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이 "1년간 마음에 묵혀뒀다"는 영화 '세자매'

강경루 2021. 1. 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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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개봉.. 문소리 장윤주 등 출연
아픔을 지닌 세자매 이야기 묵직하게 풀어내
배우 김선영. 리틀빅픽쳐스 제공

배우 김선영은 재기발랄한 얼굴로 많이 각인돼 있다. 대표 흥행작인 tvN ‘응답하라1988’, KBS2 ‘동백꽃 필 무렵’ 등에서 그가 명랑한 모습을 자주 선보였던 탓이다. 하지만 김선영의 호연은 묵직하고 가슴 저리는 배역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세자매’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일 온라인으로 만난 김선영은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하기까지 1년 동안 마음속에 묵혀둔 작품”이라면서 “상처가 많은 인물이었지만, 연기하면서 되레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2021년 첫 한국 영화가 된 ‘세자매’는 가식적이고, 소심하고,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문소리 장윤주 등이 출연한다. 극에서 어릴 적 트라우마로 딸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소심한 첫째 언니 희숙 역을 맡은 김선영은 줄거리 내내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등 소재가 드러나며 폭발하는 중·후반에서 방아쇠 역할도 톡톡히 하는 희숙은 스토리텔링의 기둥이다.

김선영은 “이 영화는 단순히 물리적인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를 중심에 놓은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인터뷰 운을 뗐다. 그는 “학대와 폭력은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것도 있지만 눈빛과 언어의 폭력도 있다. 우리는 늘 모두가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는 우리가 그런 폭력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봉합하는지에 대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사는 세자매는 서로 아웅다웅 다투지만, 서로가 있어 결국 힘을 얻는다. 영화는 초·중반부 세자매의 현실을 교차하며 보여주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다가 중간부터 감정 고조를 향해 빠르게 치닫는다. 너무 소심하고 너무 위선적이고 너무 제멋대로여서 때로 과장돼 보이기까지 하는 캐릭터 설정이 무거운 소재와 합쳐지면서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영화는 가부장제 아래 아이들의 성장과 그로 인한 세 자매의 성격 형성을 설득력 있게 파고든다.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파장을 세심하게 살펴본다는 점에서 근래 극장가에 불붙은 여풍에 힘을 싣는 영화인 셈이다. 김선영은 “남성이 주체가 된 영화가 나오면 아무렇지 않지만, 여성 영화에 대해서는 여성 주체 영화라고 콕 집어 얘기한다”면서 “이것은 남성들의 시선으로 말해지는 이야기들이 영화 주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별로서 주체가 나뉘지 않을 만큼 균형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세자매' 스틸. 리틀빅픽쳐스 제공

앞서 ‘해피뻐스데이’(2016) ‘소통과 거짓말’(2015) 등을 연출한 이승원 감독이 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김선영의 배우자다. 연극을 할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던 터라 손발이 척척 맞았다.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얘기를 주고받으며 작품을 다듬어갔다는 김선영은 “연극 작업을 10년 넘게 해와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며 “매체가 영화로 바뀌었을 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건 같았다”고 떠올렸다.

영화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문소리와 장윤주와도 친자매처럼 지냈다. 이들 모두 쉬는 날에도 늘 상대방 촬영에 가 응원을 전했다고 한다. 김선영은 이번 작품에서 모델 이미지를 벗고 막무가내 막내로 변신한 장윤주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윤주는 정말 놀라운 배우다. 세계를 누비며 창의적 예술가들을 만나고 몸으로 감정을 표현했던 친구여서인지 흡수력이 놀라웠다”고 칭찬했다.

20살이 되던 해인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해 일찍이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김선영은 20년이 지나서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긍정을 잃지 않는 선영 역을 맡았던 ‘응답하라1988’이 전환점이 됐다.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러브콜을 받아 영화 ‘내가 죽던 날’ ‘말모이’ ‘미쓰백’ ‘허스토리’와 드라마 ‘오! 삼광빌라’ ‘사랑의 불시착’ 등 성실한 다작으로 팬들에게 스며들었다.

김선영은 걸출한 연기로 이견 없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데도 김선영은 본인 연기에 “늘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에게 연기자가 “공감의 의무를 지닌 사람”이어서다. 그는 “공감은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공감했다고 섣불리 생각하면 다른 사람에겐 오해와 폭력이 될 수 있다”며 “공감이 의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집중하는 태도가 생긴다”고 말했다. ‘세자매’ 희숙에게서도 그런 진중함이 풍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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