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늘어 집값 올랐다? 文대통령이 거꾸로 읽은 통계
인구는 줄었지만 세대 수는 오히려 늘어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며 “세대 수가 급증하면서 예측한 주택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더 초과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한 집에 모여 살지 않고 1인 가구로 쪼개지면서 주택이 부족해졌고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다. 그런데 통계와 전문가 분석은 문 대통령 발언과 정반대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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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인 가구 정말 급증했나
문 대통령의 말처럼 1인 가구 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이 발언엔 중요한 ‘팩트’가 빠져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인 가구가 유독 많이 증가한 건 아니란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1인 가구 증가 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19만4175명)과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22만1062가구)ㆍ2018년(22만9917가구)은 큰 차이가 없다. 2019년(29만8922가구)에는 증가 폭이 확대되긴 했지만 이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1인 가구 수 집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맞아떨어지려면 ‘1인 가구 증가→1인 가구 주택 구입 증가→수요 대비 공급 부족→집값 상승’이란 구도가 어떤 정권이냐에 상관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1인 가구가 연간 20만명 가까이 늘어난 박근혜 정부 시절 집값이 지금처럼 많이 오르지 않았다. 유독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오른 집값을 늘어난 1인 가구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인용한 통계에도 문제가 있다. 언급한 세대 수 증가 발언의 근거는 통계청의 1인 가구 통계가 아닌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다. 행안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인구 현황 통계’에서 지난해 1인 세대는 906만3362세대로 1년 새 57만4741세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세대 수가 61만1642세대 늘었는데 대부분이 1인 세대 증가분이다. 2019년 1인 세대 증가 수(40만3095세대)와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사실 행안부 주민등록 통계상 ‘1인 세대=1인 가구’ 공식은 맞지 않는다. 집 한 채에 같이 살더라도 세대를 분리해 신고하는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정남수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한집에 살면서 생계를 같이 하지만 학교ㆍ직장ㆍ주택 문제 때문에 세대를 분리한 경우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통계청에서 직접 조사한 1인 가구 수는 행정 통계상 1인 세대보다 더 적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갑자기 늘어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1인 세대 수가 급증한 것은 일종의 행정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1가구 1주택 혹은 무주택자에게 부동산 청약이나 세금 관련 혜택을 주면서 일부러 행정상으로만 세대를 분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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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1인 가구가 집값 올렸나
과거 정부의 통계에서 알 수 있듯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집값이 오르진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집을 사려고 하는’ 1인 가구가 얼마나 늘었느냐다. 원래 1인 가구는 주택시장에서 주 구매층으로 보지 않는다. 혼자 사는 데다 다인 가구보다는 소득이 아무래도 적다 보니 매매보다는 임대 수요가 몰리는 계층으로 통했다.
통계청이 작성한 주택소유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집을 가진 1인 가구는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그해 1인 가구 수는 20만명 가까이 늘었지만 이들의 주택 구매는 오히려 줄었다.
양상이 바뀐 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다. 2017년 이후 집을 사는 1인 가구 수는 크게 늘기 시작했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집을 가진 1인 가구 비중은 2017년(6.7%)ㆍ2018년(6.1%)ㆍ2019년(5.8%) 계속 증가했다.
전문가는 이런 통계를 근거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반대로 나열해야 현실과 맞아떨어진다고 비판한다. ‘1인 가구의 주택 구매가 늘어서 집값이 올랐다’가 아니라 ‘집값이 올라서 (이전엔 집을 많이 안 사던) 1인 가구까지 주택 구매 행렬에 뛰어들었다’가 맞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었다고 해서 다 집을 사는 것도 아니고 그게 주택 가격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오히려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자극받은 1인 가구들이 집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값 급등이 젊은 1인 가구 ‘패닉 바잉(가격 급등에 급하게 집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걸 통계가 뒷받침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아파트 매매(7만1734건) 중 30대 비중이 28.8%(2만691건)로 가장 높았다.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은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1인 가구의 주택 소유 증가는 정부 부동산 정책 영향도 있다.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증여를 택하면서 1인 가구 주택 소유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세청 국세통계연감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17~19년) 건물 증여 건수(11만7175)는 박근혜 정부 시절(14~16년) 증여 건수(7만1914건)보다 크게 늘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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