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법률 상담한다고? 턱도 없는 소리"..(예비)법조인의 착각일까 자부심일까

김기찬 2021. 1. 2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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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계약서 작성을 변호사 대신 인공지능(AI)이 파격적으로 싼 수수료를 받고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일본에 등장했다. [중앙포토]



확장하는 AI 변호사…다국적 컨설팅사 "법률시장 39% 일자리 축소"
2019년 8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간과 인공지능(AI) 변호사 간의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근로계약서를 놓고 '어떻게 자문할 것이냐'가 과제였다. 변호사 9개 팀, AI 변호사 3개 팀이 겨뤘다. 1~3위를 AI 변호사가 차지했다. 인간의 완패였다.

법무부는 2018년 3월부터 AI 법률 상담 서비스인 '버비'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해고 같은 노동분야부터 상속까지 다양한 생활 법률에 대해 상담을 한다. 자체 학습 능력 기능을 탑재해 정보 예측 기능을 보강하며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는 "AI 기술의 발달로 법률 시장의 일자리 3만1000여 개가 이미 사라졌다. 향후 20년 뒤에는 법률 시장의 일자리가 AI 때문에 최소 39%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비)변호사들은 법률 시장이 계속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국내 (예비)변호사 "법률시장 확장하고, 변호사 수도 늘어"
국내 변호사나 예비 변호사는 현재 진행되는 이런 변화와 전망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법률 상담을 하는 건 어렵고, 변호사 업무영역이 확장돼 변호사 수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처하기 위한 역량으로 '마케팅이나 경영컨설팅 능력'을 첫손에 꼽았고, '업무 윤리성'이나 변화에 따른 '다양성 포용력'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생 212명에게 물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미래 법률시장 전망과 직무 변화, 요구되는 역량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다.

(예비)변호사들, ″변호사 수 늘고, 업무 영역도 확장″. 한국고용정보원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예비 법조인은 미래 법률시장이 확장(50.5%)하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할 것(28.8%)으로 봤다. 축소될 것으로 예측한 이는 10명 중 두 명(20.7%)에 불과했다.

이렇게 보는 이유로 (예비)변호사들은 개인 중심의 가치관 변화와 반려동물 관련 분쟁 증가와 같은 생활 양식의 변화, AI를 활용한 효율성 증가, 산업구조 변화 등이 법률 시장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변호사 수는 증가(100점 만점에 82.9점)하고 변호사의 업무영역도 확장(72.5점)한다는 것이다.

(예비)변호사들 ″10년 뒤 스타변호사는 탄생해도 AI 법률상담은 기대 어려워″ 한국고용정보원



(예비)변호사, "스타 변호사 탄생할 것…AI와 법률상담? 선호하지 않을 것"
한데 10년 뒤 법률 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다소 배치되는 답을 했다. 스타 변호사가 탄생(78.9점)하고, 새로운 법률 서비스 등장(81.1점) 등에 대해선 도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봤다. 반면 AI와의 상담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것(43.6점)으로 전망했다. AI를 활용한 효율성 증가를 꼽으면서도 법률 시장에선 AI의 확장을 부인한 셈이다. 대신 변호사를 찾을 것이란 얘기다. 또 판례 분석 법률 AI 활용의 보편화에 대해서도 비교적 낮은 점수(66.4점)를 줬다. 일부 법무법인이 일명 AI 변호사를 도입하는 추세와 동떨어진다. 국내에서 개발한 AI 변호사가 일본 민법 시험에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모 법무법인 변호사가 일명 AI 변호사를 이용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AI가 단순 검색 기능 넘어서 고도화된 알고리즘 장착"…법률시장에 AI 습격 머지않아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응답자들이 AI 변호사를 검색 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자체 학습기능을 갖추고, 고도화된 알고리즘 장착이 진행되면서 AI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응답자의 현실과 미래 변화 인식이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 뒤 법률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개개인의 역량 준비 정도를 물었더니 언어력과 판단·의사결정 능력, 상황파악과 전략적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런 능력 배양을 위한 준비 정도는 50~60점대에 머물렀다.

(예비)변호사, ″미래를 위해 경영능력을 배양하고, 다양성 포용력은 그다지...″ 한국고용정보원



판례 데이터 조합 넘어 증거물까지 담으면 법률시장 예측 불가능
앞으로 더 준비해야 할 핵심역량에 대해서는 마케팅·경영컨설팅 능력과 기술 활용능력, 차별화 전략 능력을 첫손에 꼽았다. 반면 다양성 포용력과 업무 윤리성은 최하위였다.

박 연구위원은 "법적 최종 판단은 판사의 영역이다. AI가 이걸 맡는 건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변호사의 영역은 판사의 역할과 다르다. 법 적용은 인간 간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사안별로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따라서 고도화하는 AI 기반 법률서비스에 대한 인간 변호사의 차별성은 다양성을 품어내고, 변화 수용력을 높이는 쪽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AI가 지금처럼 판례 데이터를 조합하는 수준을 넘어 법정 구술 음성, 서면 증거물, 답변서 등을 모두 담아낸다면 변호사 대체가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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