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이불 색 분명" 유일 증거 심석희 진술, 法 모두 인정했다

최모란 2021. 1.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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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선수를 상대로 수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게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뉴스1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는 21일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인 심석희 선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조재범(39)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조씨에게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조씨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의 범죄 사실 중 심 선수가 고교생이던 2016년 이전의 혐의에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조씨는 심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초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다.


'유일한 증거' 심석희 진술, 법원 모두 인정
이번 재판의 관심사는 '피고인이 부인하는 상태에서 법원이 심 선수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느냐'에 모아졌다. 심 선수는 자신이 작성했던 훈련일지의 기록을 근거로 조씨의 범행 일시와 범행 장소 등을 진술했다. 그러나 조씨는 "훈련일지에 허위로 쓴 내용이 많다"며 "심 선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라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 장소인 피고인의 오피스텔, 한체대 빙상장 지도자 락커, 대회 기간 중 피고인이 숙박한 호텔 등에 있던 가구 배치와 이불의 색깔 등에 대해서까지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일지에 대해서도 "일부 빠진 부분이 있지만, 피해자가 훈련일지를 충실하게 작성했다"며 "복원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내용도 통상적인 스승과 제자 사이로 보기 어렵다고 볼만한 자료가 남아 있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 "비난 가능성 큰데도 혐의 부인" 지적

수원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법원은 조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심 선수가 자신을 무고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중형 선고 이유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지도하는 쇼트트랙 코치로 수년간 피해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죄책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지속적인 성범죄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용기를 내 피고인의 범행을 외부에 폭로했으나 진술 과정에서 괴롭고 수치스러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등 범행 기간 외에도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조씨는 이날 선고 공판 내내 바닥을 내려다봤다. 심 선수는 지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가 이날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다. 추후 별도의 입장문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선수의 변호인인 임상혁 변호사는 "검찰 구형량(징역 20년)이나 사회적 파장, 심 선수의 피해에 비해 형량이 낮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검찰이 판단할 문제긴 하지만, 항소를 통해 형량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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