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잔잔고 0원, 라면만 먹는다"..유흥업소들 "줄도산 위기" 반발

최종권 입력 2021. 1. 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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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출에 사채까지..편의점 알바로 생계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충북지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2시 충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흥주점 집합금지 연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최종권 기자


“배달수수료 2000원을 낼 돈이 아까워 라면만 먹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정부의 유흥시설 영업금지 연장 조처를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6개월 이상 영업을 못 한데 다 이번 달 영업금지 기간이 연장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업소 운영자금이 한 달 평균 1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장기간 영업이 금지되면서 최소 생활비도 바닥난 상황”이라며 “신용카드 4군데서 대출 4500만원을 받아 수개월째 돌려막기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 달 300만원 하는 건물임대료는 보증금으로 메꾸고 있고, 600만~700만원씩 주던 직원 월급도 몇달째 밀려있다.

충북 지역 유흥업 종사자들이 정부의 영업금지 명령 연장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충북지회 회원 50여 명은 21일 오후 2시 충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흥주점 집합금지 연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헬스장이나 카페, 노래방은 제한적으로 영업을 허용하면서 코로나19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흥업소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충북지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2시 충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흥주점 집합금지 연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영동에서 온 서모(57)씨는 “정부의 강제 집합금지 명령으로 수입이 한 푼 없는 상황에서 빚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객실 수가 훨씬 많은 노래연습장은 영업을 허용하면서 유흥주점은 계속 영업을 금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어 “소득이 끊겨 영동농협과 인근 옥천군의 시중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요청했지만, 유흥업소란 이유도 대출이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며 “카드 대출 1000만원과 사채 500만원을 받아 몇 달째 생활비를 댔다”고 했다. 그는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모텔 청소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용진 유흥업중앙회 충북지회장은 “통장 잔고가 0원으로 떨어진 상당수 업체가 줄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모든 방역지침을 준수했음에도 손실만 보고 있는 유흥주점 종사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란주점 충북지회도 같은 장소에서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식당과 카페는 집합금지를 해제했는데, 왜 단란주점은 아직도 고위험시설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식당이 안전하다면 단란주점도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정부 방역지침에 맞춰 이달 말까지 유흥업소 5종(유흥주점·단란주점·콜라텍·감성주점·헌팅포차)의 집합금지(영업 금지)를 연장했다. 유흥주점의 경우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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