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의 반성문

심나영 2021. 1.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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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전공한 학문인 경영학을 부를 때 늘 따라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경영학이 그 위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교수님, 제가 다년간 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회사에서 쓸모가 없어요." 이 말을 듣고 내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경영학이 정말 사회에 필요한 학문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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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전공한 학문인 경영학을 부를 때 늘 따라오는 말이 있다.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추켜세움이나, 잡학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전공자 입장에서 둘 다 맞는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경영학은 기업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방법을 찾기 위해 심리학, 사회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참고한다. 그러다보니 잡학이라는 비판을 오히려 칭찬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문화 경영, 컨텐츠 경영, 관광 경영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다른 분야와 융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경영학이 그 위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속해 있는 학회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기업에서 학회를 통해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강연을 해 달라는 공문이 왔다. 그런데 그 공문에는 해당 분야를 전공한 교수가 아니라 기업의 실무진을 강사로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강조돼 있었다. 이를 두고 교수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일었다.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추켜세움을 받던 경영학이 왜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는가?

경영학은 기업의 인사·조직관리, 생산·서비스운영관리, 재무와 회계, 고객과의 접점에서 기업의 제품,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행위를 고찰하고 연구한다. 이런 경영학이 실제 기업 경영과 괴리가 있다면, 왜 경영학을 배우겠는가? 학부 졸업을 마치고 막 취업한 제자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교수님, 제가 다년간 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회사에서 쓸모가 없어요.” 이 말을 듣고 내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경영학이 정말 사회에 필요한 학문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의 히토츠바시 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온 선배 교수는 히토쓰바시 대학의 교수들에게 첫 인사 자리에서 세부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한 교수는 자신의 전공이 통신 산업이라고 했다고 한다. 전공이 회계학인지, 마케팅인지, 생산운영관리인지를 다시 묻자, 통신 산업 중에서도 무선통신 사업자를 전공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히토쯔바시 대학에서는 전공과 관계 없이, 해당 산업에 필요한 연구를 하고, 전문적인 인재를 키워내고 있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미국이나 영국 교재 변역서로 배우고 있다. 발전 과정 등의 역사와 범용성 있는 지식들을 담은 교재가 대부분이다. 한때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했고, 인문 사회 계열에서 어느 정도 순위에 들면 교차 지원을 통해 의과대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계속 들릴 만큼 인문사회계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전문성과 실용성일 것이다.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교수들은 기업 실무진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김창희 교수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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