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273일만에 안필드에서 진 챔피언 리버풀

심재철 2021. 1. 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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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0-1 번리

[심재철 기자]

마이크 딘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고 리버풀 선수들은 빈 관중석조차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이 한 게임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리버풀 선수들은 이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가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5시 안필드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번리 FC와의 홈 게임에서 0-1로 무너지며 68게임까지 이어온 안방 무패 기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디보크 오리기의 골대 불운

최근 부진한 공격력을 의식한 듯 클롭 감독은 스타팅 멤버 공격수 조합에 변화를 줬다.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 대신 디보크 오리기, 체임벌린을 대신 들여보낸 것이다.

그런데 전반 끝무렵 골대 불운이 안필드를 덮쳐 왔다. 43분에 어웨이 팀 번리의 주장이자 수비수 벤 미의 결정적인 백 패스 실수가 나왔고 이 공을 가로챈 디보크 오리기가 닉 포프 골키퍼와 1:1로 맞섰다. 누가 봐도 리버풀의 손쉬운 선취골이라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리기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리버풀 선수들은 이 불편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후반전에 더 위력적인 공격을 번리 골문 방향으로 퍼부었다. 51분에 나온 오른쪽 풀백 알렉산더 아놀드의 왼발 슛부터 매우 날카로웠기 때문에 리버풀의 선취골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그리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클롭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벤치에 대기시켰던 두 명의 핵심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둘을 57분에 한꺼번에 들여보낸 것이다. 

모하메드 살라는 단 3분만에 EPL 득점 1위의 위용을 뽐냈지만 번리 골키퍼 닉 포프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동료 미드필더 베이날둠이 밀어준 공을 받아 지체없이 왼발로 강슛을 날렸는데 닉 포프가 자신의 왼쪽으로 날아올라 손끝으로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슛 지점과 골문이 가까웠기 때문에 반응하기 어려운 순간이었지만 닉 포프는 그야말로 인생 게임을 펼친 셈이다.

이렇게 홈 팀 리버풀의 골이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쪽 골문 앞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82분에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이 번리 골잡이 애슐리 반스를 넘어뜨린 것이다. 이에 마이크 딘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는 애슐리 반스가 섰다. 반스의 오른발 인사이드 페널티킥은 알리송의 세이빙 동작을 기막히게 피해 오른쪽 구석에 가 꽂혔다.

번리, 1975년 이후 안필드 첫 승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리버풀은 실점 직후 샤키리 대신 미나미노 타쿠미까지 들여보냈지만 번리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89분에 알렉산더 아놀드가 대각선 슛처럼 찔러준 공을 후반전 교체 선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절묘한 힐킥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그것마저 골 라인 바로 앞에 버티고 있던 번리 수비수 다리에 맞고 나갔다. 

이로써 번리 FC는 1975년 이후 46년만에 안필드에서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보기 드문 경험을 했고 리그 순위도 한 계단 올라서 조심스럽게 중위권을 쳐다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번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애슐리 반스의 이 게임 페널티킥 결승골이 이번 시즌 10번째 득점이기 때문이다.

번리는 이 게임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20팀 중에서 꼴찌 셰필드 유나이티드보다 1득점 모자란 9득점밖에 못 넣은 최소 득점 팀이었다. 이 귀중한 승점 3점 덕분에 16위까지 올라선 것이 놀랍다. 

그런데 반대로 리버풀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결과다. 최고의 수비수 페어질 판 다이크가 무릎을 다쳐 오랫동안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밸런스가 흔들린다고 하지만 공격면에서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리버풀의 19게임 37골(게임 당 1.95골)의 득점 기록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에 해당하지만 최근 다섯 게임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3무 2패(1득점 3실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 가능성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달 28일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홈 게임에서 1-1로 비긴 이후 프리미어리그 4게임 연속 무득점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리버풀에게 1월 마무리가 이번 시즌 전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금) 오전 5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토트넘 홋스퍼(5위)와의 어웨이 게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팀의 승점 차는 단 1점뿐이기에 그 결과는 승점 3점보다 커 보일 정도로 흥미롭다.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22일 오전 5시, 안필드, 리버풀)

리버풀 FC 0-1 번리 [득점 : 애슐리 반스(83분,PK)]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9게임 40점 12승 4무 3패 36득점 25실점 +11
2 맨체스터 시티 18게임 38점 11승 5무 2패 31득점 13실점 +18
3 레스터 시티 19게임 38점 12승 2무 5패 35득점 21실점 +14
4 리버풀 FC 19게임 34점 9승 7무 3패 37득점 22실점 +15
5 토트넘 홋스퍼 18게임 33점 9승 6무 3패 33득점 17실점 +16
6 에버턴 17게임 32점 10승 2무 5패 28득점 21실점 +7
7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9게임 32점 9승 5무 5패 27득점 22실점 +5
8 첼시 FC 19게임 29점 8승 5무 6패 33득점 23실점 +10
9 사우샘프턴 18게임 29점 8승 5무 5패 26득점 21실점 +5
10 아스널 FC 19게임 27점 8승 3무 8패 23득점 19실점 +4
11 아스톤 빌라 16게임 26점 8승 2무 6패 29득점 18실점 +11
12 리즈 유나이티드 18게임 23점 7승 2무 9패 30득점 34실점 -4
13 크리스탈 팰리스 19게임 23점 6승 5무 8패 22득점 33실점 -11
14 울버햄튼 원더러스 19게임 22점 6승 4무 9패 21득점 29실점 -8
15 뉴캐슬 유나이티드 18게임 19점 5승 4무 9패 18득점 30실점 -12
16 번리 FC 18게임 19점 5승 4무 9패 10득점 22실점 -12
1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19게임 17점 3승 8무 8패 22득점 29실점 -7
18 풀럼 FC 18게임 12점 2승 6무 10패 15득점 27실점 -12
19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19게임 11점 2승 5무 12패 15득점 43실점 -28
20 셰필드 유나이티드 19게임 5점 1승 2무 16패 10득점 32실점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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