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0년은 시행착오" 백성동, '설사커'를 믿어야 하는 이유

유현태 기자 2021. 1. 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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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동(경남FC)

[풋볼리스트=통영] 유현태 기자= 경남FC의 축구는 2020시즌 발동이 늦게 걸렸다. 새로 배우는 이른바 '설사커'가 조금 어려운 축구였기 때문이다. 2020시즌 K리그2 베스트11 미드필더 백성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평가한다. 


경남은 지난해 2-3-5 포메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전형을 썼다. 빌드업 강조, 전방 압박, 유기적인 공간 창출과 활용까지 설기현 감독이 팀에 심으려던 스타일도 뚜렷했다. '설사커'엔 많은 전술적 요소가 있었고, 팀이 자리잡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8월까지 7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점차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더니 차츰 순위를 올렸다. 최종 순위는 3위. 2위 수원FC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1-1로 비기면서 목표 달성엔 실패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2021시즌에도 경남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설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했고, 기존 선수들이 전술에 익숙해 전술적으로 힘을 내기까지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희망을 봤다"고 말하는 백성동 역시 경남의 축구에 믿음을 나타냈다. 개인 기량의 우위에, 조직적인 축구가 더해지면 승격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 지난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떠세요. 승격엔 실패했지만 점점 좋은 축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어요.
전체적으로 감독님이 오시고 새로운 축구를,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축구를 하면서 시즌 초반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선 될 것이란 믿음이 있긴 했거든요. 결과적으론 승격을 놓쳐서 아쉽지만, 시즌 전체를 보면 희망적인 면을 많이 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어떻게 보실진 모르지만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는 희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 시즌 초반 멋지게 골 넣고, 어이 없게 실점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그런 상반된 평가도 시행착오라고 봐야할까요?
밑에서 빌드업해서 공격 전개를 했는데, 상황에 맞게 쉽게 갈 땐 쉽게 갈 필요도 있었죠. 완벽하게 다 풀고 나오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게 시행착오였죠.


- 지난해 새롭게 시도했던 이른바 '설사커'를 직접 평가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경남 선수로서 스스로 평가가 쉽진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새로웠죠. 사실 처음에 동계 훈련 때 아주 잘 됐거든요. 시즌 들어가니 잘 안되기 시작하니까, 의심이 없었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의심은 있었지만 감독님이 확고하게 밀고 나가셨고, 선수들도 동계 훈련 때 '되는구나'라고 느꼈던 덕분에 빨리 추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포지션에서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축구였죠. 감독님 축구에선 상대가 좌우에서 (압박을) 왔을 때 주위에서 2,3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줘요. 공격수로선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좋죠. (그러면 템포도 빨라지고 도망다니기도 좋고요.) 그렇죠. 아무래도 너무 붙어 있으면 중앙 수비수와 힘으론 했을 땐 불리하죠. 그런 걸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주시죠.


- 공이 잘 돌 때는 선수들도 희열을 느끼잖아요. 선택지가 계속해서 많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즐겁겠네요.
잘될 때는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요. 그게 유기적으로 되어야 하죠. 사실 선수들의 컨디션이 항상 최고일 순 없어요. 전체적으로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약속된 플레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어려움을 주기 위해서 감독님이 준비하시는 것 같아요.


- 설기현 감독님의 축구는 포메이션도 특이하고 공격적이죠. 훈련을 지켜보니까 굉장히 유기적인 축구를 준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각 포지션마다 특징이 강한 선수들도 필요하고, 제 궤도에 오르기 조금 힘든 축구 아닌가요? 
글쎄요. 아무래도 앞에 공격수를 많이 두다 보니까 조직적으로 풀어가는 면이 많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측면에서 뭔가 만들어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하는 거죠. 현재 팀에도 사이드에서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그런 찬스를 더 자주 만들기 위해 훈련을 더 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죠.


* 경남은 겨울 전지 훈련에서 2-3-5 포메이션을 가다듬고 있다.


- 경남이 승점을 따려면 '밀집 수비' 해결이 중요한 목표가 될 것 같아요. 그를 위한 대비라고 봐야 되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지난해엔 점유를 잡았을 때 (여러 가지 공격 방식을) 좀 섞었어야 했죠. 하루는 가운데서만 푼다던지, 다른 날엔 너무 측면에서만 한다든지 그런 면이 있었죠. 감독님이 공격 전술의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으세요. 밀집 수비에 대한 대책이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 지난해 얻은 교훈을 차근차근 해결해가고 있는 거라고 봐야겠군요.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도 고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그냥 글씨 고치듯 할 순 없잖아요. 저희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전부가 뭔가 잘못된 점이 있을 때 인정하고 바꾸기 위해 훈련부터 하고 있어서 다행이죠.


