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9]의 우승자! '쇼미'의 역사를 다시 쓴 릴보이의 꿈

2021.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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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꿈을 꾸다가, 현실에 좌절했던 릴보이가 숨을 돌리고 후반전 출발점에 서 다시 꿈을 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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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쇼미더머니9〉 우승을 축하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감사합니다. 하하. 일단 너무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저는 음악을 하는 게 업이다 보니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는 것은 처음이에요.

Mnet에서 지원해주는 초호화 뮤직 비즈니스 플랜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아요.

어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음악 작업을 하는 영역 안에서 최대한으로 지원해주실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9〉 이후, 음악적으로든 뭐든 제 이미지가 성장하는 게 모두가 상생하는 거라 생각하시더라고요.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지만, 이제 서서히 발전시켜나갈 예정이에요.

원래 〈쇼미더머니9〉 출연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고요.

그렇죠. 해시태그를 잘못 썼다가. 하하. 다른 래퍼들이 한창 〈쇼미더머니9〉 지원 영상을 올릴 때 저도 재미 삼아 #쇼미더머니4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랩 영상을 올렸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제가 지원한 줄 알더라고요. 결국에는 “〈쇼미더머니9〉에 나갈까, 말까”를 SNS에 올려 투표를 진행해봤어요. 보통 제 SNS를 많이 봐주셔야 1천 명 정도였는데, 그때 갑자기 5천~6천 명이 투표를 해주시는 거예요. 안 나가면 투표해주신 분들에게 매 맞을 것 같아서 나오게 됐습니다. 해시태그를 조심해야 돼요.

2015년도에 〈쇼미더머니4〉에도 출연했죠.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요?

의지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4〉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제 의지가 정말 강했죠. 이번 〈쇼미더머니9〉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요. 그냥 물 흘러가듯이 임했어요. 그리고 팀원 중에서 제가 제일 형이기도 해서 좀 의젓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시즌은 릴보이의 진짜 실력을 증명할 수 있었던 시간 아니었나요?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지만, 이번 시즌 경연이 저에게 조금 유리하게 작용했던 요인 중 하나는 관중이 없었다는 거예요. 현장에 관중이 빼곡히 채워져 있을 땐 무대에서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오롯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9〉에 출연한 계기는 스스로를 깨기 위함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처음 인터뷰할 때 뭔가 그런 말을 해야 하는 분위기여서 이야기한 것도 있어요. 하하. 맞는 말이지만요. 왜냐하면 제가 주로 집에만 있고, 루틴을 깨고 변화를 주기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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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출연은 어느 정도 만족해요?

제가 만족도 100% 이하라고 말해버리면, 준우승자를 비롯해 〈쇼미더머니9〉에 출연한 모든 사람에게 디스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100%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방송에서 “모든 분이 다 순수하고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그걸 보면서 치유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이런 부분을 느낄 수 있었던 지점이 궁금해요.

저는 음악이 너무 좋아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저랑 같은 마음이 아닌 이들도 있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음악보다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우선시된다거나 돈과 명예만 바라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결국 저와 다르게 음악을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갖게 됐고, 〈쇼미더머니4〉에 출연했을 때는 이러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어요. 하지만 이번 〈쇼미더머니9〉에 출연해 좋은 팀원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지녔던 생각이 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번 경연에 출연하길 정말 잘한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프로듀서분들과 원슈타인, 칠린호미, 스카이민혁 등 동료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계속 옆에서 보잖아요. 자이언티 형은 3일 동안 2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자이언티 형이 완벽주의자여서 시청자분들이 봤을 땐 뭘 고치고 있는지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분명히 뭔가를 계속 손보고 있어요. 이런 모습들을 보다 보니 ‘아, 이 사람들 음악에 미쳐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시각이 더 넓어지면서 그동안 내가 되게 편협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죠.

모든 경연 무대가 화제였어요. 가사를 쓰고, 무대를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좀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제가 보는 영화와 웹툰도 다 그런 일상적인 스토리고요. 가사를 전달할 때 이야기하듯이 해야 되는 게 제 첫 번째 철칙 같은 거예요.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돼야 하고,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가 가사에 담겨 있는 게 좋아요.

가사만큼이나 ‘Freak’ 무대에서 선보인 릴보이의 스텝과 제스처도 중독성이 있어요.

하하. 그걸 잘 보면 키가 작아서 상의가 바닥에 끌리는 게 보일 거예요. 그리고 그때 칠린호미가 아파서 연습을 많이 못 했어요. 그가 없는 무대를 꽉 차 보이게 하려면 저랑 원슈타인 둘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가사를 이틀 만에 외워야 돼서 좀 힘들었어요.

원슈타인과의 브로맨스에 열광하는 팬도 많잖아요.

