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힘겨웠던 1년, 생활터전 지키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텨"

박정선 2021. 1. 21. 08: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 투어 사라진 가요계, 온라인 콘서트로 전세계 하나로 모아
"뮤지컬 공연장 내 감염 0%, 공연 산업지키기 위한 노력 이어져"
2020년 전년대비 매출 30% 감소에도 생존 위해 운영 효율화 감수
ⓒ뉴시스

대중문화업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기의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던 초유의 사태를 맞아 생계의 위협을 겪으면서도 저마다 ‘살 방법’, 정확히는 ‘버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 온지 벌써 1년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이다. 현재까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콘텐츠들이 지속 생산되고, 이를 통한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은 물론, 해외 투어를 주수입원으로 하던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도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 “온라인으로 마련한 돌파구, 새로운 콘텐츠의 탄생”


코로나19 팬데믹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졌고 새로운 시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가요계, 공연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논의되어 오던 온라인 공연의 활성화가 앞당겨졌다고 입을 모은다.


가요계는 대형기획사 중심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시작했다. 비욘드 라이브로 다수 아이돌 그룹의 온라인 공연을 이끈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비욘드 라이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 공연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 시대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근간이 됐다고 봤다.


다만 중소기획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음악레이블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당장 큰 성과를 얻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대중음악 산업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 시에 지금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계도 온라인을 통한 가능성을 내다봤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985’를 시작으로 온라인 유료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서울예술단의 김아형 과장은 “앞서 (코로나 초반)무료 상영회 등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고,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연을 분리해서 보고 있다. ‘돈을 주고 볼 만한 영상’이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장르 웹 뮤지컬 ‘킬러파티’는 대표적으로 코로나를 역이용한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기획한 EMK엔터테인먼트 김지원 대표는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브로드웨이도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연히 않게 나온 아이디어다. 지극히 가벼운 의도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공연계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공연의 본질인 현장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한 칸 띄어앉기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면 공연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뮤지컬협회는 “뮤지컬 대·중·소 공연장 및 제작자는 자발적으로 공연장 진입로 일원화, 문진표 작성,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 환호성 자제, 관람자 간 밀접접촉 금지, 접촉성 이벤트 금지 등으로 방역을 겸한 공연 운영을 모범적으로 유지하며 공연장 내 안전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공연을 올린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과 공연장이 있는 지역 사회까지, 공연장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철저한 방역 속에서 소중한 무대, 그리고 일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좌석 거리두기, 취소 및 재오픈으로 관객을 비롯해 공연 업계의 힘든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수많은 사람이 종사하고 있는 공연 산업을 지키고 공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연예술의 감동을 안전하게 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공연 제작자로서의 앞으로 과제”라고 내다봤다.


◆ “극장의 위기, OTT 중심으로 재편된 영화산업”


영화계도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극장을 방문한 관객수가 6000만명에 그쳤다. 이는 20여년 전의 수준으로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30%수준까지 급감한 수치다. 그럼에도 영화산업은 힘겹게 히트작을 만들어내면서 극장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이후 많은 영화들의 개봉이 연기되거나, OTT로 개봉하는 등의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으로 안전한 관람 환경을 지켜준 극장과 관객들 덕분에 몇몇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매출감소, 영화산업의 급격한 변화와 장기 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직영관 영업중단, VOD 사업 종료 등 운영 효율화와 함께 임원 임급 반납, 임직원 자율 무급 휴가 시행, 비용 절감을 위해 힘써왔다”면서 ‘버텨왔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이에 따라 영화산업은 울며겨자먹기로 넷플릭스와 손잡았는데, 여기에서 의외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냥의 시간’ ‘차인표’가 이미 넷플릭스에서 개봉해 호평을 얻었고, 향후 제작비 240억원이 들어간 대작 ‘승리호’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모든 대중문화산업 종사자들은 공통적으로 생존 방안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창구를 개척해 나가면서도 그들의 본 생활터전인 공연장, 극장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힘든 상황일수록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정부의 방역지침 아래 움직였지만 손익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우리의 무대(혹은 극장)를 잃지 않으려고 버티고, 또 버텨왔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