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눈폭탄 때, 경북선 산불 13번..韓 들쑤신 '그놈' 정체
지난 6일 갑작스런 폭설이 내린 수도권의 퇴근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기상청이 예보한 강설 시작 시각이 오후 9시 이후였고 예상 적설량도 1~4㎝ 정도였지만, 이보다 훨씬 일찍 훨씬 많은 눈이 내리면서 주요 도로의 교통이 마비됐다.
경기도 성남시 회사에서 퇴근한 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집으로 버스를 탔던 회사원은 버스 안에 10시간을 갇혀 있었고, 빙판길에서 차가 계속 미끄러지자 도로에 승용차를 버려두고 귀가한 이들도 속출했다. 당시 서울에는 3.6~13.7㎝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전라, 제주 산지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
같은 날 경북 지역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수도권에 ‘눈폭탄’이 떨어지고 있을 때 경북 산지에선 한창 산불 진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경북 영덕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4분쯤 영덕군 창수면 오촌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11시간 동안 이어졌다. 헬기 17대, 진화차 15대, 인력 600여 명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 불로 산림 약 6.5㏊가 소실됐다. 이날 경북 동해안 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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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눈폭탄인데 경북엔 '산불' 왜
엿새 뒤인 지난 12일에도 서울에는 4.5㎝의 눈이 내렸다. 서울시는 제설 2단계 근무에 들어가 8000여 명의 인력과 1078대의 제설차량 장비를 투입했다. 반면 전날 오후 7시35분쯤 영덕군에는 다시 산불이 발생해 산림 0.05㏊를 태웠다.
대규모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울 1㎝ 적설에 그쳤던 지난 18일에도 경북에서 산불은 또 발생했다. 18일 낮 12시33분쯤 경주시 양남면 서동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일어나 산불진화헬기 5대와 인력 67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처럼 올해 1월에는 수도권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고 경북 지역에는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이 빈발했다. 기상청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서는 세 차례 눈이 내렸다. 반면 경북 지역에는 같은 기간 13건(피해 면적 14.05㏊)의 산불이 발생했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고락삼 과장은 “영남 내륙과 동해안 지역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중 50%가 야간 산불로 이어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륙에 찬 공기가 몰려 있는 가운데 온난한 공기가 서쪽에서 불어들면서 해상의 눈구름대가 서해안으로 유입돼 서부권에는 눈이, 동부권에는 건조하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 주변의 온도 변화가 평년보다 큰 상황”이라며 “매우 차가운 공기가 지배한 상황에서 온난한 공기가 불어드는 형태가 반복되면서 강한 눈 구름대가 자주 발달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지역에 산불이 빈발하자 경북도는 산불 방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는 지난 19일 각 지자체 산림부서장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불 예방 대책 논의를 위한 긴급 영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산림 인접지에서 농산폐기물 소각을 금지하고 야간 산불 대기 감시인력 근무시장 연장 운영, 산불을 일으킨 사람에 대한 추적 검거 강화 등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올해 산불진화헬기 14대 임차 운영 예산 108억원, 산불전문 예방진화대 1200명 선발 예산 172억원, 산불방지지원센터 6곳 개소 비용 24억원 등 총 508억원을 산불방지 관련 예산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조광래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산림 인접지에서 농산폐기물과 쓰레기 소각행위를 하지 않는 등 도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에 산불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지 않도록 산불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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