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㊸] 실험적 시도에 대중성까지 품는 '곤드'의 영역확장

박정선 2021. 1. 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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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 새 앨범 'I don't care about your love life.' 1월 18일 발매
"행복하기도, 아프기도 한 사적인 각자의 연애사 담아"
ⓒGOND

작사·작곡과 노래를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란 표현도 부족하다. 곤드(GOND)는 자신을 ‘음악과 디자인을 하는 곤드’라고 압축해 표현한다. 앞서 타 가수의 프로듀서로서 앨범을 지휘해왔던 것을 넘어 지난 2018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노래하고 곡을 쓰고, 또 아트웍과 뮤직비디오 등 하나의 앨범이 탄생하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무작정 누군가의 결과물을 보고 꿈을 꿨던 어린 시절의 곤드는, ‘음악가’라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때로는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친 누나의 열정적인 모습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했다. 비록 그가 꿈꾸던 ‘어린 음악가’는 되지 못했지만, 부딪히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현재를 더 소중히 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가수가 된 지금, ‘새로운 것’에 집중됐던 그의 음악도 매번 조금씩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면서 말이다.


- 처음 앨범을 받아들었을 때의 기쁨을 말 할 수도 없겠네요.


제 앨범을 만들기 전에 래퍼 이현준 형의 첫 EP 앨범 ‘Analog TV’의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어요. 그 형이 했던 말 중에서 인상 깊은 말이 있었어요. ‘첫 앨범은 인생에 한번밖에 없고 수많은 존경받는 아티스트들의 가장 명반은 첫 앨범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공감이 크게 됐어요. 그래서 저도 첫 앨범으로 명반을 남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서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데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죠. 그래서 그런지 막상 발매가 되었을 때는 생각보다 감흥은 없었던 것 같아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내 첫 프로젝트가 끝이 나긴 했구나’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 그때의 곤드와, 지금의 곤드.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면요?


앨범을 만드는 것에 약간 노련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너무 힘을 주고 있었다면 이제는 힘을 조금 빼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어서 음악도 이전보다는 듣기 편해진 느낌입니다.


- 프로듀서로서로 활동하다가 플레이어로 뛰게 된 계기는요?


원래부터 제 목표는 플레이어였어요. 무대에 서서 제 음악을 직접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커요. 프로듀싱은 그런 제 음악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한 요소였는데 누군가가 제 비트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먼저 생겨서 프로듀서로 먼저 데뷔하게 된 것 같아요.


ⓒGOND

- 이번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I don't care about your love life.’는 사랑에 빠지면서 행복하기도, 아프기도 한 사적인 우리 각자의 연애사입니다.


- 연애사라…. 어떤 사건이 이 앨범을 만들게 한 건가요?


특별한 사건이랄 것은 없었어요. 음악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감정적인 울림을 잘 줄 수 있는 소재는 역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돌아보면 초반에 냈던 제 앨범들은 공감을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주제들이었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누군가와 같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욕심이 동력이 돼주었어요.


- ‘난 네 연애사를 신경 쓰지 않아’라니. 색다른 사랑 노래네요.


앨범의 주제가 ‘연애사’인 만큼 제가 연애를 할 때의 기억들을 이 앨범에 반영했는데 다 만들고 생각해보니 누가 내 연애사에 관심을 가질까 싶었어요. 제 사적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다 보면 저 스스로 그 이야기에 너무 깊게 이입을 했던 경험을 자주 해봤는데 돌아보면 그렇게 이입할 만한 사건이 아니었던 부분에서도 조금 오버스러웠던 것 같아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음악 속에서 가장 제가 감정에 이입해서 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저와 모르는 사이의 사람이 듣는다면 저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어서 지은 제목입니다.


- 전 앨범인 ‘불’도 연애 이야기를 다룬 앨범이었죠?


네. 처음에는 리스너들에게 제 음악이 독특하고 신선하게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다 보니 조금 외로워지더라고요. 독특한 주제만 가지고는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혼자 듣는 음악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음악과 타인의 감정이 섞일 수 있는 여지를 닫아두고 음악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점점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랑을 소재로 소통의 여지를 열어두고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이어가고자 했던 생각이 반영된 결과에요.


- 이번 앨범도 역시 사운드가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카사블랑카’ 같은 오래된 영화들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 시절의 영화를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감상했던 오래된 클래식 영화들은 모두 어딘가 황홀하고 극적인 느낌을 불러 일으켰어요. 마치 테마파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과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동화적인 황홀함과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이 무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기분을 적절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 클래식 영화적인 사운드를 많이 사용했어요.


ⓒGOND

- 아트웍, 뮤직비디오, 프로듀싱, 플레이를 전부 직접 해오고 있다고요.


제가 앨범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간의 유기성이에요. 수록곡간의 유기성은 물론이고 아트웍, 영상, 제목부터 내용까지 각각 요소들만의 차별화된 개성이 있음과 동시에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유기성과 통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게는 중요하는데 모든 요소를 혼자 하면 그러한 유기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고 생각해요. 실력 좋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그런 유기성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러한 분들을 섭외할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가 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어요.


- 모든 걸 혼자 다 해내려면 어려운 점들도 있을 것 같은데.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확실히 다른 분들과 비교했을 때 곡이나 앨범을 완성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낮아지는 감이 있죠. 극복해야 할 사안이기도 합니다. 하하.


- 뮤직비디오도 독특합니다. 사운드와 영상의 질감이 아주 조화롭고요.


그동안 새로운 기술에서 오는, 전에 없던 미장센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힘을 빼서 연출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독특한 미장센 위주보다는 곡의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했어요.


사실 색감은 제가 생각하는 로맨스의 이미지를 디자인한 앨범 아트웍에서 따왔어요. 앨범 전반적인 통일감을 색채로 갖고 가고자 하는 의도에서 영상 컬러 선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클래식한 영화적 질감을 부여하여 뉴트로한 이미지를 ‘Moon’이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우주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전반적으로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동화적인 황홀함’을 느끼게 만들고자 연출했습니다.


- 이번 앨범을 잘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나요?


가능한 영상과 함께 보셨으면 합니다. 1번트랙 ‘f**ked up’의 프리뷰 티저 영상부터 ‘Moon’ 비주얼라이저 영상, ‘Hotel Room’ 뮤직비디오 영상 모두 각 노래의 연장된 표현으로써 더욱 깊게 음악을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론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요.


늘 신박하고 새롭고 싶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편견 없이 새로운 것을 흡수하여 느껴본 적 없는 청각적 자극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 그리고 데뷔하고 얼마 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터져서 제 노래로 제대로 무대를 서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올해에는 많은 분들과 무대에서 소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음악으로 자주 찾아뵙고 싶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작업물로 금방 찾아뵐게요(웃음).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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