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대한골프협회를 USGA처럼 만들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이 미국골프협회(USGA) 최고경영자(CEO)로 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LPGA 투어와 재계약한 지 1년밖에 안 된 완을 둘러싸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USGA CEO 자리가 여러모로 더 낫다는 걸 추론할 수 있다.
USGA는 거대 조직이다. 경기 및 대회 관련 규칙을 제정하고 해석한다. 미국 골프를 이끌며 남녀 US오픈 등 여러 대회도 개최한다. USGA의 중계권은 1년에 10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반해 대한골프협회는 규모가 크지 않다. 남녀 한국오픈을 주관하지만, 대회를 직접 열지는 않는다. 대회 주최 및 중계권 계약 등은 스폰서에 맡긴다. 협회의 중계권 수입이 0원이다. 뒤집어 보면 발전의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대한골프협회 이중명(사진) 새 회장을 주목한다. 과거 협회는 골프장 소유주의 친목 단체 성격이 강했다. 협회 설립 주체가 골프장 모임이어서 그런 점도 있다. 골프장 사주 중 명망가를 경선 없이 회장에 추대했다. 골프의 인기가 낮고 기반이 약했을 때는 명망가 회장이 협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중명 회장은 사상 처음 경선을 거친 회장이다. 감히 ‘개혁 1기’라고 불러본다. 하루 두 시간씩 역기를 든다는 그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왜 하필 나 때 경선하는가’ 하고 원망했으나, 오히려 현장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됐다. 회장직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 인구 6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9%다. 골프 강국 미국(골퍼 비율 5.7%), 일본(5.6%)의 두 배 가깝다. 골프 관련 특허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한국 골퍼는 용품과 의류에 관심이 많다. 골프 채널 4개에, 골프 관련 IT기업도 있다. 여자 선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남자도 정상급이다. ‘골프 한류’나 ‘K-골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대한골프협회는 한국 골프의 아버지 격이다. 돈이 있어야 가장 노릇을 한다. 이 회장은 “총상금 200억 원 규모 대회를 만들겠다. 한국은 그럴 경제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대회를 남녀 한국오픈과 묶는다면 USGA처럼 두둑한 중계권도 확립할 수 있다. K-골프를 키울 밑거름이 될 거다.
골프협회는 앞으로 잘 나가는 딸(KLPGA)의 세계화, 아들(KPGA)의 재기를 도와야 한다. 이 회장은 “각종 골프 단체는 물론, 스크린골프 업계와도 협조할 거다. 협회는 회비를 내는 일부 회원만의 조직이 아니다. 한국 모든 골퍼의 협회”라고 강조했다.
이중명 회장은 아난티 그룹을 크게 일궜다. 북한 금강산에 골프장을 짓는 도전 정신도 보여줬다. 대한골프협회장으로서도 멋진 업적을 남기기 바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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