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의 항변 "국가채무 1000조.. 재정은 화수분 아냐"

조민아 2021. 1.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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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대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표현하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과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라고 22일 밝혔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에 지시한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검토하겠다면서도, 경제 수장으로 국가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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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기재부 나라냐" 질책 후
"법제화 깊이있게 검토" 한발 후퇴
4차 재난지원금 시기상조 입장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2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피해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입법 움직임에 대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홍 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대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표현하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과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라고 22일 밝혔다.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에 지시한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검토하겠다면서도, 경제 수장으로 국가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 문제 관련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등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43.9%로 올랐고, 올해 47.3%, 내년에는 50%를 넘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과도한 국가채무는 모두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의 가장 큰 부담은 재원이라는 문제는 계속 지적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직전 연도 대비 손실액의 50~70% 보상, 최저임금 소득 수준에 맞추는 방안 등이 법안으로 나오고 있다. 법안대로 시행되면 월 1조2300억원에서 최대 24조원까지 든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도 “당장 모 의원님 제시안대로 (진행)할 경우 월 24조원이 소요돼 4개월 지급 시 우리나라 복지 예산의 절반 수준인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보상 대상과 규모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손실보상제 관련) 가능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지만, 혹여 입법적 제도화 관련 재정 당국으로서 어려움이나 한계가 있는 부분은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고 조율하려는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손실보상제 논의에 협조는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재정의 한계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장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 부총리가 정 총리의 손실보상제 검토 지시 후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0일 손실보상제에 대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정 총리는 방송에 출연해서 김 차관을 겨냥해 “개혁 과정에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대해선 “3차 피해지원대책 집행이 속도감 있게 실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4차 지급 문제는 향후 상황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지급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선별 지급이 보다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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