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단장 바뀐 히어로즈, 이번에는 달라질까

이준목 2021. 1. 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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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 감독 새 사령탑에, 공석이던 단장직에 고형욱 복귀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홍원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21일 오전 홍원기 감독과 2년간 총액 6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에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공주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홍 신임 감독은 1996년 한화에서 프로에 데뷔해 2007년까지 두산과 현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현대 선수단을 인수하여 재창단한 히어로즈에서는 창단 첫해인 2008년에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했으며 2009년부터 1군 수비 코치를 맡아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손혁 감독 취임 후에는 수석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홍원기 감독이 12년 동안 구단의 코치로 활동하며 선수단 내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고, 선수 육성과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등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을 감독 선임의 배경으로 밝혔다.

히어로즈는 그동안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따라 다녔다. 히어로즈는 유독 역대 감독들과의 결별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던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던 장정석 전 감독과 결별하고 영입한 손혁 감독은 지난 시즌 불과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퇴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히어로즈는 이후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완주했으나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야구계는 히어로즈가 현장의 권한과 독립성을 무시하고 야구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구단 수뇌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종료 뒤 정식 신임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하송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전격 사임하고 허민 이사회 의장이 KBO의 징계를 받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감독 선임 일정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는 홍원기 감독의 선임과 함께 공석이던 단장직에 김치현 단장의 후임으로 스카우트 상무를 맡고 있던 고형욱 단장을 2년 만에 복귀시킨다고 발표했다. 고형욱 단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히어로즈 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이로써 히어로즈는 올 겨울 10개구단 중 가장 늦게 다음 시즌을 이끌 감독과 단장 인선을 겨우 마무리했다. 돌고 돌아 결국 구단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기존 인사들에게 다시 중책을 맡긴 것이다.

구단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알맹이까지 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히어로즈는 최근 몇 년간 야구 내외적인 부분을 포함하여 끊임없는 논란과 잡음에 휘말려왔다. 물론 팀은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이정후 같은 유망주를 키워내거나 김하성을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는 등 많은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성과마저 가려질 만큼 현재 히어로즈 구단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잦은 감독교체' '비정상적인 프런트야구' '구단 고위인사의 갑질과 야구놀이' '소속 선수들의 사건사고' '레전드에 대한 예우 실종' 등 때문이다.

히어로즈식 팀 운영만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감독으로 대표되는 '현장'의 역량이나 권한을 존중하는 것보다는, 철저한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을 선호하고 프런트나 수뇌부가 팀 운영은 물론 경기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빈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경험이나 권한이 존중받지 못하고, 실권을 쥔 소수의 수뇌부들의 주관적 판단이나 결정으로 인하여 시스템 전체가 왜곡되는 현상이다. 홍원기 감독이나 고형욱 단장 체제가 들어섰어도 이런 의구심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한 히어로즈는 구단의 창업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까지 됐고, 허민 의장은 갑질 의혹으로 KBO로부터 초유의 직무정지 징계를 받는 등 수뇌부들을 둘러싼 연이은 도덕성과 자격 논란으로 구단의 명예에 큰 흠집을 남겼다. 

히어로즈의 대표적인 레전드였던 이택근은 개인적인 사건사고와 구단 간의 갈등으로 불명예스럽게 은퇴한 이후, 구단의 '팬 사찰' 의혹을 폭로하는 내부 고발자가 됐다. 메이저리거였던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퇴출된 이후 히어로즈를 통하여 국내 복귀를 타진했으나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구단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할 수 있었던 레전드들의 연이은 몰락과 불화 등은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히어로즈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큰 흠집으로 남았다.

히어로즈라는 팀명은 말그대로 '영웅'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작 히어로즈의 역사에서 그동안 진정한 영웅다운 스토리텔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웅의 이야기가 들어서야 할 자리에 오히려 '빌런'들만 득세하고 있다는 놀림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히어로즈는 어느덧 14년이란 짧지 않은 역사를 쌓아오며 어엿한 프로야구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성적이나 수익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프로스포츠 구단다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팀 운영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것은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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