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닫자 SNS·중고거래 침투..교문밖 신음 커진 '학교폭력'
지난해 11월, 고등학생 A군은 친구 B군과 함께 같은 학교 남학생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내 태권도장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도장은 휴관 중이었지만, A군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둘이 번갈아 가며 1시간 넘게 때리자 피해 학생은 의식을 잃었다.
지난해 6월, 중학생인 C양은 동급생 D양의 SNS 비공개 게시물을 다른 친구들에게 퍼뜨렸다. 다이어트 차 몸을 체크하기 위해 옷을 입지 않고 찍은 사진들이었다. 다투기 전 가까웠던 둘은 서로 비밀번호를 공유할 정도였는데, 틀어지고 나니 그게 가해 도구가 됐다.
지난해 1월, 중학생 E군은 익명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휴대전화 앱을 통해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여학생 두 명에게 접근해 '음란물 공격'을 했다.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와 음란 사진을 여러 번 보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여파로 학교가 문을 닫은 사이 학교폭력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장소와 양상을 달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전년도보다 줄었지만, 사이버폭력과 집단따돌림의 비중이 늘었다.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295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피해 응답률은 0.9%로, 전년도보다 0.7%p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감소 폭이 컸다(3.6%→1.8%).
학생 1000명당 피해 유형 응답 건수는 모든 피해 유형(언어폭력·집단따돌림·스토킹·신체폭력·사이버폭력·금품갈취·성폭력·강요)에서 줄었다. 가장 흔한 피해 유형인 언어폭력의 경우 지난해 1차 조사에선 학생 1000명 중 8.1명이 피해를 당하였다고 답했는데, 이번 조사에선 4.9명으로 줄었다.
피해 유형끼리 비교하면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 비중이 커지고 나머진 줄었다. 사이버폭력은 전년 조사에서 전체 피해의 8.9%만 차지했는데 이번 조사서 12.3%로 3.4%p 늘었다. 집단 따돌림은 23.2%에서 26.0%로 2.8%p 늘었다. 학생 수 대비 폭력피해 건수는 다 줄었지만, 일단 피해를 당했다면 그게 사이버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일 가능성은 커졌단 얘기다.
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맡아온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지난해 현장에서 체감하기로 학교폭력 건수는 줄었지만 한 번 발생하면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어른들의 속도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형태의 사이버폭력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네에서 피해 타깃을 찾는 경우도 있었는데, 판매하는 상품들을 보고 청소년인 것 같으면 채팅으로 말을 걸어 직거래하자고 한 뒤 물건을 빼앗거나 가깝게 지내며 괴롭히는 식이다.
이번 교육부 조사를 위탁받은 한국교육개발원의 한효정 교육지표연구실장은 “201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2020년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이버폭력·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은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학교폭력 경험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2월 중 수립하여 시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문현경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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