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울산 왕자님' 설영우 "우선 축구를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다는 말이 좋아요"

유현태 기자 2021. 1. 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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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통영] 유현태 기자= 울산 현대는 2020시즌 베테랑들의 힘이 대단한 팀이었다. 하지만 울산이 직접 발굴해 키워낸 '히트 상품'도 있다. 바로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의 적용을 받아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점차 1군에 자리를 잡은 설영우다. 


데뷔전 당시 '깜짝 선발'이란 평가를 들었지만, K리그에서만 14경기에 나섰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6경기, FA컵에도 4경기나 출전했다.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기회를 꽉 붙든 설영우는 2021시즌도 기대 속에 준비하고 있다. 신인 선수들이 보통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고전하곤 하지만, 설영우는 데뷔 시즌을 잘 보낸 뒤 자신감을 쌓았다.


지난 18일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설영우는 다시 한번 울산의 우승, 그리고 개인적으론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2020시즌 신인인데도 많은 경기에 뛰었잖아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작년으로 신인으로 와서 경기를 많이 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데뷔 시즌이고 좋은 형들 곁에서 많이 배우자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으로 훈련했고요. 예상치 못하게 김도훈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경기를 많이 나가게 됐어요. 잊지 못할 한 해였죠.


- 지난해 멋진 활약을 예상은 했었나요?
저도 울산에 친구들, 후배들이 많았어요. 대학 때도 연락 자주하면서 김도훈 감독님 스타일을 많이 물어봤어요. 22세 이하 카드로 수비수를 잘 안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수비수라서 어렵겠다 싶기도 했지만, 데뷔전만큼은 치러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릴 뿐이에요.


- 데뷔전부터 안 떨고 자기 실력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무슨 생각하면서 경기장에 들어갔어요?
주변에서 다들 긴장 안하는 것 같다고 하시던데, 사실 긴장을 엄청 했어요.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요?)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아무 소리도 안 들리더라고요. 옆에서 뭐라고 하는지도 안 들리고 멍 했어요. 딱히 잘한 것도 없고 형들에게 패스만 주고 열심히 뛴 것뿐인데 칭찬해주신거죠. 저도 많이 놀랐어요.


- 첫 경기가 자신감이 됐겠네요.
맞아요. 그때 이후로 K리그에서 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 대학이나 고등학교 무대와 프로 무대 사이엔 넘기 어려운 벽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신인 선수들은 템포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매번 합니다. 지난해 빠른 적응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제 생각엔 리그가 2달 정도 개막이 미뤄진 게 큰 것 같아요. 항상 리그 스케줄에 맞춰서 주말마다 저희끼리 자체 경기를 2달 내내 했어요. 자체 경기를 처음 했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지난해 멤버가 정말 좋았잖아요. 두 팀을 짜도 어떤 팀이 주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어요. 첫 경기를 하고 '안 되겠다' 생각까지 했어요. 힘이 너무 들더라고요. 다들 힘이 너무 좋고 너무 빠르고, 기술도 좋아서요. 제가 통할 만한 점이 없어보였어요. 그런데 사람은 또 그 상황에 적응을 하더라고요. 2달 정도 해보니까 형들 템포에 맞춰지고, 힘도 올라오고요. 어느 순간 보니 형들과 함께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울산의 스쿼드가 워낙 좋았으니까, 실제 경기에 나서면 예상했던 것보다 쉬운 적도 있었어요. 울산처럼 좋은 팀에 온 게 득이 된 것 같아요.


- 그럼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선수를 꼽아줄 수 있나요? 울산 선수들도 자주 상대했다고 하니 포함해서요.
저는… 청용이 형. 다른 선수들은 보통 아주 뛰어난 점이 하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청용이 형은 드리블이 좋아서 바짝 붙으면 (돌파하고), 또 떨어져 있으면 패스도 좋고요. 막으려면 파울밖에 없는 것 같아요. 축구 도사라는 말이 딱인 것 같아요. (이청용이) 축구하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 그런 이청용 선수와 유난히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청용 선수가 중앙으로 많이 움직이는데, 함께 뛸 때 공격 가담하면서 궁합이 잘 맞던데요. 
(김)인성이 형도 좋은 선수지만, 개인적으론 (이)청용이 형과 더 잘 맞아요. 뒤로 뛰는 것보다 공이 오면 발아래 잡아놓고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시거든요. 저도 비슷하고요. 청용이 형은 저한테 접근을 자주 해주시니까 주고받고 하기 좋아요. 인성이 형은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좋잖아요. 제가 별로 할 게 없어요. 대신 청용이 형이 있으면 제 장점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 예전에는 '윙어'였다고 하던데요. 이젠 확실히 풀백이나 윙백이라고 자신을 소개해도 괜찮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진 윙이었어요. 저는 제가 윙으론 그리 좋은 선수가 아니란 걸 알고 있어요. 이젠 측면 수비라고 할게요. 저는 수비적으로 자신이 있어요. 골문 쪽에서 쉽게 돌파를 안 당할 자신이 있어요. 그리고 공이 제 아래에 들어오면 안 빼앗길 자신도 있어요. 상대에게 위협을 주진 못해도 빼앗기지는 않을 거에요. 물론 가장 기본적인 거긴 하죠.


