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씹는 능력'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1. 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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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영양, 고령화 시대 화두로.. 의료체계 지탱의 핵심
노인의 영양관리는 근감소증, 만성 저영양, 기타 질환 등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324만원으로 전체 1인당 연간 진료비 108만원보다 3배 많다. 이미 노인진료비의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2026년 노인인구가 1100만명으로 증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노인의료비의 증가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관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노인의료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노인영양’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인의료비 절감 측면에서 노인의 영양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 원인은 영양불량?

노인의 불량한 영향상태가 진료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는 전세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 김정선 연구위원의 '노인 특성별 고령친화식품 활용을 위한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60세 이상 노인의 영양 불량으로 인해 추가되는 의료 비용을 16억70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60세 미만 일반 성인의 약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영국은 영양 불량 진단을 받은 환자가 진단 후 6개월간 사용한 의료비는 그렇지 않은 환자의 2배 이상임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노인의 영양 불량은 질병발생률을 높이는 직접적 원인이다. 노인 다빈도 질환인 욕창도 영양 불량문제와 직결된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가혁 대한노인병학회 홍보이사 겸 정보이사(인천은혜병원 진료원장, 가정의학과)는 "단백질 등 영양불량의 문제는 욕창 발병률을 높인다"며 노인질환과 영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혁 정보이사는 "장기요양병원과 시설 등에 입원한 노인환자들은 와상환자인 경우가 많은데 와상은 욕창 발생 위험이 높고, 단백질 등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욕창이 더욱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씹고 삼키기 어려운 노인들

노인들은 신체 기능 자체가 저하되어 있어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음식을 통한 영양섭취가 어렵게 되면 약물을 이용한 치료는 당연히 제한된다. 노인들은 해독기능을 담당하는 간과 신장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고,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영양상태까지 좋지 않으면 약물민감도가 더욱 높아지기 쉽기 때문이다. 당장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도 몸이 너무 쇠약하면 항암치료를 바로 이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양 불량으로 인해 치료에 차질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볼 때 총 진료비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김정선 연구위원이 확인한 연구를 보더라도, 네덜란드 요양원에서 영양 불량을 겪고 있는 환자 9855명에게 지출될 것으로 추산된 영양 관련 추가 비용은 2억8300만 달러였다.

이는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령친화식품시장 현황 및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노인이 씹기 편한 음식(저작용이식품)이 활성화될 경우, 노인 관련 8대 질환자에게서 약 1157억원, 삼키기 쉬운 음식(연하용이식품​)이 활성화될 경우 약 4083억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추산했다. 노인의 영양문제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김정선 연구위원은 "노인이 적절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노화에 따라 자연히 수반되는 근감소증, 만성 저영양, 기타 질환 등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노인 영양, 운동보다 중요

그렇다면 노인영양관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김정선 연구위원은 노인들의 생애전환기검진 항목에 '씹기', '삼키기'에 대한 진단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의료수급권자와 만 66세 이상 노인 및 그 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노인신체기능평가 항목에 씹기·삼키기 기능평가 추가를 검토해 영양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인 유형별 특징을 고려해 노인의 신체적 기능에 적합한 고령친화식품의 제공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영양 불량 노인환자들을 돌보는 가혁 정보이사는 보다 실질적인 노인 영양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인은 대부분 당뇨,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을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고, 해당 질환들의 합병증으로 인해 식사를 통한 영양공급이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 뇌졸중 등의 대표적 합병증은 음식물 섭취에 영향을 주는 삼킴장애다.

가혁 정보이사는 "현재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일명 '콧줄'이라고 하는 경관급식을 많이 하고 있는데, 노인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기에 'PEG(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PEG는 음식으로 영양섭취가 어려운 경우, 배 부위 내시경 시술을 통해 위장에 영양을 직접 공급하는 방법이다. '뱃줄'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노쇠는 운동과 영양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는데 노인이 되면 운동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고, 결국 영양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적절한 시기에 영양을 공급해야 노인의 사회복귀가 가능하며, 시점을 놓친 이후에는 돌봄서비스 등을 추가로 받아야 하기에 의료비는 물론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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