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생보, 뜨는 손보..보험설계사들도 '헤쳐 모여'

부광우 2021. 1. 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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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소속 전속 설계사 규모, 처음으로 생보업계 역전
힘 잃은 종신보험, 인기 끄는 손보 상품..영업 재편 조짐
국내 보험사 업권별 전속 설계사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에 몸을 담고 있는 전속 설계사 숫자가 처음으로 생명보험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시장 규모는 생명보험업계가 큰 편이지만, 날이 갈수록 손해보험업계가 내놓고 있는 상품이 고객들에게 보다 어필하고 있는 현실이 판매 현장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생보사들도 소비자들의 달라진 요구에 맞는 상품 개발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40개 일반 생·손보사 소속 전속 설계사는 총 19만3999명으로 전년 말(18만3397명)보다 5.2%(9502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나눠 보면 같은 기간 손보업계는 9만2185명에서 9만9765명으로, 생보업계는 9만2312명에서 9만4234명으로 각각 8.2%(7580명)와 2.1%(1922명)씩 전속 설계사가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 이처럼 손보업계 전속 설계사가 생보업계를 앞지른 건 사상 최초다. 보험사별로 보면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가 2만5434명에서 2만8783명으로 13.2%(3349명)나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는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을 제친 숫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2만4117명에서 2만4561명으로 1.6%(384명) 증가에 그쳤다.


이어 삼성화재의 전속 설계사가 1만9713명에서 2만467명으로 3.8%(754명) 늘며 2만명 대를 나타냈다. 이밖에 한화생명(1만9844명)·DB손해보험(1만6252명)·교보생명(1만4348명)·현대해상(1만1978명)·한화손해보험(8419명)·KB손해보험(8048명)·신한생명(7423명) 등이 전속 설계사 규모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손보사들보다 생보사들의 상품 판매 수익이 더 많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생·손보업계 간 전속 설계사 역전은 더욱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생보사들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보험료 수입은 81조5401억원으로 전년 동기(78조1969억원) 대비 4.3%(3조3432억원) 늘었다. 손보사들의 수입 보험료도 같은 기간 66조9340억원에서 70조8883억원으로 5.9%(3조9543억원)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10조원이 넘는 격차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속 설계사들에게 생보업계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진 배경에는 달라진 시장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생보사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를 전속 설계사 입장에서 보면 점점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종신보험이다. 사망에 대한 보장을 핵심으로 한 종신보험은 생보업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통적 상품이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사망 이후보다는 살아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장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종신보험은 점차 힘을 잃는 모양새다.


실제로 생보업계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종신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4003억원으로 전년 동기(3796억원) 대비 5.5%(207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생보사들의 전체 초회보험료가 4조6427억원에서 5조9357억원으로 27.9%(1조2930억)나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성장세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반면 손보사들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선보인 특화 상품들이 인기를 끌며 영업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모습이다. 어느덧 스테디셀러로 확고히 자리 잡은 어린이보험을 비롯해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 시행 이후 수요가 확대된 운전자보험, 그리고 늘어나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펫보험 등은 손보업계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문제는 영업력에서 설계사들이 차지하는 역할이 여전히 절대적인 보험 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적 추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생보사들로서는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생보업계를 둘러싼 경영 위기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는 형국이다.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제외한 보험업계 전체 수입보험료가 올해 1.7%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면서, 생보사들의 경우 아예 0.4%의 역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손보업계의 해당 액수는 4.0%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미래는 손보에 달려 있다는 말이 영업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떠돈다"며 "이제 생보업계도 실적이 부진할 때마다 종신보험에만 목을 매는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좀 더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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