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화수분이냐" 또 반기 든 홍남기..與 "국민 피눈물 외면"

김준영 2021. 1. 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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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ㆍ정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2일 또다시 반기를 들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과 관련 “부처 간, 당ㆍ정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재정 지출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의 비판을, 특히 전날(21일)엔 정세균 국무총리에게서도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는 질타를 받은 상황에서 나온 반박이었다.

22일은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실보상제 입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2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중앙포토]

정 총리나 민주당측에서 홍 부총리 글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다. 총리실 관계자도 “글의 전체 맥락을 보면 홍 부총리도 결국은 제도화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등 자극적인 표현에 여당 내부는 많이 불편해했다.

연초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내부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시작되자 홍 부총리는 당시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11일)는 말을 했다.

'화수분'은 재물이 끝없이 나오는 설화 속의 보물단지를 뜻하는데, 홍 부총리가 '나랏돈을 무한정 쓸 수 없다'는 의미로 이 표현을 계속 반복하자 민주당 내부에선 발끈하는 분위기다.

허영 대변인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손실보상제는 대통령ㆍ국무총리ㆍ여당ㆍ야당 모두가 공감을 이뤄 법제화를 하는 중인데 기재부가 재정만을 우려해 피눈물 흘리는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려하니 정말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손실보상제 법안을 냈거나 발의 예정인 의원들도 비판을 냈다.
이날 국회에서 손실보상제 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회견 후 홍 부총리 화수분 발언 관련해 “국가 재정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걸(손실보상) 하는 건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손실보상제 입법을 준비 중인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보도자료에서 “기재부가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에 소극적이라면 대통령은 홍 부총리 교체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측 기류도 비슷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호남 지역구 다선 의원은 “코로나로 다들 워낙 힘드니 손실 보상을 하자는 것이지 정부 재정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추진하는 게 아니다. 소상공인들이 당장 숨 넘어가기 직전인데, 홍 부총리가 사려 깊은 판단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수도권 초선의원도 “기재부가 계속 국가재정 살림을 자기들만 생각하는 것처럼 말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재정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 기재부만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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