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27) 31년의 교수생활 마침표.. 최루가스 자욱했던 고별강연

양민경 2021. 1.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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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은 31년간의 교수 생활을 끝내는 해였다.

그해 9월 퇴임기념예배를 맞기 전까지 5월엔 연세대 신앙강화주간 강사로 강의하고 7~8월엔 미주 동포를 위한 강연여행도 하며 바쁘게 보냈다.

후배 교수들이 강연회를 연기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훗날 기록을 보니 81년 한 해에만 설교 100여회, 방송 142회, 기업체 강연 208회, 일반 강연 116회 등을 했고 두 권의 책을 위한 원고 2400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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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당일 독재정권에 맞서 학내 시위
후배 교수들의 연기 요청에도 강행
데모하던 학생들까지 참석 강의실 꽉 차
김형석 교수는 1985년 연세대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사진은 김 교수(오른쪽)가 퇴임 후 한 행사에서 같은 해 숭실대에서 정년퇴임한 안병욱 교수와 함께한 모습.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1985년은 31년간의 교수 생활을 끝내는 해였다. 연세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했다. 그해 9월 퇴임기념예배를 맞기 전까지 5월엔 연세대 신앙강화주간 강사로 강의하고 7~8월엔 미주 동포를 위한 강연여행도 하며 바쁘게 보냈다. 퇴임예배가 있던 기간에 안병욱 숭실대 교수도 은퇴했기에 우리 소식은 신문과 방송 등에서 기사화됐다. “두 교수의 퇴임은 사회적 이벤트”라고 평하는 보도도 있었다.

9월 13일에는 나의 퇴직기념 강연회가 문과대학 1층 101호실에서 열렸다.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맞선 학생운동이 활기를 띠던 때였다. 마침 그날 대학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학생 데모가 있었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교내 여러 곳을 점거한 상황이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여러 발의 최루탄이 발사돼 캠퍼스 전체가 혼란스러워졌다. 후배 교수들이 강연회를 연기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몇 명이 참석해도 좋으니 강행하기로 했다. 이날 강연 내용은 역사와 윤리, 시간의 구조에 관한 것으로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약속한 2시가 돼 강의실에 들어서보니 교실이 초만원이었다. 의자에 앉지 못한 학생은 벽에 기대 있었다. 신문사 기자들도 보였다. 데모를 하다 최루탄 가스를 뒤집어 쓴 학생들도 참석해 실내는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나 역시 재채기를 하면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밖에서는 여전히 데모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강연회는 성황리에 마쳤다. 마치고 돌아오면서 ‘30년간의 대학교수 생활이 실패하지는 않았구나’란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

결과는 모르겠으나 대학에 머무는 31년간 정말 많은 일을 했다. 훗날 기록을 보니 81년 한 해에만 설교 100여회, 방송 142회, 기업체 강연 208회, 일반 강연 116회 등을 했고 두 권의 책을 위한 원고 2400장을 남겼다. 이전에는 더 많은 일을 했을 것이나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못 된다. 한 가지 일에 더 정성을 쏟았다면 뜻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30여년을 이렇게 일했으니 헛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위안이 들기도 한다.

대학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한 지 36년이 됐다. 교육계에 몸담았던 수필가이자 신앙인으로 지내오며 그리스도인다운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힘썼다. 신앙인으로서 신앙적 기준과 인간으로서의 기준, 두 가지 삶의 척도를 신경 쓰며 살아왔다. 바로 경건과 성실이란 가치다. 서양 중세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성실한 사람은 악마도 유혹하지 못하며 하나님도 그를 버리지 못한다.” 기독교 사회였던 당시에 이런 말이 나왔다는 건 그리스도인 가운데서도 성실한 사람 찾기가 힘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성실한 사람이 경건성을 더하면 신앙인이 된다. 인격을 갖춘 사람이 신앙을 갖게 됨으로써 거듭난 신앙인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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