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로 온 박지성, "우리가 다시 한 번 흥행의 불씨가 되면 좋겠다"

김희선 2021. 1. 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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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2002년은 한국 축구 '마법의 시간'이었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가 탄생한 그 순간, 아주 특별한 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들이 이제 각기 다른 모습으로 K리그를 누비고 있다. 전북 현대의 어드바이저로 새 도전을 시작하는 박지성 역시 마찬가지다.

박지성은 21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전북 현대 클럽 어드바이저 위촉 기자회견에서 행정가로서 K리그 무대에 도전하게 된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K리그 최고의 구단에 합류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박지성은 "은퇴하고 행정 관련 공부를 많이 했는데 K리그에서 시작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전북 현대와 앞으로 같이 할 일들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은 미소를 보였다.

전북이 박지성에게 손을 내민 건 지난 12월이다. 김상식 감독으로부터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하던 중에 전화를 통해 처음 제의를 받았다. 박지성은 "내가 한국에 상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사했다. 그러나 굳이 상주하지 않아도 되니 유럽에서 경험한 것들과 은퇴하고 난 뒤 행정 공부를 했던 부분들을 전북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비대면 방식도 있고, 최소한 분기별로라도 한국에 들어와 전북에서 실제로 만남을 갖고 공유하는 건 가능하지 않겠냐는 제안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만큼 나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해 수락하게 됐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전북 현대 제공

비상근직이 갖는 한계도 비대면 방식으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성은 "구단에서 원하는 건 내가 가진 경험을 많은 부분에서 공유하고 조언해주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거부감이 없다. 내 모든 것을 구단과 공유할 생각이며 특히 유소년이나 1군 외적인 시스템, 구조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이 앞으로 맡게 될 역할을 전했다.

유럽 생활에서 얻은 경험으로 인해 박지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유소년의 중요성이다. 그는 "가장 중요하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역시 유소년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뿐만 아니라 아약스, PSV 아인트호벤 등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은 내 생각 이상이었다"며 "K리그 클럽의 유소년 축구 실정을 파악했을 때 격차가 어느 정도 될 지 관심이 크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 격차가 크지 않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지만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행정가다. "나는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전북이 어떤 색깔의 축구 철학을 가져야 할 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라운드가 아닌 클럽의 색깔에 대해서는 구단이 지금까지 어떻게 운영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지 조사하고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박지성은 "클럽은 지역 색깔이 많이 드러나고, 역사가 있고 그 역사 안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클럽의 정체성과 철학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지 고민하는 것이 행정가의 가장 이상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를 비롯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지도자, 행정가 등으로 K리그에 돌아오는 반가운 흐름 속에서, 박지성 역시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이라는 아주 특별한 시대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며 "서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맞대결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K리그 흥행을 위해서라면 거부감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K리그에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건 반가운 일이고 (이)영표 형이나 저나, K리그에 돌아온 (이)청용, (기)성용이가 K리그 흥행에 다시 한 번 불씨가 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고양=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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