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묻지마 결혼'을 꿈꿨다

최정현 2021. 1.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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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무책임하게 저지를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그 어리석은 사람 중 하나는 바로 나였다.

일단 만나는 게 좋았으니까.

하지만 결혼은 그러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자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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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나'.. 조건이 맞아서, 시기가 맞아서 자신을 속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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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 기자]

'묻지마 결혼'이란 말 그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결혼을 의미한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무책임하게 저지를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그 어리석은 사람 중 하나는 바로 나였다. 

20대 초반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첫 연애. 상대방은 나와 달리 항상 자신감 넘치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었다. 어디에서든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도맡다 보니 인기도 꽤 많아 그 사람 주변엔 늘 이성이 끊이질 않았다. 그 남자를 잡고 싶었다. 잡아야 했다. 

그 당시 소심한 성격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내게 그런 남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의 원천이 되었고 놓기 싫은 희망의 끈이었다. 그렇게 한 남자를 6년 가까이 만났다. 결과는 예상할 수 있듯 최악 그 자체. 그렇게 오랜 시간 서로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허무했고 심지어 예의조차 없었다. 사실 그런 결과를 맞이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먼저 끝낼 자신은 없었다. 일단 만나는 게 좋았으니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했기 때문일까? 아니, 전혀. 뒤늦게 알아차린 그의 본 모습도 나와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더 별로인 적도 많았다. 열등감도 많았고 생각보다 자신감도 없었다. 초반에 좋아 보였던 자기애 넘치는 모습은 아집이었고 자만이었다.

그 사람을 믿고 싶은 대로 본 거였다. 연애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만났고 허무하게 끝내는 게 자존심 상해 그 관계를 질질 끌고 다녔다. 친구들은 일찍이 연애를 시작했고 핑크빛 기운이 맴도는 데 나만 또다시 외딴곳에 놓이기 싫었다. 뒤처지기 싫었다. 

결혼, 꼭 해야 할까? 자신의 마음이 진정 원하는 길일까? 이 질문을 결혼 전 내게도 정말 많이 물었다. 소외감과 나이에 쫓겨 가는 건 아닐까? 내게는 없는 장점 혹은 내가 갖고 싶은 무엇이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 관계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잠시라도 머뭇거렸다면 다시 한번 자신의 상황을 되짚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더군다나 이미 감정이 깃들어 있는 사람이 그걸 가지고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이 본 모습보다 더 크게 보일 것이다. 이 깨달음을 6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을 통해 얻었다. 내 20대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한창 예쁘고 온몸으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때도 그만한 때가 없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도 일찍이 그런 경험을 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리석은 판단으로 환상의 늪에 빠졌던 경험이 객관적으로 사람을 보는 눈을 갖게 해주었고 그 덕에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경험을 통해 얻는 배움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나 역시 그 경험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결혼은 그러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자신할 수 없다.

지금 내린 결정이 환경에 의해, 시간에 쫓겨 혹은 나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채우려는 건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성공적인 결혼 준비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단계다. 시기가 맞아서, 조건이 맞아서,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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