저희를 왜 그렇게 좋아해주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와 원슈타인은 취향이 정말 비슷해요. 그래서 그 친구를 더 아껴주고 싶어요. 원슈타인이 돈 때문에 음악 외에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고, 정말 음악만 했으면 해요. 방송을 준비하면서 연습이 새벽에 끝나곤 했는데, 원슈타인이 2시간 거리에 있는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비가 없었더라고요. 그런 얘길 저한테 말하지도 못했다는 걸 알고 더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슈타인이 음악을 하면서 서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원슈타인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죠. 하하.

브로맨스와 더불어 10년 사귄 여자 친구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릴보이의 사랑이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랑이 영향을 미치기보다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지향하는 게 제 성향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100% 잘 맞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서로 다 맞춰나가면서 알아가고, 양보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상호 노력하는 관계를 아는 사람이랑 오래가는 것 같아요. 그게 생활 습관처럼 된 것 같고요. 이게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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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종종 업로드하는 ‘누나 만화’도 화제인데요.

친누나가 그려서 보내주는 거예요. 지금은 뉴욕에 있는데, 만화를 보내면서 매번 “아, 이건 좀 오그라드는데. 이거 보고 놀리지 마”라고 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서툴러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음악에 담는 편이거든요. 가족들한테도 나서서 제 얘기를 하지 않아요. 반면에 누나는 모든 걸 표현하고 분출해내는 유형이에요. 정반대죠.

릴보이가 처음 접한 한국 힙합은 다이나믹듀오의 ‘죽일 놈’, 버벌진트의 ‘Favorite’ 그리고 에픽하이의 ‘Fly’라고 말했죠.

사실 제가 처음 접한 힙합은 에미넴의 노래예요. 다이나믹듀오, 에픽하이의 음악은 제가 즐겨 듣던 힙합이었어요. 그리고 형들의 음악이 한국의 메이저 힙합이었고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형들 음악이 가짜 힙합이라고 여겨지는 시대가 잠깐 왔던 거죠. 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고요. 형들이 역사를 써온 음악이었고, 1위도 하고, 음악성도 인정을 받았는데 그게 가짜라니! 말이 안 되죠. 전 그걸 보고 자란 세대이고 당연히 제 음악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가짜로 여겨지는 게 힘들었던 거예요. 이번 〈쇼미더머니9〉에 나와서 하고 싶었던 얘기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릴보이만의 스타일을 고수한 덕에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라는 ‘긱스 장르’가 탄생한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저희 믹스테이프에 들어갈 곡이었는데 앨범으로 나오게 됐어요. 멤버인 루이 형 친구가 ‘Officially Missing You’를 부르고 싶은데, MR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유튜브로 누군가가 이 노래로 기타 치는 걸 딴 다음에 반복해서 만든 거였어요. 다 만들고 루이 형 친구에게 보내주려고 하는데, 노래가 너무 좋은 거예요. MR 위에 랩을 넣어봤더니 더 괜찮았죠. 그렇게 이 노래로 앨범을 내고, 음악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됐어요.

대중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강렬한 비트의 힙합 말고 ‘긱스 장르’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해요. 어릴 때 만들었던 노래라서, 지금 들어보면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런 부분은 어디에나 있는 거잖아요.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긱스 장르였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할 거고, 준비해놓은 것도 있어 빠르면 올해 안에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David’라는 곡을 듣다 보니, 경쾌한 비트와 달리 직관적인 가사가 당시 릴보이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요.

제가 ‘David’라는 노래를 발매했을 때 극도로 화가 나 있던 상태였어요. 이 노래의 모티브가 된 〈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David’인데, 냉동 인간 상태에서 자각몽을 꾸다가 일어나게 되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상을 했지만 그게 결국 잘 안 풀리니까 그냥 깨어나는 선택을 했어요. 저 또한 제가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너무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봤다는 것을 느꼈죠. 이 노래 마지막에 총소리가 나면서 끝나는데, 그게 제가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그린 거예요. 다행히도 이 곡을 발매한 후 제가 당시에 힘들었던 감정 대부분이 마무리가 됐어요. 이제 곧 나올 제 정규 앨범과도 연결되는 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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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듣는 힙합은 정해진 답 없이 더욱 유연해지고 있는 추세예요. 이럴 때일수록 릴보이만의 색깔도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가 조금 전에 추상적으로 꿈에서 깼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요즘은 저한테 다시 뭔가 꿈을 꿔도 된다고 말해주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재미있게 꿈을 꿔보려고 준비하는 중이고요.

릴보이에게 2021년은 어떤 해가 되길 바라나요?

〈쇼미더머니9〉에 출연한 시간은 꽃이 피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쇼미’ 이후의 열매를 맺는 시간이거든요. 이제 정말로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해왔던 것을 잘 일궈내고, 또 그만큼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원슈타인에게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마법의 주문이 있듯이, 릴보이만의 주문이 있다면요?

원슈타인 렛츠 기릿?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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