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재판 후 첫 입장 표명.."결과로 실효성 증명할 것"(종합)
"실효성 판단에 의견 분명 달라..지난 1년간 활동 성과 있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 21일 첫 회의를 열고 "판결과 상관없이 제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면서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 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준법감시위는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진행한 정기회의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8일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에 대해 실효성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에 대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데 대한 첫 입장문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선고 결과에 대해 어떠한 논평을 낼 위치에 있지 않다. 재판이 계기가 되어 위원회는 재판이 계기가 돼 출범했지만 재판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라면서도 "실효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명히 다르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위원회는 출범 이후 척박한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바람직한 준법경영 문화를 개척하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여 왔다"면서 판결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지 않고 부족함을 채워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는 "예나 지금이나 위원회의 목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명확하다. 삼성 안에 준법이 깊게 뿌리 내리고 위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삼성 안에서는 물론이고 삼성 밖에서도 준법과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감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이른바 정경유착을 비롯해서 고질적인 여러 위법행위가 있었다. 모두 근절해야 한다"면서 "준법에 관해 삼성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clean) 깨끗하고(clear) 간결하고(concise) 탄탄하다(compact)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 발표를 한 것을 언급하면서 "과거의 위법 사례와 결별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으로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을까"라면서 승계 문제가 해소되면 이제 남는 문제는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이고 이에 대해서 위원회는 검토를 하고 있던 상황임을 이해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년 가까운 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람과 성과가 없지 않았다"면서도 "위원회의 성취를 내세우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위원회는 거듭났다는 각오로 향후 과제를 세우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가장 바람직한 준법감시제도는 무엇일지’ 전문가들과 사회 각계의 혜안을 모으고 구현해 나가겠다"면서 "4세 승계 포기 이후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에 더욱 집중하고 승계 관련해서도 다른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향후 위원회 운영 방안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노동과 소통 문제, 일상적인 위원회 활동도 강화해나가겠다면서 "삼성 측에도 준법이 단순히 일시적 방편이나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궁극의 목표이어야 한다는 점을 부단히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준법감시위는 "삼성 안팎에서 삼성이 바람직한 준법문화를 세우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세계 속에 더욱 빛나게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분들의 더 많은 격려와 성원을 소망한다. 준법 삼성의 새로운 역사가 꺾이지 않기를 위원회는 소망한다"면서 "위원회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말로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이번 입장문은 이 부회장이 이날 오전 '준법경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앞서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준법감시위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위원장과 위원들께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지 나흘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메시지로, 자신의 재판 결과에 굴하지 말고 준법감시위의 활동을 지속하라고 당부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준법감시위는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 실효성 강화를 위한 운영규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개정안에는 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관계사 불수용할 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위원회 재권고시에는 이사회에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출석해 의견진술할 권한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협약사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위원회는 현재 비정기적으로 실시 중인 관계사의 컴플라이언스 준법지원인 간 회의를 정기 협의체로 전환해 분기별로 정례화하고, 준법감시부서 실무자급 협의체를 신설하는 방안도 보고받았다.
준법감시위는 오는 26일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7개 관계사 대표이사와 최고경영진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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