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모든 게 조중동 탓? 정연주 방심위원장 임명 안돼"
"방심위는 공공성 및 공정성 보장 조직,
한쪽만 대변, 반대편 적대적 인물 부적절"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차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에 KBS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KBS 노조는 22일 성명을 통해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엄격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기반에 두고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정씨는 그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후보 고려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해 “‘조중동’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인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며 “조중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정씨의 비판을 보면 모든 문제는 조중동만의 문제이며, 조중동으로부터 비롯되고, 조중동이 없어지면 해결될 것 같은 뉘앙스를 드러내는데 그런 사람이 방심위 위원장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우파적 시각의 언론의 존재 및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지만 이는 조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정연주의 한국 언론 묵시록’을 예로 들며 “겉으로는 조중동을 비난하지만 조중동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집착이 유별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정씨의 언론관을 조금만 확장하면 대한민국은 프라우다와 인민일보, 로동신문만 있으면 되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라며 “세계관은 다양하고 진실은 하나일 수 없기에 모든 진실이 나름의 목소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연주가 언론개혁 운동을 하든 조중동 폐간 운동을 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지만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쪽 정파의 시각만을 대변해왔고, 반대편 시각의 언론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자가 방심위 위원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방심위 위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위원장은 안 된다. 이것은 권력이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언론지형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4월 KBS 사장에 임명됐지만 누적 적자와 법인세 환급소송 취하에 따른 회사손실 초래 등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2008년 8월 해임됐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정 전 사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 왔던 분”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강상현 위원장을 비롯한 4기 방심위의 임기(2018년 1월~2021년 1월)는 오는 29일까지다.
KBS노동조합은 KBS 안에 있는 3개 노조 중 하나로 조합원 수가 두 번째로 많고 보수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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