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서울 30평대 1억원 더 오른다..고분양가 부채질한 분양가상한제

안장원 2021. 1. 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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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상한제 분양 본격화
서울 평균 3.3㎡당 3000만원 넘을 듯
땅값 급등해 기존 HUG보다 올라
비싸도 현금부자에겐 '로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분양가 17억, 시세차익(로또) 17억. 3월 서울 강남에 분양할 전용 74㎡(30평형) 아파트다. 분양가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의 두배에 가까운데 주변 시세의 반값이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2019년 11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며 도입한 도심 분양가 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등 민간택지에서 땅값과 건축비 이하에서 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말한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유예기간을 거쳐 사실상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에 들어가면서 주택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에서 분양가가 기존 로또 분양보다도 더 내려갈 것으로 본 데다 올해 강남에서 상한제 단지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단지의 첫 상한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희비가 갈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분양 예정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8개 단지 9000가구(총 건립 가구 2만7000여 가구)다. 재건축 분양 물량으로 역대 최대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분양가를 3.3㎡당 5669만원으로 확정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래미안원베일리) 현장.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최고 1억1000만원이 넘어 전용면적 74㎡ 기준으로 17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첫 주자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을 다시 짓는 래미안원베일리다. 지난 8일 서초구청으로부터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확정한 분양가 3.3㎡당 5669만원을 통보받았다. 전용 74㎡ 분양가가 17억원 선이다.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가 정해진 뒤 정부의 분양가 억제 정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보증 권한을 가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2017년부터 분양가를 제한했고, HUG보다 더 낮추기 위해 민간택지 상한제를 도입했는데 분양가가 더 올랐기 때문이다. 래미안원베일리가 HUG에 승인받은 분양가가 3.3㎡당 4892만원이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거주의무

상한제 분양가 급등은 표준지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한제는 땅값을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 금액으로 한다. 래미안원베일리 인근 표준지인 반포동 반포자이 공시지가가 올해 ㎡당 2450만원으로 지난해(2130만원)보다 15% 상승했다. 공시지가 상승만으로 분양가 3.3㎡당 600만원 인상 요인이다. 상한제 분양가가 땅값 상승과 함께 오르는데 HUG가 허용한 분양가는 직전 1년 내 분양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상한제가 추월했다.

본지가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서울 시내 민간택지 상한제 지역 18개 구의 분양가를 추정한 결과 3.3㎡당 평균 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 HUG 규제 가격 3.3㎡당 2720만원보다 높다. 전용 84㎡(34평형) 기준으로 1억3000만원 더 오르는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값 급등 여파로 땅값도 뛰었다”며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상한제 분양가를 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가 올라가면서 조합은 반색이다. 분양수입이 늘어 사업비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가 HUG보다 3.3㎡당 777만원 상승하면 분양수입이 430억원 늘어나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그만큼 감소한다.

상한제에 움츠려있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1만2000여 가구로 짓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이 분양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는 1년여 전인 2019년 12월 착공하고도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느라 분양을 미뤄왔다. 조합은 3.3㎡당 3550만원을 요구했는데 HUG가 제시한 분양가가 3.3㎡당 2900만원대였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만이 아니라 재개발 조합들이 낮은 상한제 분양가로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는데 예상보다 높은 래미안원베일리 상한제 분양가에 고무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수요자에겐 거꾸로 문턱이 높아진다.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이 넘으면 30평대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한도인 9억원을 넘는다. 중도금이 대개 분양가의 40%여서 계약금을 포함해 분양가의 60%를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상한제 단지는 전매제한이 길고 거주의무 요건도 따른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미만이면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이고 입주 후 3년간 의무적으로 살아야 한다. 본지가 상한제 분양가와 국민은행의 해당 동 시세를 비교한 결과 18곳 중 10곳의 분양가가 시세의 80% 미만으로 나타났다. 래미안원베일리 전매제한이 10년이다. HUG 규제 때는 3년이었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 현금부자에겐 ‘로또’다. 정부가 밝힌 래미안원베일리 주변 시세가 3.3㎡당 9400만~1억1200만원이다. 3.3㎡당 1억1200만원인 아파트와 비교하면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74㎡ 분양가가 17억원가량 저렴하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인기 지역일수록 상한제 분양가가 시세보다 여전히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로또를 기대한 청약 열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로또 시세차익 환수에 나설지가 변수다. 로또 분양이 낳는 과잉 수요, 시장 왜곡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로또 분양에 비판적이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렴한 분양가에 따른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독식하는 것보다 주거복지 등 공공을 위해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세차익이 줄면 청약과열 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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