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에 좌절 안겼던 폐암치료제.. 유한양행은 성공할까?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1. 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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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표적항암제 '렉라자' 허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경쟁해야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사진=유한양행 제공

수년째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폐암이다. 국가암검진 대상에 폐암을 포함시킬 만큼 폐암으로 사망하는 한국인의 수는 많다. 2019년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36.2명으로 3년새 1.1명이 늘었다. 폐암환자의 증가와 함께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폐암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는 과연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치료할 수록 선택지 줄어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뜨겁다

폐암 중에서도 비소세포폐암은 우리나라 전체 폐암환자의 85%를 차지하는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0~40%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양성으로 진단되고, 이들은 1, 2세대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게 된다. 1, 2세대 표적항암제로 효과를 보더라도 해당 치료제들을 사용한 약 50~60%의 환자는 T790M돌연변이로 인해 내성이 생기고,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내성이 생긴 약은 더 이상 쓸 수 없기 때문이다.

2021년 국내 폐암환자는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6000명 정도의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내성으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다. 폐암치료제의 종류는 크게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로 구분되는데 세포독성치료제는 부작용이 크고, 표적항암제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평균적으로 1, 2년 정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긴다.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폐암치료의 새 장이 열리긴 했지만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있는 환자는 극히 일부다.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는 내성문제도 거의 겪지 않고 높은 항암효과를 얻지만,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는 10명 중 3~4명에 불과하다. 표적항암제로 항암효과를 얻는 환자가 10명 중 9명 이상임을 생각한다면 큰 차이다.

그래서일까.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는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1세대 EGFR 표적항암제로는 ▲아스트레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와 ▲로슈의 '타쎄바(엘로티닙)'가 있고, 2세대 치료제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아파티닙)'이, 3세대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이 있다. 3세대 치료제는 아니지만 최근 릴리의 표적항암제 '사이람자(라무시루맙)'와 '타쎄바'를 병용하는 치료법도 있다. 사이람자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성·전이성 위암 2차요법 치료제로 허가돼 사용되고 있는 약제다.

◇렉라자, 시작은 좋은데‥'올리타'처럼 용두사미?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신규 3세대 표적항암제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016년 3세대 표적항암제로 출사표를 던졌던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이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올리타는 타그리소와 비슷한 시기에 조건부 허가를 받으며 출시됐으나 2018년 개발중단이 결정됐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타그리소에 비해 효과가 우월하지 않고, 독성에 의한 피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다만, 렉라자는 올리타와 달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렉라자는 EGFR T790M 돌연변이 내성에 강한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게도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를 얻은 상태다.

종양내과 전문의 A 교수는 "올리타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가 있어 결국 개발이 중단됐는데, 렉라자는 임상 과정에서 독성문제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렉라자는 타그리소와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뇌전이 폐암환자에게는 더 효과적인 측면이 있어 글로벌 경쟁도 '해볼 만 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3세대 비소세포폐암 시장경쟁 본격화...시장뒤집기는 "글쎄"

폐암전문가들은 렉라자가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경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3세대 표적항암제 치료제의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봤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철 교수는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면역항암제가 거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존 1, 2세대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하는 약을 찾아야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내성을 극복한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는 타그리소 밖에 없던 상황에서 경쟁약제인 렉라자의 등장은 환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교수는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는 타그리소가 이미 점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기에 렉라자가 허가됐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기존에 타그리소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가 렉라자로 치료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고 1, 2세대 표적항암치료제 내성이 생겨 3세대 항암제를 써야하는 신규 환자들이 타그리소 대신 렉라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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