그랬다. 전문가한테 물어봤더니 너무 어릴 적부터 식분증이 생긴 애들은 고치기 힘들다더라. 그런 습관을 받아들이되 바다 수영도 시키고 산책도 많이 하고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해줬다. 그랬더니 문제 행동이 완전히 사라졌다. 셋이 시끄러울 정도로 잘 어울린 덕분 아닐까. 셋의 만남은 정말 운명인 것 같다.”
-일정이 불규칙하고 바쁜 연예인인데 세 마리를 감당할 수 있나
“제주도를 떠날 일이 생겨서 집을 오래 비울 때는 펫시터 분을 고용한다. 하지만 되도록 스케줄만 소화하고 바로 제주로 돌아오는 편이다. 펫시터 분이 귀가한 다음에는 이웃집 친구가 돌봐줘서 너무 든든하다.”
-반달이는 촬영 현장에 데리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던데
“첫 입양한 반달이는 똥꼬발랄했지만 파양의 아픔이 있는 아이를 혼자 두는 게 불안해서 스케줄 때마다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유기견 생활할 때 맞은 기억이 있는지 검은 옷 입은 성인 남성만 보면 예민하게 짖었다. 하지만 현장 스태프들이 유쾌하게 받아줬다. 아저씨만 보면 예민하게 짖어서 ‘아저씨 감별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총각인데도 반달이가 짖으면 ‘아저씬가보다’ 하고 놀렸고, 안 짖으면 ‘안 짖었다, 나 아저씨 아니다’라면서 좋아하셨다.”
-세 마리를 입양하고 세상보는 눈이 달라졌다던데
“산책이 그렇게 산뜻한 건지 몰랐다. 나가기 직전에는 되게 귀찮은데 막상 나가면 기분이 너무 좋더라. 반달이 덕분에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됐다.
이런 말 하면 ‘뻥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주도 체험할 때 몽실이가 자기 전에 꼭 와서 ‘엄마 나 진짜 행복해, 고마워’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진짜 그렇게 느꼈다. 강아지를 오래 키웠던 분들은 ‘고맙다고 말하는거 맞다’고 말하는데 강아지 안 키우는 사람들은 ‘너무 니 마음대로 생각하는거 아니냐’고 한다(웃음). 나한테는 얘들이 진짜 사람 같다. 가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내가 자식이 있니, 뭐가 있니, 너네만 건강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 정도로 이 아이들이 저한테는 너무 큰 힘이 되어준다.”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에도 견공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단단해지는 과정에는 얘들이 함께였다. 이 친구들과 집에만 있어도 다 채워지는 느낌. 세상이 두려울 게 없는 느낌. 덕분에 다시 밝고 씩씩해질 수 있었다. 예전의 나는 사람들을 잘 믿고 배신도 많이 당했지만, 얘네는 날 배신하지 않는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인간보다 니네가 낫다. 나를 배신할 리 없으니까’라고 고마워한다. 우울증을 계기로 여러 면에서 단단해졌다. 이전에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어서 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의 말에도 크게 휘둘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적절한 거리를 둘 줄 아는 어른이 됐다.”
-반려견과 교감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아이들의 세세한 몸동작, 눈빛 하나로 그날 기분이 좌우된다. 얘네도 감정이 있고, 그 감정에 따라서 내가 움직인다. 예를 들어서 홍숙이는 정말 애교가 많다. 쇼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으면 등짝으로 얼굴을 밀고 들어온다. 반짝이는 화면을 피해 얼굴을 숨기는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콧바람이 스팀 다리미처럼 내 등판을 달군다. 이런 귀여운 행동 때문에 스케줄 마치고 빨리 집에 가고 싶더라. 반대로 아이들이 우울하면 걱정된다. 정말 사람이랑 똑같다. 얘들 뒷통수만 봐도 ‘반, 몽, 숙 때문에라도 힘을 더 내야지’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정말 의미있고 귀엽다.”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친구들이 ‘그래도 새끼부터 키우고 싶지 않아?’ ‘유기견 키우기 힘들지 않아?’ 이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친구들에게서 받는 사랑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초반에는 예민하게 구는 문제로 힘들 수 있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유대감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나면 이 친구들이 주는 사랑이 정말 크다. 유기견 구조 소식이 들려오면 ‘빨리 데려오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 분들 계실 것이다. 입양 고민만 했던 분들은 연초 따뜻한 일 하나 하시는 게 어떨까.”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김남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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