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30년간 무시한 남북군사공동위, 또 열자고 제안한 文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아
北, 남한과 군사 문제 논의 기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받을지는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의 ‘제의’는 지난 5~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한 ‘비본질’ 발언에 대한 응답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내내 남북관계 재개를 위해 추진했던 금강산 개별관광이나 인도적 협력, 방역 협력 등을 ‘비본질’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ㆍ미 연합 훈련 중단과 한국의 국방력 강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통일부 등이 나서 남북관계 돌파구를 위해 제안했던 협력사업을 김 위원장이 평가절하하자, 문 대통령이 ‘본질’적인 문제를 직접 제안한 모양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 남북 채널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간접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며 “북한이 관심 있어 하는 카드를 문 대통령이 직접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남북이 약속했던 사안이다. 당시 남북 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은 불가침의 이행과 보장을 위하여 이 합의서 발효 후 3개월 안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고 명문화했다. 하지만 3개월은 커녕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동되지 않고 있다. 군사공동위는 2018년 문 대통령의 2018년 평양 방문 때 만들어진 9ㆍ19 평양 공동선언 부속합의서(군사합의서)에 다시 담기면서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협의하는 창구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남북은 그해 10월 10차 장성급회담에서도 설치 및 운영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이 남북 관계를 단절하면서 진전이 없다.
91년 합의하고도 군사공동위가 30년간 가동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간 남북 관계가 봄과 겨울을 오가며 오락가락했던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북한에 있다. 북한이 군사공동위를 가동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거나 결정적인 시점에서 무응답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북한은 정권을 유지하는 '보검'이자 미국을 향한 압박 카드로 여기는 군사 분야를 놓고 남한을 상대하기를 꺼린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직거래할 '군축 현안'을 왜 한국과 협의하겠냐는 것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군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어떠한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등 군사회담을 통해 협의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전날 군사공동위 언급에 따른 발표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군사공동위에서 논의하자고 문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해도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수뇌부간 결정할 사안인데 이를 놓고 남북 이 결정하는 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연합훈련을 놓고 한·미간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남북이 축소나 중단을 합의할 겨우 이는 한·미 군사동맹 해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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