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를 보낸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 어느 할머니의 추모시

김하나 2021. 1. 2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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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일 짧은 생마저 절반은 입양부모의 학대와 방임 속에 삶을 마감한 정인이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묘소에 남겨진 한 할머니의 추모시(詩)가 감동을 주고 있다.

글에는 심현옥 할머니가 정인이의 묘소에 두고 간 추모시가 담겼다.'정인이의 설빔 때때 옷'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시 형식의 글에는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 한 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을 공포 속에 온몸 다디미질을 당했구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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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길잃은 천사 묘역ⓒ연합뉴스

271일 짧은 생마저 절반은 입양부모의 학대와 방임 속에 삶을 마감한 정인이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묘소에 남겨진 한 할머니의 추모시(詩)가 감동을 주고 있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인이 묘에 어느 할머니가 남긴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심현옥 할머니가 정인이의 묘소에 두고 간 추모시가 담겼다.


'정인이의 설빔 때때 옷'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시 형식의 글에는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 한 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을 공포 속에 온몸 다디미질을 당했구나"라고 했다.


이어 "췌장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도록 아가야 어찌 견디었느냐.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푸른하늘 한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 벌 지어줄게"라고 했다.


묘소에 놓인 정인이 사진ⓒ연합뉴스

심 할머니는 "구름 한줌 떠다가 모자로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주리니 손 시려 발 시려 온 몸이 얼었구나"라는 문장을 담았다.


그러면서 "할머니 품에 언 몸 녹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가거라 걸어서 저 별까지 가려면 밤새 지은 할미 천사 옷 입고 가야지"라고 적었다.


그는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이 왔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라 부서진 몸 몰라볼 수 있으니 아가야! 너를 보낸 이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고 썼다.


이 시민은 편지 말미에 '지난 17일 과천에서 할머니가'라고 덧붙였다.


정인이가 잠든 안데르센 공원묘지 초기 모습ⓒ보배드림 캡처

지금은 많은 조문객이 찾는 경기도 양평군 안데르센 공원묘원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만 해도 앙상한 나뭇가지와 '안율하'라는 이름이 적힌 비석, 관리가 안 돼 시들어버린 꽃이 심어진 작은 화분, 생전 정인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담긴 액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액자는 물에 젖은 채 방치돼 있어 정인이의 마지막 길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습이 쓸쓸하다 못해 초라했다. 정인이가 잠든 묘지는 무료 장지였으며, 양부모가 정인이의 마지막 길에 들인 비용은 다이소 액자 구매에 쓴 3000원이 전부였다.

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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