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공매도 논쟁 소용돌이.."재개한다"던 금융당국 '휘청'
보궐선거 앞둔 정치권 목청도 높아져.."정치 간섭은 시장 파괴"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의 소용돌이가 거세지면서 금융당국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황소장 고삐를 쥔 개인투자자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데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까지 논쟁에 가세하면서 '3월 16일 공매도 재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예정대로 공매도 금지를 풀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내부적으론 상황에 따라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결론을 못 박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면서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는 여론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를 지켜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를 향한 외풍의 강도만큼 정책 예측성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9월에도 6개월간 시행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려는 쪽에 무게를 뒀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당시 여론에 밀린 금융위의 결정은 '동학개미의 승리', '동학개미의 저력 확인'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번에는 공매도를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보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부터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3월15일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말하고, 금융위가 공지를 통해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가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정책 예측성을 떨어뜨려 시장에 혼란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공매도는 좋지 않은 제도라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정책당국을 흔들었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처음으로 오기형 의원이 18일 "공매도 금지는 결국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결정할 일" 한마디만 해줬더라면…靑신년기자회견 보며 '탄식'
최근 우상향이던 코스피지수가 하락곡선을 그리는 것도 금융위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 18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3003까지 떨어지며 3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과열된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논리가 군색해질 수 있다.
더욱이 하락장에서의 공매도 재개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가 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공신력 있는 데이터는 없다"면서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건 분명한데, 시장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이 보기엔 '거봐라 공매도 재개하니 하락하지 않나'라고 지적하기 딱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공매도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공매도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홀로 여론방어전에 나서야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시청하며 문 대통령의 "공매도는 금융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다"는 답변을 기대했던 금융당국이다. 원론적 언급이더라도 금융당국 입장에선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공매도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당국과 여당이 대립하면, 결국 윗선에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표에 눈먼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가운데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의 주인은 시장 참여자들이다. 정치권이 시장에 간섭하는 것은 시장을 파괴시키는 것과 같다. 공매도 논의에 정치권은 제발 좀 빠지시라"고 일침을 놨다.
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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