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오늘 판결이 피해자들이 목소리 내는 데 도움 되길"
한국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법원에서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심 선수 측은 “받은 피해에 비해 매우 낮은 형량”이라며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조씨에게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조씨에게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조씨는 심 선수가 고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3년여간 태릉·진천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또 성범죄와 별개로 심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2018년 1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진천선수촌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심 선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자 대표팀 주장인 심 선수가 대통령과의 만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여러 의혹이 일었고, 이후 심 선수가 전날 조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듬해 1월 심 선수가 조씨로부터 폭행뿐 아니라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조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조씨는 "훈육을 위해 폭행, 폭언한 것은 인정하나 성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번 사건의 주요 증거인 심 선수의 진술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지도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위력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런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기 위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는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해야 할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는 용기를 내 피고인의 범행을 외부에 폭로했으나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수치스러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등 범행 기간 외에도 2년 넘는 기간 동안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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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
심 선수 측 변호인인 임상혁 변호사는 판결에 대해 "심 선수가 6개월간 수사를 받고 1년 6개월간 재판을 받으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는데 이런 과정이 판결로 인정돼 다행"이라면서도 "검찰 구형량이 징역 20년이었는데 10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사회적 파장과 피해자가 받은 피해에 비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항소를 통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심 선수는 지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22일까지 자가격리 중이어서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심 선수는 입장문을 통해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며 "오늘 판결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을 피해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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