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중단 '문구' 이성윤 반부패부 요구 따랐다"

정유진 2021. 1. 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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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관련 수사를 중단하는 보고서의 '문구'를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직접 요구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이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은폐하려 했다는 1차 공익신고서에 이어 지난 20일 자 2차 공익신고서 내용이다. 2차 공익신고서에는 이 지검장의 은폐 의혹이 더욱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수사 종결하라며 문구 불러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다. [뉴스1]

2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14페이지 분량의 2차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2019년 4월 10일 김 전 차관 사건을 배당받은 안양지청은 3개월 만인 7월 4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김 전 차관 출금 정보유출 의혹 사건 수사결과 보고'를 올렸다. 5일 후인 7월 10일 공익법무관 2명과 출입국공무원 3명을 '혐의없음'으로 처리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안양지청은 수사결과 보고서에 '긴급 출금의 위법 여부에 관해 더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적시해 보고했다. 사유에는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는 진행계획이 없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이는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 "해당 문구를 넣어 최종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수사를 종결하라는 요구와 함께 해당 문구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해당 문구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7일 법무부가 5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김 전 차관의 해외출국시도가 적발된 시점이 불과 비행기 탑승 1시간 20분 전으로 매우 급박했던 상황이었다"며 당시 출금 조치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내용과 묘하게 닮아있다.


불법은 맞지만 수사 중단?
일선 검사들은 당시 안양지청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요구로 보고서에 기재한 수사중단 사유가 불법 출금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동부지검장 사후 승인'과 관련,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은 "이 검사의 긴급 출금 요청을 사후 추인한 거로 해달라"고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부지검에 이런 요구를 한 인물로 이성윤 검사장이 지목된다.

또 김 전 차관을 출금한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통보받고 23일 0시 8분 인천공항에 보낸 긴급 출금 요청서에 김 전 차관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를 기재했다. 출국을 막은 뒤엔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내사 번호로 긴급 출금 승인 요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 출금 승인 요청서에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으로부터 출금 권한을 위임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 한찬식 代 이규원'으로 수기로 기재하기도 했다.


이규원 혐의는 보고도 못해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수사 중단 한 달 전인 2019년 6월 안양지청도 역시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가 가능해 수원고검에 이 검사의 비위 사실을 보고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안양지청이 수사 과정을 실시간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로부터 수사의뢰 범위를 넘는 조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이 검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보고도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관해 공익신고서는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긴급 출금의 위법성 수사 내용을 인지하고 수사를 중단시켰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일선의 수사 보고를 대검이 무슨 수로 막느냐. 대검에서 일선의 수사 보고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을 전부 수사 방해라고 하면 대검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추가 수사를 중단하라고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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