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조사서도 "4대강 보 필요하다"..주민 48% "찬성"

김방현 2021. 1. 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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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물관리위원회 국민 의식 조사 결과


주민들, "보 필요"(48%), "보 불필요"(39%)
세종보와 공주보 등에 대한 해체가 결정된 가운데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금강과 영산강 보(洑) 주변 국민은 보 해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공주지역에 공주보 해체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7월 24일부터 8월 25일까지 한 달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보 인접 지역 국민의 44.5%는 '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보가 필요 없다'고 답한 국민은 39.1%였다.

금강 공주보 인근 국민(500명) 조사에서도 '보가 필요하다'(48%)는 의견이 '불필요'(39.4%)보다 우세했다. 백제보 지역 국민은 54.7%가 보 필요성에 대해 찬성했고 31.3%는 반대했다. 영산강 승촌보 주민도 '보 찬성'이 45.4%로 '보 반대'(34.7%)보다 많았다. 반면 죽산보 지역 주민은 '보 찬성'(35.5%)보다 '보 반대'(41.2%)가 많았다. 보 인근 국민은 수자원 활용 등 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일반 국민은 보 불필요(37.7%)가 다소 많아"
반면 일반 국민(1000명) 가운데 33.9%는 '보가 필요하다'고 했고, 37.7%는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가 왜 필요하냐'는 물음(중복 응답)에는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응할 것 같아서'가 70.7%,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52.5%였다. 이어 '수질이 좋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어서'(28.7%), '보 앞의 호수 같은 경관이 보기 좋아서'(12.9%), '보트 타기 등 레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어서'(8.9%) 등의 순이었다.

수문이 개방된 공주보. 프리랜서 김성태


반면 보 불필요 이유에 대해서는 '녹조 등 수질이 좋아져야 해서'가 67.2%로 가장 많았고, '강이 막히지 않고 자연적으로 흘러야 해서'(65.9%), '물고기와 새, 모래톱 등이 돌아올 수 있어서'(47.6%) 등으로 답했다.


"국민 60%는 4대강 사업 잘 몰라"
반면 '4대강 사업을 잘 아느냐'는 질문에는 일반 국민 60.1%가 '잘 모른다'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들어는 보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52%)고 답하거나 '모른다'(8.1%)고 한 반면 39.9%만이 '잘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에 대해 51.4%가 반대했고, 24.5%는 반대, 24.1%는 모른다고 하거나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진석 의원 측은 "그동안 현 집권세력과 환경단체 등이 4대강 사업의 부정적인 요소만 지나치게 강조한 게 국민 인식 형성에도 영향을 준 거 같다"고 말했다.

이 여론조사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리서치가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의 19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 금강과 영산강 수계 지역 국민 1000명, 보 인접 지역 국민 2500명 등 총 4500명이었다.

이 가운데 보 지역 국민은 금강 세종·공주·백제보와 영산강 승촌·죽산보 지역 거주자이다. 일반 국민과 수계지역 국민은 설문지에 따른 전화 조사로, 보 인접 지역은 전화 조사와 개별 면접을 병행했다고 국가물관리위원회측은 설명했다.

보 개방으로 물이 빠진 세종보 인근 금강에 고라니가 뛰어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 보 해체 결론 위해 532억원 투입
이런 가운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론을 내리는 데 532억원의 국민 세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예산처가 정진석 의원실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보를 상시 개방했을 때 나타나는 생태계 변화 모니터링에 79억5000만원을 쓴 것을 포함해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조사·공급 대책 마련비 422억원▶4대강 조사·평가단 인건비·운영비 30억원▶국민 의식 여론조사비 4000만원 등을 지출했다. 아직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4대강 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수 시설 개선비용 등에도 61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세종보 주변 금강에 물이 없어 황량한 모습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진석 의원은 “이런 마당에 수천억을 들여 지은 공주보를 10년도 안 돼 또다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부수겠다는 결정에 '엽기적'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금강 세종보·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상부 교량인 공도교를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또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영산강 죽산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는 "죽산보는 국가 재난 방지 시설"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정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응진 공주보해체반대추쟁위원회 사무국장은 "주민들과 보 해체 반대 투쟁을 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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