백성동(경남FC)

- 전방 압박도 아주 강하게 시도하는데요. 체력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뒤가 열릴 것 같은 가능성도 크고요. 까다로운 전술이지만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장단점이 있죠. (구사하기) 까다로운 전술인 것도 맞지만, 앞에서 공을 탈취하면 골대와 가까이 있으니까요. 뒤에서 빼앗아서 다시 빌드업할 필요가 없죠. 앞에서 빼앗으면 쉽게 골 넣을 수 있어요. 지난해 동계 훈련 때는 그게 잘 됐어요. 시즌 들어가선 저희가 공을 빼앗겨서 실점했지만.(웃음) 단점으론 조금 선수들이 따로 가게 되면 뒤가 열린다는 위험도 있죠. 지금은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감독님이 많이 말씀해주시고 계세요. 체력 소모도 크지만 장점은 확실한 전술인 것 같아요.


- 예전에 수원FC에 있을 당시 백성동 선수가 믹스트존 인터뷰 때 '축구는 11대 11 싸움인 동시에 1대1 싸움'이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있어요. 경남에선 더 팀플레이에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인데요.
맞아요. 아무래도 빌드업 과정에선 팀의 전술에 적합한 플레이를 해줘야 해요. 꼭 내가 공을 받지 않더라도,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플레이들을 해줘야죠. 그렇지만 결국엔 상대의 깊숙한 곳까진 가면, 그때부턴 또 저희 (개인) 능력의 문제죠. 감독님도 똑같이 말씀하시고요. 좁은 공간에서도 (개인 능력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에요. 어찌 됐든 최전방에선 1대1의 중요성이 크죠.


- 그럼에도 동료들을 활용할 여지가 큰 축구의 장점이 있을까요?
있죠. 공격수들이 매 경기마다, 모든 수비수들을 상대로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시죠. 한 명은 우습게 제칠 수 있고, 수적 우위를 만든다고 하면 최고라고. 그런데 그게 되지 않으니까요. 지난번엔 이겼던 선수라도,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둔하다면? 그런 상황에선 필요하죠. 또 밀집된 수비들을 상대할 때도 동료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죠. (경기력의) 기복을 최소화시키는 축구라고 생각해요. 물론 감독님이 원하시는 만큼 빨리 따라가야 그런 장점을 누릴 수 있겠죠.


- 유기적인 움직임과 전방 압박. 팬들이 보기엔 역동적인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선수들이 직접 하면서도 재밌는 축구인가요?
사실 마냥 즐기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즐긴다고 하는 것도, 긍정적 스트레스라고 해야 할까요? 순수하게 즐긴다는 마음이 아니라, 뭔가 과제를 해낸다는 느낌이죠. 프로 세계에서 그저 즐기기만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잘 안될 때 답답하기도 하죠. 그런데 잘 되지 않을 때 조직적인 움직임마저 없으면 정말 답이 없어요. 그걸 위해서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 전술을 만드는 것이죠. 선수들이 빨리 녹아드는 게 과제입니다.


- 확실히 조직력을 다지는 속도의 문제가 중요할 것 같아요.
(지난해) 있었던 선수들이라고 해도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훈련할 때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시는 줄은 알죠. 상황마다 무엇을 하라고 하시는지 캐치는 하죠. 선수단이 많이 바뀌다 보니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조금 헤매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아요. 빨리 맞춰야죠.


- 작년보다는 빠르겠죠?
네, 그럼요. 작년보단 빠르죠. 지난해엔 전부 다 처음 겪어보는 거였어요.


- 조직적인 축구를 선보이는 만큼 많은 공격 포인트도 있을까요?
아무래도 앞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이제 외국인 선수들도 곧 합류한다고 하고요.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겠지만, 전 포지션에서 좋은 선수들이 있죠. 직접 골이나 도움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굳이 그거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여러 포지션에서 두루 (공격 포인트를) 낼 것 같아요. 팀이 잘되는 게 제일 중요하죠.


- 올해 경남의 축구가 새로워질까요?
사실 지난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에요. 지난해와 훈련이 크게 바뀌질 않았어요. 조금 더 디테일한 점에서 보완을 하는 단계죠.


- K리그2에서만 4시즌 째잖아요. 점점 더 빡빡해지는 것 같은데요.
매년 그래요. 어느 해도 가장 힘들다고 꼽기는 어렵고요, 한 해가 다르게 좋은 선수들이 자꾸 들어와요. 투자도 커지고요. (K리그1에서 뛰어본 적은 없는데요. 역시 도전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아요.)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하죠.


- 올해 목표를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감독님이) 올해 처음 오셔서 하는 게 아니죠. 지난해 어떤 경기를 할지 팬들은 아시게 됐을 거라고 봐요. 지난 시즌에 마지막에 승격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중반부터는 흐름을 탔어요. 시즌 초반만 보면 팬들이 재미가 없으셨을 것에요. 올해는 시즌 전체로 봤을 때 경기 내용에서도 재미있고, 결과들까지 내고 싶어요.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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