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26) 사회악 만연한 지금, 참다운 정신적 지도자 필요한 때

양민경 2021. 1.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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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떠나 사회 속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병들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만일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회에서 목회자가 성도에게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죄가 아니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죄다. 교회에 헌금을 많이 바치지 않아도 죄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것은 죄다. 그것이 주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다"라고 설교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지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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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종교계 지도자 국가·사회 문제 외면
초창기 한국교회 사회 전반 선도적 역할
교회주의에만 빠질 경우 버림 받을 수도
김형석 교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 어린 고언을 여러 책과 연설로 남겼다. 사진은 강원도 양구의 인문학박물관에 전시된 김 교수의 신앙 서적들.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대학을 떠나 사회 속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병들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경제계보다는 정치계가 더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계보다 정신적 영역에 속하는 교육계와 종교계의 무능과 무책임, 애국적 관심의 결핍은 더 심한 것 같다. 온갖 사회악이 만연해 있는데, 교육계나 종교계 지도자들이 국가와 사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정신계의 지향점과 윤리적 가치관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물론 교육계에 있던 내가 종교계 지도자에게 무엇을 요청한다는 건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종교계를 위하고 사랑하는 국민의 위치에서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나 자신이 몸담은 기독교에 관해 조금 더 사랑이 있는 걱정을 용납해 주길 바란다.

초창기 한국교회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인의 성장이 신앙인의 성장을 앞지르고 있다. 누구에게나 물어보라. 교회에 다니는 사람 수가 많아지기를 원하는가, 지성인의 수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사회에서 교회는 지도적 역할을 감당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성과 윤리성을 갖춘 지성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로 바뀌었다. 만일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회에서 목회자가 성도에게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죄가 아니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죄다. 교회에 헌금을 많이 바치지 않아도 죄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것은 죄다. 그것이 주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다”라고 설교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지지 않았겠는가. 누가 뭐라고 말하든,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덕성 상실과 윤리적 가치의 존귀성을 회복시켜주지 못한다면 교회는 언젠가 버림받는 때가 올 것이다.

교회주의는 기독교의 본래 목적이 아니다. 교회가 여러 기독교 공동체의 대표적 위치를 차지하긴 하지만, 교회로부터 시작해 교회로 끝나는 게 기독교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교회주의가 되면 모든 인간을 위한 진리가 교회를 위한 교리로 대체된다. 일부 교회에서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의무보다 교회에 대한 봉사를 더 요청하기도 한다. 여러 그리스도인이 예수께서 그렇게 간절히 요청했던 하나님 나라는 외면하고, 한 번도 가르친 바 없었던 교회주의를 따르는 게 현실이다.

정신적 지도자, 특히 종교계 지도자라면 나와 교회보다는 진리와 국가를 더 위하고 걱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도산 안창호와 고당 조만식이 좋은 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존경하는 민족적 지도자이자 성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이분들은 민족과 국가를 사랑했고, 자기 목숨이나 인생보다 겨레의 자유와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삶 전체를 바쳤다. 이런 신앙이 있기에 이들은 참다운 그리스도인이자 지도자가 됐다. 지금도 우리는 이런 정신적 지도자를 바라고 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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