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트럼프의 유산..'상처받은 민주주의'

오병상 2021. 1. 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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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최근 정치상황을 1968년 킹 목사 피살 당시 사회분위기로 비유
트럼프가 부추긴 극우인종차별주의 세력 급성장, 정치불안정 조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수도 워싱턴DC에서 도로 검문이 실시되는 등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앞 도로 통제하고 검문하는 경찰. 연합뉴스

1.
트럼프 시대를 평가하는 NYT(뉴욕타임즈)가 최근 미국 상황을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피살 당시와 비교했습니다.

극우성향 백인 인종차별주의자가 언제 어디서 나타나 유색인종에게 테러를 저지를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란 우려입니다.
실제로 극우들이 SNS등을 통해 ‘의사당 폭력점거’를 ‘봉기’로 치켜세우면서, ‘제2의 항거’를 모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2.
우려가 심각한 것은..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급성장한 동시에 대범해졌기 때문입니다.

극우의 뿌리는 깊습니다. 대표적인 극우테러는 1995년 오클라호마 주청사 차량폭탄테러입니다. 퇴역군인 출신 극우 멕베이의 소행으로 168명이 숨졌습니다.
이후 수사와 단속 과정에서 극우활동이 잠잠해졌습니다. 마침 등장한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사이버세상으로 숨어들었습니다.

3.
극우가 재부상한 계기는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입니다.

최초 흑인 대통령..극우들이 극혐하는 일..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아프리카 출생이라 미국 대통령 자격 없다’는 버서(Birther) 음모론입니다.
인터넷엔 아프리카 원주민 복장 오바마를 조롱하는 짤들이 흘러넘쳤습니다.

4.
이런 황당무계한 짓거리를 공식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트럼프입니다.

트럼프는 시종 오바마를 ‘아프리카에서 출생했기에 대통령 자격 없다’고 비아냥거렸죠.
오바마가 하와이 출생증명서를 공개하자..곧바로 ‘힐러리가 이런 엉터리 주장을 시작했다’며 덮어씌웁니다.

5.
트럼프가 우왕좌왕 지껄이는 괴짜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치밀하게 극우를 정치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극우들의 은어를 트위터로 날려보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멕시코인들은 성폭행범이고 미국에 마약을 나른다’입니다. 극우 KKK 지도자가 한 말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은 전부 ‘가짜 뉴스’로 매도했습니다.

6.
트럼프는 극우들의 극렬 지지를 받으면서 예상을 깨고 대통령까지 됐습니다.

그는 실제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으면서 ‘돈은 멕시코 사람들이 낼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습니다. 멕시코가 돈을 낼 이유가 없죠.
그러자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해 국방비를 끌어다 장벽을 세웁니다.
매사 이런식..극우 선동쇼입니다.

7.
당연히 극우들은 사이버세상에서 나와 현실공간에 준동합니다.

공개집회로 모습을 드러내고 폭력과 테러를 자행하기 시작합니다. 트럼프는 이들을 ‘좋은 사람’ ‘애국자’로 치켜세웁니다.
그 결정판이 지난 6일 의회점거 폭력시위입니다.

정치선진국이라도 한순간에 유린당하고 말 정도로 민주주의는 취약합니다. 나쁜 정치지도자 하나가 이런 깊은 상처를 냅니다.

8.
고삐 풀린 극우의 광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화당 지지자의 70%는 아직 선거부정을 믿는다고 합니다. 바이든 정부를 부정하는 셈이죠.
숙제를 안은 바이든은 20일 취임식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앞세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에도 필요한 메시지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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