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25주년에도.. 두 칸 띄어앉기, 최선인가요?
"공연장 안전.. 현실 맞는 대책 수립하라"
“속상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객석 절반도 못 채우게 하면 대체 어떻게 공연을 올리라는 겁니까. 25주년 맞춰 새롭게 만든 세트나 의상 비용도 손해가 크지만, 무엇보다 일자리 잃은 배우들은 어떻게 하나요? 공연이 취소될까 봐 잠도 못 자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프리뷰 공연 종료되면 언제 공연이 다시 올라갈지 모르니 아르바이트 구하느라 애먹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정부는 재차 퐁당당 좌석제를 유지했다. 에이콤은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단 3회의 프리뷰 공연만 진행하고 정식 개막은 무기한 연기했다. 향후 정부 조치 등을 검토한 후 재개막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지금 같은 방역 지침이 유지된다면, 최악의 경우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작품이 이대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프리뷰 공연에는 여러 공연계 인사들이 모였다. 전례 없는 팬데믹 위기 속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돼 활로를 찾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날은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윤 감독은 “공연계에 수십 년을 몸담아왔지만, 지금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공연장에 한 번이라도 와봤는지 묻고 싶다. 마스크 착용하고, 물도 안 마시고, 정면만 보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없는 환경 아닌가”라며 거듭 마른세수를 했다.
에이콤은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을 2년 전부터 준비했다. 내내 침울하던 윤 감독은 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냥 무대 바닥 빼고는 다 바꿨다고 생각하면 돼요”. 기존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을 유지하면서 드라마를 강화했고, 대본도 촘촘하게 정비했다. 역사적 주제를 무게감 있게 다루는 만큼 극 전반의 긴장감이 높은데, 관객이 지치지 않도록 이를 완화하려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그러면서도 속도감과 몰입도는 한층 끌어 올렸다. 스토리와 음악, 안무는 과감하게 압축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양방언이 참여해 전곡을 편곡했다.
LED를 활용한 풍성한 무대 디자인은 일품이다.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경사진 회전 무대와 어우러질 때는 장관이었다. 거대한 LED를 타고 조선의 화려한 궁과, 침략당한 검푸른 바다와, 불길에 휩싸인 조선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현대 감각에 맞춰 의상도 세련되게 만들었다. 에이콤은 “25년의 역사를 가진 젊은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범 문화계가 효율적인 거리두기 지침을 촉구하고 있다. 퐁당퐁당·퐁당당 좌석제가 아닌 일행끼리는 붙어 앉도록 해 객석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공연·영화계 단체들이 모인 ‘코로나피해대책마련 범 관람문화계 연대모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극장·공연장 2차 감염은 없었다”며 “좌석의 70% 가동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연인, 친구, 가족끼리 함께 오는 관람객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해 두 자리 착석 후 한 자리를 띄우는 현실적인 거리두기 운영안을 주장했다. 하루 전날 한국뮤지컬협회와 뮤지컬계 종사자들도 ‘동반자 거리두기’ 적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공연 산업 및 업종 특성에 맞는 방역 수칙 재수립을 촉구하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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