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차르' 캠벨 등장, 한국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윤현 2021. 1. 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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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바이든 행정부 아시아태평양조정관 임명..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 북미정상회담 칭찬도

[윤현 기자]

 2013년 1월 방한한 커트 캠벨 당시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커트 캠벨은 2021년 현재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으로 임명됐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인도태평양조정관을 신설하고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임명했다.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미국의 대중 외교를 포함해 아시아 전략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자리다. 중국 압박과 아시아 내 동맹 강화를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목표를 거듭 보여주는 대목이다. 

캠벨 전 차관보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 아태 담당 부차관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민주당 정부의 대표적 아시아 전문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 바이든 행정부 외교팀의 최고위직들과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터라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에게 러시아어로 황제를 뜻하는 '차르'라는 표현이 붙은 것만 봐도 그렇다.

'대중 강경파' 캠벨, 한국에 선택 압박할 듯 

캠밸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풀어놓은 2016년 저서 <피벗>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국·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와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을 미국의 핵심 경쟁자로 여기는 '대중 강경파'다. 2018년 5월 외교전문지 <디 디플로맷>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민주화·세계화의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실패했다"라고 규정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라는 기고문에서도 그는 "미국이 중국의 굴기에 맞서기 위해 유연하고 혁신적인 동맹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라며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동맹국의 군사력 강화도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커트 캠벨의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갈무리.
ⓒ 포린어페어스
 
또한 주요 7개국(G7) 국가에 한국·호주·인도를 더한 연합체 구상인 '민주주의 10개국'(D10)과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구성한 비공식 연합인 '쿼드'(QUAD)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캠벨 전 차관보를 발탁한 것은 순전히 '중국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그의 아시아 정책이 동북아시아와의 동맹 강화보다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과의 국경 충돌 격화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원하는 인도가 캠벨 전 차관보를 유독 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의 외교 전문가 드루바 자이샹카르는 "캠벨 전 차관보의 임명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외교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일본도 미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이라는 큰 고민을 덜게 됐다. 캠벨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나 방위비 분담 인상 카드로 한국·일본과 같은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해 왔다.

다만 득이 있으면 실도 있다. 대중 강경 노선에 한국을 포함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말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 사이에서 한국이 어느 한 쪽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도 점칠 수 있다.

또한 한미일 협력을 원하는 미국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 등으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한일 관계에도 더욱 적극적인 압박과 중재에 나설 경우 자칫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칭찬... 대북정책 '새 버전' 나올까?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 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의 캠벨 전 차관보 발탁이 사실상 중국에 대한 선전 포고라는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북핵 문제에도 당연히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캠벨 전 차관보는 지난달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의 대담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라며 "북한이 도발을 거듭하던 오바마 행정부의 실수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대응·이란 핵합의 복원 등 정권 초기에 시급한 현안이 많아 북핵 문제를 뒤로 미루더라도,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서기 전에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캠벨 전 차관보는 성패를 떠나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을 실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10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의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와 직접 대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우려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세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국과 대화하는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만약 북한의 미친 짓을 막을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모한 도박이 아닙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시절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예전보다 대북 제재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북한과의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캠벨은 2020년 11월 미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TF 대표단을 만났을 때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인내하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혹자는 "캠벨 전 차관보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라며 "'아시아 차르'라는 표현도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한국으로서 캠벨 전 차관보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기회이자 위기라는 점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며 두 강대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그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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