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보 감독이 말하는 강팀의 조건 "스쿼드가 전부는 아니다"
[풋볼리스트=통영] 유현태 기자= 울산 현대는 '현재'를 살았다. 기량에 물이 오른 선수들을 영입해 K리그 정상을 노렸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섰지만, 2번의 K리그 준우승은 울산이 바랐던 열매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울산은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홍 감독이 그리는 '우승으로 가는 길'은 이전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젊은 선수를 중용한다는 선수단 구성의 변화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베테랑 가운데 팀에 잔류한 선수들이 여럿이고, 신형민을 영입한 것만 봐도 그렇다. 홍 감독은 클럽 월드컵을 시작으로 울산에 '챔피언다운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도 우승에 도전하지만, 지속적으로 우승을 따낼 만한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구상이다.
울산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올 시즌 성공을 위한 전략, 장기적인 발전까지 어떻게 그리고 수 있을까. 18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만난 홍 감독에게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 클럽 월드컵은 좋은 스파링 무대다
울산은 본격적인 시즌 개막 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나선다. 동계 훈련에서 몸을 만들고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할 때, 경기를 준비하는 어려움이 있다. 홍 감독은 "1차 훈련은 나름대로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이 전부 모이지 못 하고 그 외의 선수들로 준비하고 있어서 아쉽다. 클럽 월드컵, 시즌 모두 준비해야 한다. 일단 재활이나 부상 치료가 중요하다. 컨디션은 어느 정도 만들었고, 수비 조직도 어느 정도 맞췄다. 이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훈련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클럽 월드컵엔 바이에른뮌헨을 비롯해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이 모인다. 이벤트성 대회지만 시즌 준비를 위해서도 좋은 스파링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청용, 홍철 등이 부상이 있고,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치지 못해 100% 전력이 아니다. 홍 감독은 "클럽 월드컵은 세계에서 몇 팀만 출전하는 중요한 대회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기존의 선수들과 갔다면 정말 좋은 타이밍에, 좋은 선수들과 겨뤄볼 기회였다. 완전한 선수단으로 가지 못해 조금 아쉽다"며 "어디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비진은 특히 고민이 크다. 정승현이 입대할 가능성이 크고, 불투이스는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임시 주장으로 김기희를 고르면서 힘을 실어줬고, 신예 김태현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일단 김태현이 있다. 어리지만 장래성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불투이스는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조직력을 맞춰볼 상황이 아니다.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로 올지를 모르겠다. 계속 체크는 하고 있다. 특히 수비는 혼자하는 것과 같이 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시즌 준비를 위해선 클럽 월드컵에 다녀온 뒤가 중요하다. 2주간 자가 격리를 거칠 경우 시즌 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울산 구단에서도 정부에 협조 요청을 해둔 상황. 홍 감독은 "(문제는) 역시 클럽 월드컵이 끝나고 자가격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그때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만약 자가 격리를 2주 동안 한다면 시즌 개막이 아주 어려울 것이다. 행정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에서 도움이 필요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공수가 잘 잡힌 '강한 팀'을 만들겠다
클럽 월드컵은 시즌 시작을 알리는 대회일 뿐, 결국 진짜 목표는 K리그다. 2년 연속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한을 풀어야 한다.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야 한다. 홍 감독은 울산에서 어떤 축구를 펼칠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홍 감독은 이전에 20세 이하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등을 이끌며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공수 밸런스가 잘 잡힌 단단한 팀을 만들었다. 공격적으로 화려하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짧은 기간 내에 팀을 만들고 즉시 고쳐나가야 한다. 반면 클럽 팀에선 조직력을 갖출 시간이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 1경기가 문제가 생기면 고칠 시간이 2,3일 밖에 없다. 클럽 팀은 그런 문제점도 고쳐야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감독은 전지 훈련 초반 수비 조직부터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 운영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홍 감독은 "기본적으로 미드필더를 2명, 1명을 세우느냐의 차이다. 작년에는 4-1-4-1을 많이 하고, 4-3-3도 많이 했다. 2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면 팀이 안정적이다. 1명을 세우면 공격적으로 올라갈 수 있고 공격에서 숫자가 많아질 것이다. 상대에 맞춰서 여러 가지 형태로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승점을 따내야 할 중하위권 클럽에선 공격에 무게를, 패배하지 않아야 하는 경쟁 팀과 경기에선 단단한 운영을 펼치겠다는 뜻이 읽힌다.
다만 공격 전술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아무래도 수비 조직력보단 공격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홍 감독은 "선수 구성이 조금씩 되고 있다. 공격진은 스피드도 있고 테크닉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점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전술 코치까지 따로 두면서 팀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홍 감독은 아벨 모렐로 로페스 코치를 영입했다. 홍 감독은 "울산 스쿼드에 영리한 선수들이 많다. 어떻게 더 발전시켜야 하는가, 전술 활용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도 있었고, 스페인 쪽에서 한 걸 살펴봤는데 높게 평가 받고 있더라"며 완성도 높은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 울산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변화
홍 감독의 부임과 함께 울산의 운영 기조도 변화를 맞았다. 지금 당장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에서, 조금 더 미래를 고려한 구성으로 무게를 옮겼다. 취임 기자회견부터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주변의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었다. 실제로 이근호, 박주호, 신진호 등이 이적했다.
우선 홍 감독은 '대폭 변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오기 전에 구단 자체적으로 다음 시즌을 대비해 영입한 선수들이 있었다. 제가 들어와선 실질적으로 나간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김인성이 나갈 뻔했을 뿐이다. 부임 이후에 나간 선수는 없다. 나갈 뻔했던 선수들도 잔류 의사를 확인했다. (이)근호나 (박)주호는 울산에 헌신했지만, 연령 등으로 울산 구단의 방향과 조금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여전히 팀에 충분하다. 그리고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35세가 된 신형민을 과감히 영입했다. 나이보단 팀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판단 근거다. 홍 감독은 "나이 먹은 선수, 어린 선수의 차이는 경험이다. 새로운 젊은 선수들은 기존 선수들과 경기력을 비교해야 한다. 이동준은 바로 경기에 나가도 할 수 있는 선수다. 반대로 신형민은 그 선수 나름대로의 가지고 있는 캐릭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신형민의 경우 그간 울산에 없던 활력과 끈기를 넣어줄 만한 선수로 보고 있다. 홍 감독은 "울산을 눈여겨본 이후엔 중심을 해줄 선수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노장이 많았지만 명확히 리더가 돼 줄 선수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형민이가 와서 훈련하는 자세가 조금 다르다. 운동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게 잘 갖춰져 있다. 그게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챔피언이 되기 위한 자격이다. 높은 상태에서 상대 팀을 만나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들이 필요하다. 선수들 이끌고 소리도 치고, 파이팅도 넣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걸 한 명이 하는 것, 그리고 팀 전체가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야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우승을 넘어, 장기적 성공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홍 감독은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한 번 우승해서 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신구조화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3년인데 그 안에는 강팀으로 올라서고, 그 이후에도 강한 선수들이 모인 젊고 균형잡힌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축구 내용 외의 것도 필요하다. 홍 감독은 울산에 챔피언에 걸맞는 문화를 부여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홍 감독은 "'강하다는 것'은 스쿼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룰, 선수들의 프로 정신 등 몇 가지들이 울산에 부족했던 것 같다. 그걸 잘 만들어보고 싶다. 울산은 1983년 창단한 전통의 강호다. 그런 전통을 조직원들이 느끼면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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