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사라진 삼성, 계열사-사업지원TF 분담 체제로 재편?
코로나19로 이재용 옥중 경영 부담 커져..재계 경쟁력 약화 우려
총수 부재에 직면한 국내 최대 기업 그룹이 비상경영 돌입과 함께 역할분담 체제 구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선장이 사라진 삼성 호는 비상경영체제 돌입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지난 2017년 첫 번째 구속됐을 당시처럼 이 부회장이 수감 생활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을 하는 ‘옥중 경영’이 이뤄지더라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각 계열사들의 자율적인 경영 체제 속에서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지원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든 재편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각사별 또는 전자나 금융 계열사들간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의 구속으로 계열사 CEO들의 책임과 의무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인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들간 사안 조율 및 사업 지원을 애 온 사업지원TF의 체제 및 역할 변화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이 사업지원TF 전반을 손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지원TF는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017년 초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한 후 삼성전자에 신설한 조직으로 과거 미전실보다 역할 및 권한은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총수 부재 속 계열사간 조율을 위해서는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체 가능성은 총수 부재 속에서 사업지원TF까지 없어지면 계열사간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대신할 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다만 미전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조직을 이끌면서 과거 미전실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고 이번 재판에서도 미전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온 만큼 어떤 식으로든 체제와 역할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이 사업지원TF 조직을 축소하면서 계열사 관련 조율 업무도 핵심적인 것들만으로 최소화하되 재판부가 지적한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기능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계열사들과 사업지원TF의 역할·체제 변화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 환경이 첫 번째 구속 당시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이 부회장의 일반 접견이 최소 4주간 중지되고 면회도 변호인을 통하거나 스마트폰 등 전화 접견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주요 업무 보고 및 의사 결정에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첫 번째 구속 당시에도 하만 인수합병(M&A) 절차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향후 투자 등의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했지만 이는 이미 계획돼 있는 사안들에 대한 결정이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더욱 커진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대규모 신규 투자 및 M&A와 같은 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미래 경영 사안과 같은 결정은 옥중에서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부친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지배구조 문제도 해소해야 하는 등 내부적 경영 관련 사안도 산더미인 상황이라 옥중 경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부회장 일가는 현재 상속세 신고 납부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과 부동산 등에 대한 외부 감정평가를 진행 중으로 일부 주식 매각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과거보다 상당히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고 계열사 CEO들의 분담 경영과 사업지원TF의 체제 및 역할 변화도 한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긴 하겠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영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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