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10명 모두 여배우.. 여성들만의 이야기일까요?"

박민지 2021. 1. 2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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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끝나지 않을 나의 이야기죠." 내내 막힘없던 배우 정영주가 숨을 고르며 내놓은 답이다.

여배우만 10명이 오르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이었다.

"여성 서사도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었어요. 여배우 10명만 나오는 게 왜 놀랍죠? 남배우 10명이 나오는 공연은 당연했잖아요. 지금 관객은 여성이 화자인 이야기에 목말라해요." 이런 공연에 갈증을 느낀 건 관객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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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프로듀서 데뷔 배우 정영주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주인공 알바를 연기하는 배우 정영주가 인터뷰에 앞서 정동극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첫 프로듀서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정영주는 배우와 프로듀서로 두 가지 역할에 도전한다. 최현규 기자


“결코 끝나지 않을 나의 이야기죠.” 내내 막힘없던 배우 정영주가 숨을 고르며 내놓은 답이다. 여배우만 10명이 오르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이었다. 3년 전 초연 당시 ‘알바 효과’를 불러오며 남성 서사가 주를 이루던 공연계에 묵직한 한 방을 날렸던 이 작품이 22일 정동극장에서 재연의 문을 연다. 초연 때 주인공 베르나르다 알바를 맡았던 정영주가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국민일보와 정동극장에서 만난 정영주는 “프로듀서 도전작으로 왜 이 작품을 선택했나”라는 물음에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그냥 끌렸어요. 낭만적으로 말하자면 운명 같았죠(웃음).”

이 작품은 20세기 스페인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극의 배경은 1930년대 스페인 지방 농가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남편이 갑자기 죽음을 맞은 후, 알바는 가장이 돼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온갖 욕망이 뒤엉켜 파국으로 치닫는다. 무대는 내내 격정적이다. 인물 간 휘몰아치는 긴장감은 관능적인 플라멩코로 표출된다.

정영주는 초연을 마치고 생각했다.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은데…’. 국내에 라이선스를 들여오는 일부터 시작했다. ‘언니가 직접 나섰다’는 소식에 후배 여배우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그는 “미국과 시차 탓에 새벽에 메일을 확인하고, 번역해 보내길 반복하며 6개월 만에 가져왔다”며 “후배들이 나처럼 막무가내로 덤빌 때, 이 길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 서사를 주류로 올려놓은 공연으로 평가된다. 초연 때만 해도 여배우로만 구성한 여성 이야기는 흔치 않았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알바 효과’가 뒤이었다. 지난해 뮤지컬 ‘리지’, ‘마리퀴리’ 등의 흥행에 발판이 됐다. “여성 서사도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었어요. 여배우 10명만 나오는 게 왜 놀랍죠? 남배우 10명이 나오는 공연은 당연했잖아요. 지금 관객은 여성이 화자인 이야기에 목말라해요.” 이런 공연에 갈증을 느낀 건 관객만이 아니다. 새 배우 5명을 뽑는 오디션에 여배우 500여 명이 몰렸다.

정영주는 ‘알바 효과’를 이끈 주인공이다. 죽음으로 부재한 가장의 자리를 채우는 알바의 강압적 면모를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표현한 연기는 일품이었다.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배우로 무대에 서면서 프로듀서로서 전체를 통솔하는 과정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연기보다 작품 소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예를 들어 ‘알바를 연기하며 무엇에 집중했나’ 같은 질문을 던지면 “절 봐주시는 것도 좋지만, 작품의 메시지를 제대로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특히 초록빛 등장 순간에 공을 들였어요. 상중(喪中)인 모든 인물이 검은 드레스를 입지만, 무대에 초록 드레스가 아주 잠깐 나와요. 공간이 숨 쉬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여성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나’라는 우문에는 “성별과 관계없이 각각 얻을 교훈이 다를 것 같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이 작품이 여성들만의 이야기일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삶, 억압과 자유에 관한 이야기예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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