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놓고 '설왕설래'

임유정 2021.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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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중대본 회의서 기재부에 제도 마련 지시
외식업 종사자들 간 의견 분분.."장단점 명확"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한 음식점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관련 정부 부처에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지시한 가운데 외식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외식업 피해가 이미 심각 수준을 넘어서면서 장기적으로 일정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엔 이견이 없지만, 일정한 기준에 따른 형평성 등 다양한 문제점이 뒤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추진하라고 기획재정부에 공식 지시했다.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를 법으로 못 박으라는 얘기다.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은 코로나 3차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염병 확산 국면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일시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론도 더해졌다. 재난지원금을 줄 때마다 정치적 상황과 여론 향배에 따라 단편적으로 지급 방식이 결정되는데다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지원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시혜적 성격이 짙은 일회성 ‘지원금’보다는, 공공 방역을 목적으로 정부가 영업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내리면 그에 걸맞은 ‘법적 보상’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나랏돈 관리를 책임지는 기재부가 마지막까지 버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업 피해 보상 범위를 얼마만큼 잡느냐 따라 소요 금액 역시 천차만별인 데다, 일부만 지원하더라도 필요한 액수는 상당하다.


현재 독일,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법제화 돼 있거나 자영업 피해에 대한 보상 규모가 크다. 그러나 자영업 취업자 비율이 10% 안팎으로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업소당 통 크게 지원해도 한국 만큼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


반면 한국은 자영업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지원 대상을 일부로 한정하더라도 수조원, 많게는 100조원 가까운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나라 곳간은 이미 비상 상황이다. 올 한 해만 150조원 국가채무 증가(지난해 본예산 대비)가 예고돼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한 음식점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외식업 종사자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법에 명시한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 매우 정확하고 신중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손실은 같은 영업금지·제한업종 사이에서도 천차만별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자영업자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도 문제다. 어떤 기준을 만들어도 탈락한 사람들의 불만이 상당할텐데, 그렇다고 법을 하루 만에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서 2~3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형평성 항의가 빗발쳤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영업자 A씨(40대)는 “솔직히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고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이런 비슷한 상황과 마주할지 모르는데, 국가가 나서서 대비책을 마련해 준다고 하면 마다할 사람이 어디있냐”며 “다른 나라처럼 국민이 합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자영업자 B씨(30대)는 “자영업자에게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법제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난지원금만 하더라도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았고, 이를 둘러싼 형평성과 소외 문제 등 또 다른 어려움을 만들었다”며 “신중하게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법제화 여부에 정치적으로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의 지원금을 늘리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가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자영업 표심잡기용일 뿐이라는 시각도 뒤따른다.


여의도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김모(40대)씨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본 국민을 국가가 누구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등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며 “정부가 손실이 난 걸 보전해 준다면 경제활동 유인이 줄어들 여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피해 보존과 관련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피력하자 정 총리가 차별화 전략에서 손실보상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며 “4·7 재·보선과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정치권의 퍼주기 경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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