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 지형도

이준목 2021. 1. 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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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생 감독 3명뿐.. 현대 야구 변화 따라 감독 역할 또한 바뀌어

[이준목 기자]

 지난해 10월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13대8로 승리한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가오는 2021시즌을 이끌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감독 선임이 완료됐다. 유일하게 감독이 공석이었던 키움 히어로즈가 최근 홍원기 신임 감독을 선임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으로 사령탑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최근 프로야구의 대세는 '세대교체와 새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감독 최고령은 65년생인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 KBO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이 최연장자가 되는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강철 kt 감독까지 포함해도 60년대생 감독은 이제 3명만 남았다.

10개 구단 사령탑들 중 무려 7개구단이 70년대생-40대 이하의 젊은 감독들을 선임했다. 류지현(LG) 감독은 71년생이고, 허문회(롯데)-허삼영(삼성)-김원형(SK)-수베로(한화) 감독까지 4명이 72년생 동갑내기들이다. 홍원기 감독이 73년생으로 뒤를 잇고 있으며, 프로야구 최연소는 74년생인 이동욱 NC 감독이다.

이른바 어린 시절 프로야구 출범을 지켜보면서 성장한 '야구 키즈' 세대들이 어느덧 선수를 거쳐 감독을 할 정도의 나이가 된 것이다. 류지현-이강철-윌리엄스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현역시절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기보다는, 무명 선수였거나 코치-프런트 등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전문성을 인정받는 지도자들이 점점 득세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이를 떠나 KBO리그 현역 감독들의 경력 '연차'는 대부분 그리 길지않다. 김응용-김성근 시대처럼 10년-20년째 감독 생활을 이어가는 인물들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김태형 감독은 나이 서열로는 두 번째이지만 감독 경력에서는 2015년부터 두산을 이끌며 올해 7년차만에 어느덧 리그 최고참 감독이 됐다. 해외리그까지 포함하면 최연장자인 윌리엄스 감독이 2014년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직을 맡으면서 '감독 데뷔'는 가장 가장 빨랐지만, 감독직을 수행한 연차로만 정확하게 따지면 현재 KIA 시절까지 포함해도 불과 3시즌뿐이다.

나머지 8개 구단은 감독들의 데뷔부터 활동 연차가 모두 3년 이하다. 이강철 kt 감독이 올해 3년차를 맞이하고, 허문회-허삼영 감독은 올해 초보 딱지를 겨우 뗀 2년차가 된다. 류지현-김원형-홍원기-수베로 감독은 다음 시즌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 감독들이다. 다만 수베로 감독은 프로 최상위리그 감독직은 한화가 처음이지만, 미국 마이너리그 다수팀과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직까지 역임한 바 있다.

2021시즌에는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감독간의 맞대결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제리 로이스터(2007~2009, 롯데), 트레이 힐만(2017~18 SK) 감독 등은 당시 리그의 유일한 외국인 감독으로 활동하던 시대가 달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대표적인 스타 출신 감독이라면, 수베로 감독은 선수부터 지도자 경력까지 마이너리그 위주로 활동했던 무명 출신이라는 대조적인 경력도 눈에 띈다. 나란히 소속팀이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외국인 감독들에게 리빌딩이라는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다는 상황도 흥미로운 비교대상이 될 전망이다.

KBO리그 감독들의 빠른 세대교체 흐름은 한편으로 경험 많은 베테랑 감독들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0 시즌에만 류중일 전 LG 감독- 염경엽 전 SK 감독-한용덕 전 한화 감독, 손혁 전 키움 감독까지 무려 4명의 감독들이 한꺼번에 현장에서 사라졌다. 데뷔 첫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손혁 감독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모두 60년대생 지도자들이다. 특히 류중일 감독(2011년)과 염경엽 감독(2013년)은 2010년대 초반부터 감독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베테랑 지도자들이다.

류 감독은 LG를 2년 연속 4위로 이끌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운 모습을 노출하며 우승에 실패하면서 재계약이 멀어졌다. 염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역대급 추락에 이어 올시즌에는 리그 9위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고 건강문제까지 겹쳐 결국 임기를 채우지못했다.

이보다 앞서 프로야구 1세대 감독의 대표주자였던 김응용-김성근-김인식-김영덕-백인천-이광환 같은 노감독들은 세월의 흐름에 밀려 하나둘씩 자연히 사라졌다. 이들의 뒤를 이은 2세대 감독들도 이제 김경문 감독(야구국가대표팀) 정도만이 현역에 남아있을뿐, 선동열-김재박-조범현-김기태-김진욱-김시진-이만수-양상문 같은 50~60대 감독들은 이제 하나둘씩 현장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현역에서 물러난 이들은 야구 행정 분야에 진출하거나 해설위원, 혹은 재야에서의 야구 홍보활동 등으로 새로운 인생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들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감독들이 말년 마지막 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에 가까운 모양새로 밀려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의미하는 바도 크다. 이는 그동안 야구계에서 자주 거론됐던 '명장 허상론'에 다시금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데이터와 프런트 중심의 야구가 득세하면서 감독의 용병술이나 개인 역량이 실제 승부에 미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또한 현대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이란 총괄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매니저에서 1군 헤드코치로 의미가 변화하고있는 추세다.

감독의 권위보다는 선수단 및 프런트와의 수평적인 소통과 공감능력이 중시되고,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야구 지도자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한 번 실패하면 소모품처럼 감독을 쉽게 갈아치우며 재기가 어려워지는 풍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독들의 직업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시대에 장수하는 프로 감독들을 볼 수 있으려면, 먼저 리더들이 달라진 프로야구계가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을 만한 준비가 되었는지부터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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