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공연장 방역지침, '동반자 외 거리두기'로 조정하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한국 뮤지컬계 종사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규정하는 공연장 '두 칸 띄어앉기' 지침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국뮤지컬협회 등 뮤지컬인들은 19일 ‘1.5~2.5단계 시 공연장 내 거리두기 방역지침 조정’이라는 호소문을 통해 "한칸 혹은 두칸씩 좌석을 띄어 앉는 기준에서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으로 방역 수칙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거리두기 방침에 따르면 공연장은 1.5단계부터 좌석 운영 지침이 생긴다. 이 단계에서 동반자는 같이 앉아 관람하고 다른 일행과는 한 칸씩 띄어앉는다. 이후 2단계에서는 동반자를 비롯해 모든 객석에 일률적으로 ‘한 칸 띄어 앉기’가 적용된다. 2.5단계에서 ‘두 칸 띄어앉기’가 전 좌석에 적용된다. 3단계가 되면 공연장도 ‘집합 금지’ 등 폐쇄 조치된다. 방역 당국은 지난 16일 일부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운영제한 조치를 완화했지만 공연장의 두 칸 띄어 앉기 조치는 유지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두 칸 띄어 앉기 조치를 지속하면 무대를 올릴수록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그동안 뮤지컬계는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염원 아래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 방역 시스템을 견고하게 유지해 왔다"면서 "전심전력을 다 했음에도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유행은 본격화됐고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조치와 함께 공연계는 사실상의 셧다운 상태로 긴 겨울을 인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공연 관객 대부분은 가족과 지인 등의 동반 관람"이라며 "그들은 함께 생활하거나 밥을 먹고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공연장에 오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면 좌석을 띄어 앉게 되는데 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오히려 공연장은 강력한 모니터링 하에 타인과의 접촉이나 대화 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며 앞만 보고 있는 구조"라며 "한국 공연계는 지난 1년간 공연장 내 코로나19 감염전파율 0%를 공고히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동반자 외 거리두기는 공연이 올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해 주며 제작사가 책임지고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건비를 보존해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며 "당국의 방역 지침과 관련해 사려 깊은 판단이 내려지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한국 뮤지컬인들의 호소문
2021년 신년을 맞이한 공연계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고 추운 겨울로 기억될 것입니다. 분야와 장르를 불문하고, 그동안 공연계의 모든 종사자는 취소와 재예매의 파도 속에서 적지 않은 시련을 맞이하였습니다. 그간 뮤지컬계는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염원 아래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인 방역 시스템을 견고하게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전심전력을 다 했음에도 11월 중순부터 코로나19의 전국적 유행은 본격화되었고,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조치와 함께 공연계는 사실상의 셧다운 상태로 긴 겨울을 인내하고 있습니다.
현재 뮤지컬계는 쉽사리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례 없는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5단계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2020년 12월, 뮤지컬 장르의 매출액은 2019년 12월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90%가 넘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파산과 실업의 가속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졌습니다. 거리두기 지침이 연장된다면 올해 상반기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고, 정부가 제시하는 강력한 방역지침의 필요성 또한 여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뮤지컬 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방역 수칙에 최대한 협조하며 감내해 왔습니다. 뮤지컬 대·중·소 공연장 및 제작자는 자발적으로 공연장 진입로 일원화, 문진표 작성,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 환호성 자제, 관람자 간 밀접접촉 금지, 접촉성 이벤트 금지 등으로 방역을 겸한 공연 운영을 모범적으로 유지하며 공연장 내 안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사와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도 스스로 인건비와 출연료를 삭감하는 출혈을 감수하며 공연계 유지에 동참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공연장을 찾아 와주시는 관객분들 또한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스스로 공연을 완성하는 주체로 인식하며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에 임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 뮤지컬 시장이 모두 셧다운 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공연을 지속하며 세계에서 유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유일하게 공연되는 나라로 뉴욕 타임즈와 BBC 방송 등 세계적인 언론에 방역 모범사례로 기획 보도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1년간 공연장 내 감염전파율 0%로 공연을 통한 어떠한 감염 사례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모두 공연장, 제작사, 배우 및 스태프,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일구어낸 성과였습니다.
뮤지컬계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음에도,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의 장기화로 명맥을 이어나가기 힘든 절박한 상황입니다. 한국뮤지컬협회와 뮤지컬 종사자는 공연 산업 및 업종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핀셋 방역 정책의 필요성에 절감하며, 1.5~2.5단계 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한 칸 혹은 두 칸씩 좌석을 띄어 앉는 기준에서 적용으로 방역 수칙 재수립을 촉구하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
공연업의 환경과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지침은 입니다.
공연 관객 대부분은 가족과 연인, 지인과의 동반 관람이며, 공연 체험은 단순한 관람 이상의 정서적인 커뮤니티로 인식됩니다. 그들이 함께 생활하거나 밥을 먹고,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공연장에 왔다가, 공연장에 들어서면 좌석을 띄어 앉는 행위 자체가 실효성이 없음은 관객들이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공연장은 강력한 모니터링 하에 타인과의 접촉 및 대화 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며 앞만 보고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 공연계는 지난 1년간 공연장 내 코로나19 감염전파율 0%를 공고히 지켜왔습니다. 이는 공연장 운영의 기본 척도가 되었으며 공연장은 감염경로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는 최소한의 생계 기준에 부합합니다.
뮤지컬은 무대 위 보여지는 배우의 10배가 넘는 스태프들에 의해 공연됩니다. 적게는 30여 명에서 많게는 300여 명까지 한 작품을 위해 많은 인적재원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이미 지난 일 년여간 공연취소,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뮤지컬 종사자는 수없이 많으며, 공연을 업으로 살아온 이들이 본업을 뒤로하고 파트타임 또는 일용직으로 업계를 떠나 생계를 위한 사투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공연 시장에서 60%의 매출액을 차지하는 뮤지컬 업계는 현재 약 1만 명에 달하는 공연 종사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공연업 종사자들 또한 타 산업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생존권 보장이 담보된 전문직 종사 직업인입니다. 지속되는 셧다운 상황 속에서 뮤지컬 내에서의 고통 분담과 뼈를 깎는 인내만으로는 실업과 파산의 가속화를 막을 길이 없습니다. 는 공연이 올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해 주며, 제작사가 책임지고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건비를 보존해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입니다. 이는 한국 뮤지컬이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가장 절박한 외침입니다.
한국뮤지컬협회와 한국 뮤지컬인들은 를 요청드립니다.
한국뮤지컬인 일동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2.5단계 시, 공연장 내 로 방역 수칙을 조정해 주실 것을 간절하게 요청드립니다. 이와 같은 정책적 배려가 주어진다면 현재 잠정 폐업 상태인 공연들과 공연장들이 다시 회생할 마지막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속한 공연장 내 거리두기 기준 정비로 뮤지컬 산업, 나아가 대한민국 공연산업이 재난을 딛고 향후 빠른 원상회복과 한국뮤지컬의 위상을 높이며 문화강국으로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당국의 방역 지침과 관련하여 부디 사려 깊은 판단이 내려지기를 고대하겠습니다.
2020년 1월 19일 한국 뮤지컬인 일동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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