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액 신용대출 조이기..원리금 분할 상환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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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또 한 번 강도 높은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다.
보통 신용대출을 받을 때 매달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 선호된다.
금융권에선 시장에 끼칠 충격을 고려하면 당국이 원금 전체에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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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또 한 번 강도 높은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다. 매달 신용대출 원금을 분할해 갚도록 해 상환 부담을 크게 늘리는 게 골자다.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빚투’(빚 내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행태를 잠재우겠다는 의도지만, 무조건 대출을 막는 게 능사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비은행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업무계획’에서 1분기 중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 가운데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 분할 상환 의무화 방침이 가장 눈길을 끈다.
보통 신용대출을 받을 때 매달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 선호된다. 앞으로는 고액에 한해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1억원을 연 3%, 5년 만기로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론 매달 이자 25만원만 내고(매년 300만원), 만기에 원금 1억원을 갚으면 된다. 그러나 원리금 균등 상환을 한다면 매달 18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매달 갚아야 하는 빚이 155만원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적용 금액과 상환 방식은 이르면 3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업무계획에는 방향성 정도만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시장에 끼칠 충격을 고려하면 당국이 원금 전체에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 발표 전인데도 금융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고액 신용대출을 막으려고 하면 정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규 대출건부터 원금 분할 상환이 의무화된다면 규제 전 ‘패닉 대출’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대출 수요가 급증해 집값이 오르자, 고액 대출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분기 내 발표될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는 금융기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방식을 차주 단위별 상환능력 심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들어간다. 차주 전체에게 DSR 40%가 일괄 적용되는 것이다. 또 차주의 실제 상환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DSR 산정방식이 수정된다.
정부는 최장 40년의 정책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도 추진하고 있다. 청년층,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외국처럼 30, 40년 짜리 모기지를 도입해 매달 월세 내듯이 (상환)하면 자기 집을 마련하는 제도도 검토할 시기가 왔다”며 “다만 변동금리로 하면 리스크가 커 재정에서 (지원)해주는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지금의 소득으로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금융권 차원에서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이어가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금융 지원은 현재 코로나19 방역 상황, 실물경제 동향, 금융권 감내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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