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사면,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인가

신범수 2021. 1.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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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께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사면론 제기 후 찬반으로 정확히 양분된 여론 추이를 살핀 뒤 나온 것일 테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사면 결정이 본인의 지지율 향상을 포함해 어떤 면에서도 유리한 일이 아닐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재집권에 성공하고도 문 대통령이 3명에 대한 사면 혹은 가석방을 결정한다면 이는 진정한 국민 통합의 단초로 작용하여 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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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께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즈음이면 우리는 또다시 통합이니 포용이니 하는 말들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적당한 시점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 4명 중 3명이 감옥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36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보다 3년 뒤인 203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금 짧아 2022년 7월 만기 출소한다. 나머지 1명은 문재인 대통령이며 그는 이들 3명에 대한 사면권을 쥐고 있다.

새해 첫날 여당 대표가 던진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18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각됐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사면론 제기 후 찬반으로 정확히 양분된 여론 추이를 살핀 뒤 나온 것일 테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사면 결정이 본인의 지지율 향상을 포함해 어떤 면에서도 유리한 일이 아닐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이후 흥미로운 발언은 문 대통령을 보좌했던 노영민 전 비서실장 입에서 나왔다. 노 전 실장은 신년 기자회견 다음날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임기 중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도움을 얻어 생각해보면, 문 대통령의 사면 거부는 ‘최소한 서울시장 선거 전(前)은 아니’라는 뜻이었음을 우리는 쉽게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사면 가능성을 완전히 접어두지 않음으로써 언제든 이 카드를 활용할 여지를 남겼다. 이제 가능한 시점은 둘뿐이다. 올해 4월7일 서울시장 선거 후부터 내년 3월9일 대선 전 어느 때, 혹은 대선 이후로부터 5월10일 임기 종료 사이다.

대선 과정에서 재집권 가능성이 불투명해질수록 사면의 유혹은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애초 목적이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단 사실을 자인할 뿐이다.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는 어떤 선거에도 영향을 줄 의도가 없는 것처럼 최대한 빨리 실행됐을 때 입증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이미 지났다.

재집권에 성공하고도 문 대통령이 3명에 대한 사면 혹은 가석방을 결정한다면 이는 진정한 국민 통합의 단초로 작용하여 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반대라면 새 대통령이 같은 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를 풀어줘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일도 된다. 둘 중 무엇이라 해도 최고 통치행위로써 사면은 국민 통합이란 긍정적 결말로 마무리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은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사면의 조건이다. 내년 4월께 두 전직 대통령은 각각 4년과 5년이란 수감 기간을 거쳤고 재벌 총수는 만기 출소를 불과 석 달 남기게 된다. 이 시점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명분도 충분해진다.

문 대통령은 집권당 대표를 시켜 사면에 대한 여론 추이를 살펴보려는 작은 정치의 유혹을 넘어야 한다. 그런 의도는 이미 국민들에게 간파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효용성을 상실한 사면 카드를 대선 뒤로 미루는 결정을 통해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위기 때마다 사면 가능성을 흘려 얻을 이익은 아예 그것을 포기하는 결단에서 나오는 신뢰보다 크지 않다.

신범수 정치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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