- 공격수 출신의 측면 수비수라서 공격 가담이 더 좋은 것 아닌가요.
수비로 내려오다보니까 윙어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죠. 청용이 형한테 패스했을 때 뭘 원하는지도 알고, 공격 가담을 어떻게 해줘야 더 편했는지 느껴봤죠. 그러니 더 편한 면도 있어요.


- 데뷔 시즌부터 준우승을 2번이나 했고, ACL 우승을 했어요. 분명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닌 것 같아요.
작년에 준우승을 했지만, 그 전에(2019년)도 준우승이었잖아요. 그때도 있었던 형들은 충격이 정말 큰 것 같았어요. 정말 실망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저도 재작년엔 관중으로 보면서 많이 아쉬웠어요. 형들이 우스갯소리로 축구 선수를 몇 년 동안 할지 모르지만, 우승을 한 번도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들어가자마자 경기를 뛰면서 우승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놓쳐서 아쉽죠. 혹시라도 마지막 기회이진 않을까 생각해서 많이 실망했어요. 누구 탓도 못하고 많이 힘들었죠. ACL에서 우승해서 그나마 위로가 된 것 같아요.


- 올해는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아요.
작년과 올해 멤버가 바뀌었고, 가장 큰 건 감독님부터 코칭스태프가 바뀐 거죠. 우승을 노리고 구단에서도 모셔오신 거라고 생각해요. 전북을 잡는 것보다 모든 팀들을 우승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작년 동계도 힘이 넘쳤지만 올해는 두 배만큼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요.


- 클럽 월드컵이 너무 촉박하게 열리는 것 같아요. 휴식은 잘했나요?
(휴가 동안) 푹 쉬고 좋은 곳도 가고 싶었죠. 자가 격리도 해서 1주일 밖에 못 쉬었어요. 그런데 ACL 우승을 못하고 그랬으면 정말 답답했겠지만, 우승하고 클럽 월드컵까지 나가게 됐잖아요. 그래서 쉬는 것은 안 아쉬워요. (특별히 맞대결 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토마스 뮐러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끝나고 악수는 해보고 싶네요.


-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겠다고 감독님이 공언하셨어요. 그렇지만 설영우 선수는 올해부턴 이제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죠. 어찌 보면 진짜 경쟁일 것 같은데요.
어느 선수나 팀에 주전으로 활약하는 걸 꿈꾸죠. 저도 그렇게 마음먹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울산의 양쪽 수비에는 국가대표들이 버티고 있어서요.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와 두 형들의 장점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감독님 전술에 따라 기용될 것이기 때문에 저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전지훈련부터 진가를 보여줄 필요가 좀 있겠는데요?
런던 올림픽에 갔던 형들에게 (감독님 스타일이 어떠신지) 좀 물어봤어요. 엄청 '빡세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죠. 공 없이 막 달리면서 체력을 올리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으시더라고요. 볼을 많이 만져가면서 체력도 올리고 있어요. 저는 그런 거 좋아하니까 재미있죠.


- 이동준 선수도 합류하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 같은데요. U-23 대표팀에서도 익숙해졌을텐데 조금 더 친근해서 경기력도 편안하게 나오지 않을까요?
지난해는 베테랑 형들을 위주로 노련한 축구를 한 것 같아요. 젊은 선수들을 주로 쓰겠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눈치도 좀 덜 보고, 큰소리도 좀 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제 플레이를 자신감 있게 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아, U-23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별명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지난해 11월 이집트 원정에서. 혹시 뭐라고 불리는지 본인도 알고 있어요?
알고 있죠. 팬들이 '이집트 왕자', 나중에 ACL에 갔을 땐 '카타르 왕자'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이집트 갔을 때 경기를 했는데 현지에서 중계가 됐나 봐요. 이집트 팬들이 좋게 봐주셨는지 경기 끝나고 SNS에서 계속 댓글이 달리고, 울산 현대 페이지에도 그랬나봐요.


- 솔직한 소감은 어떤가요? '인기남'의 기분이란.
인기가 많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죠.(웃음) 그렇지만 축구로 인기를 끌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싶어요.


- 최근 K리그 선수들이 외모로도 주목받는 선수가 많잖아요.
일단 축구 실력이 먼저죠. 외모 가꿀 생각은 없습니다. 축구를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다는 말은 언제나 좋습니다. 항상 축구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일단 축구 실력만 키우겠습니다! (이미 울산의 대표 미남 아닌가요? 대구FC의 정승원을 위협할만한?) 승원이 형은 못 이길 것 같네요.(웃음)


- 올해도 이루고 싶은 게 많을 것 같아요. 팀으로도, 개인적으로도.
K리그 우승에 기여하는 게 목표죠. 개인적으론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 명단에 드는 것이죠.


-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각오는 어떤가요?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사실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저한테도 기회가 돌아온 거죠. 저는 그전엔 전혀 가지 못했으니까요. 그전에 대회가 열렸으면 유현이 형이나 종규가 갔겠죠. 저도 그 덕분에 대표팀에도 다녀왔죠. 남은 기간 동안 불러주실지는 모르지만, 안 불러주셔도 실망할 필요는 없고, 팀에서 맡은 몫을 잘해내려고 노력해야죠. 바로 A대표팀에 갈 수도 있잖아요.(웃음)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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