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것은 다 판 두산,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재도약할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두산그룹의 ‘3조원 자구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그룹의 재건 방향 및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은 연료전지, 드론, 협동로봇, 풍력발전터빈 등 그간 준비해온 신사업을 발판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는 구상을 내놓는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한 두산이 역설적으로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이달 말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면 10개월여간 쉬지 않고 추진한 자구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앞서 국내 화력발전, 원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두산그룹은 정부의 탈석탄·원전 기조와 세계적인 환경규제 분위기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후 지난해 3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자구안 마련을 약속하고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 굵직한 사업 및 자산을 정리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어려운 과거를 뒤로하고 올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두산이 내놓은 미래 먹거리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를 동력으로 한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다.
그룹 부활의 선두에 연료전지 개발 기업인 두산퓨얼셀이 있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다.
2018년 세계 최대 부생수소 발전소를 수주해 연료전지 시장에 진입한 두산퓨얼셀은 수소경제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관련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전공기업 등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이용하도록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공급의무비율은 매년 올라 지난해 7%에서 2022년 10%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2019년 수주 1조원을 달성한 두산퓨얼셀은 2023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은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개발 기술을 응용해 드론을 개발한다. 2016년 설립된 DMI는 최대 5㎏ 화물을 탑재해 2시간 비행이 가능한 드론용 수소 연료전지팩과 수소 드론을 개발하고 2019년부터 본격 판매에 나섰다.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해 드론 비행시간을 늘리고 사업화한 건 DMI가 세계 최초인 만큼 시장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두산은 기대한다.
DMI는 앞으로 장거리 비행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보고 물류 사업을 포함한 비가시권 비행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2017년 협동로봇 4개 모델 양산에 성공한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상품 모델을 10개로 늘려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일본 미국 중국 등 24개국에 대리점 36개를 내는 등 해외 영업 네트워크도 활발히 확장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앞으로 AI 등을 활용한 로봇의 지능화를 추진해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의료용, 서비스용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주요 계열사 두산중공업도 가스터빈 사업과 해상풍력 사업을 양축으로 친환경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 사업을 2025년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다섯 번째로 270㎿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은 2019년 서부발전과 김포열병합발전소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신사업 역량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업계에선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에서 빠지면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은 5조9133억원으로 두산중공업 매출의 52% 이상을 차지한다. 매각 대상이 아닌 자회사 두산밥캣분을 고려해도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개발 기업 두산솔루스를 판 것도 경쟁력에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두산이 주요 계열사를 팔고 주력했던 원전사업의 비중을 줄이면서 외형적 축소는 불가피”라고 봤다. 이 교수는 “자구안 이행으로 급한 재무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기존 사업의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기술개발 등을 통해 신사업 시장의 경쟁력을 빠르게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다만 이미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선진국 기업들이 선점했기 때문에 점유율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과거 IMF 외환위기 직전 소비재 기업에서 중장비 기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며 “이 같은 경험을 살린다면 이번에도 ‘제3의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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